-안상학
어쩐지 낯선 꽃이라서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라서
누런 얼굴에 검은 점이 유난해서
눈에도 멀게 두었던, 뿌리째 뽑아버리고 싶었던
루드베키아라 발음도 어려워 누드벗기어라 부르던
그 꽃을
눈에 들게 하고 마음에 품기까지
참으로 여러 날 여러 해 걸려
꽃이 무슨 죄가 있나 싶어
머나먼 낯선 땅에 와 뿌리 내리고 살며
어떻게나 환하게 울타리며 길가를 밝히고 선
그 꽃을 꽃으로 본 게 몇 날이나 되었나
천인국(天人菊),
이제는 하늘나라 사람의 국화라는
어엿한 이 나라 이름도 가져
하늘국 하늘국 별명도 지어 부르며
정들이고 있는 중에도
에다가와 보면 에다가와 학교 보면
우리나라 우리 땅에 발 딛고 사는
저 천인국조차 우리나라 꽃이거니 품지 않는다면
에다가와 사람들 안녕을 비는 건 염치없는 일 아니리
파렴치한 일 아니리
안상학 시인은 1962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안동소주>, <오래된 엽서>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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