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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 의료봉사단의 안전 귀환을 기원하고 선교 방향의 전환을 모색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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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 의료봉사단의 안전 귀환을 기원하고 선교 방향의 전환을 모색하며'

'피랍 의료봉사단의 안전 귀환을 기원하고 선교 방향의 전환을 모색하며'
  
  우리 한국교회는 우리 국민들과 함께 탈레반에 의해 억류당했다가 살해당한 고 배형규 목사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금도 억류당해 고통 받고 있는 한인의료봉사단원들의 조속한 안전 귀환을 염원하며 기도한다. 그들은 우리의 선량한 국민들이고 우리의 자녀들이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과 사랑의 손길을 펴기 위해 위험을 무릎 쓰고 아프간으로 달려간 순수한 우리의 젊은이들이다.
  
  우리는 이번 불행한 사태를 목격하면서 우리 한국교회의 선교의 내용과 방향의 전환을 모색한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해외 선교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 선교 사역에 참여해오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혹시 우리 선교의 내용과 방향에 잘못은 없었는지를 반성하며 올바른 방향을 모색한다.
  
  민족주의의 팽배와 문명충돌로 세계가 갈등과 긴장에 쌓여있는 지금, 한국교회가 선교를 수행함에 있어서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해야" 하기 때문이다(마10:16).
  
  첫째, 한국교회는 복음 전파의 기본적인 선교를 지속하되 무엇보다 먼저 도움과 사랑의 손길을 펴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사역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존 스토트 박사가 오래 전에 바로 지적했듯이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전하라는 '대 위임령'(Great Commission)과 함께 이웃을 사랑하라는 '대명'(Great Commandment)을 주셨기 때문이고 두 명령은 동전의 앞 뒤와 같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에 사랑 실천의 '대명'을 먼저 수행하므로 복음 전파의 '대 위임령'을 수행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복음 전파와 사랑 실천의 사역은 언제나 겸손과 사랑과 지혜로 수행하여야 한다.
  
  둘째, 복음 전파든 사랑의 봉사든 선교 사역을 수행할 때 현지인들의 정서를 깊이 고려하고 존중하여야 하며 현지인들의 마음에 상처나 거부감을 주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지 교회나 현지 선교사들의 지도력을 무시하고 한국교회 중심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선한 동기가 모든 방법을 정당화 하는 것은 아니며 순수한 열정이 모든 방법을 정당화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알든 모르든 현지인들과 현지 교회들과 현지 선교사들을 무시하므로 상처를 준 경우가 많다. 아무 지역의 복음화는 '우리가!' '한국교회가!' 라는 독선적인 자부심을 나타내 보인 경우도 많았다.
  
  셋째, 복음 전파든 사랑의 봉사든 선교 사역을 수행할 때는 현지인들과 현지 교회들과 현지 선교사들과 긴밀한 유대 및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현지인들을 격려하고 내세우는 토착화 사역을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사도 바울은 항상 현지 상황에 적응하면서 현지 지도력을 개발하고 강화했다. 정치 지도력까지도 존중했다. 이와 같은 현지 지도력 존중과 협력과 개발은 기독교 선교 역사에 그대로 나타났다. 이것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봉사 활동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현지인들과 긴밀한 유대 및 협력 관계는 캄보디아에서도 중국에서도 러시아에서도 일본에서도 북한에서도 그대로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단기해외봉사사역을 바람직하고 안전하고 지혜롭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우선 단기 '선교' 라는 이름을 쓰지 말고 단기 '봉사' 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단기 해외봉사자들은 현지인들의 삶에 동참하는 낮은 자세를 지니려는 겸손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단기해외봉사단은 현지의 정치 문화 및 치안 사정을 깊이 고려할 뿐 아니라 정부와 선교단체의 여행 방침을 지켜야 한다. 정부의 방침을 무시하는 돌출적 행위는 옳지 않다. 이번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납치 사건의 원인 중의 하나는 모 선교 단체가 의료봉사팀에게 위험한 루트를 택하라고 잘못된 충고를 제공한 것이었다.
  
  다섯째, 복음 전파의 사역은 물론 사랑의 봉사 사역을 위해서 반기독교 정서가 팽배한 지역에서는 대형집회나 행진을 삼가 하여야 할 것이다. 뉴욕타임스(7월 21일)는 한국인이 피랍대상이 된 원인들 중의 하나는 작년 8월 1000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평화행진'을 했던 사실이었다고 꼬집었다. 일본 같은 안전 지역이라도 엄청난 인적 및 물적 비용을 들여 마련한 한국교회주도의 대형집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부분의 일본교회 지도자들과 한인 선교사들은 이와 같은 대형집회가 관계전도를 중요시하며 작은 교회들로 구성된 일본교회 정서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일본교회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여섯째, 지구촌을 효과적으로 섬기며 봉사하기 위해서 한국교회는 범 교계적으로 '위기관리종합기구'와 함께 '세계봉사연합기구'를 구성하여 가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세계 곳곳에 산발적으로 흩어져서 사역하고 있는 한인 사역자들의 안전과 함께 효과적인 사역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교회와 선교단체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위기관리종합기구'와 '세계봉사연합기구'를 만들어 세계 각국의 상황을 파악하는 네트워킹을 개발하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긴밀히 협조하는 네트워킹을 개발하며, 해외봉사단을 위한 전문화 교육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곱째, 그렇다고 기독교의 사랑과 복음 사역을 안전위주로만 치닫는 것도 문제이다. 기독교는 사랑과 복음 사역을 수행하기 위해서 수고와 불편과 고난과 박해와 죽음을 회피하는 종교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진정한 사랑과 복음 사역의 수행은 고난과 수고와 희생과 박해와 죽음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악의 세력에 대한 분노와 정죄와 타도를 위한 '십자군 전쟁'을 수행하는 가운데서 죽는 죽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악의 세력을 십자가의 사랑으로 품고 녹여서 거룩한 존재로 만들기 위한 '십자가 사랑'을 수행하는 가운데서 죽는 죽음을 의미한다.
  
  2007년 7월 27일
  강승삼 목사, 김명혁 목사, 박종화 목사, 손인웅 목사, 이정익 목사, 이종복 감독, 전호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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