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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권력의지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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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권력의지의 끝은 어디인가

<기자의 눈>이명박은 그를 구원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는 단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치열한 '권력의지'이다. 그 치열함은 남녀 차이도 없고 나이 차이도 없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지난 7일 <조선일보> 주말판(why)에 기고한 글에서 '검증공방'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치열한 '권력의지'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뻔뻔함'. 한나라당 두 대선후보 뿐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인의 상당수가 보이는 공통적인 모습이다. 12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지지 선언을 한 전 의원도 이 두 가지를 모두 보여줬다.

대표적인 친(親)박근혜계로 꼽히던 전 의원은 지난 4월 재보선 패배 이후 '중립'을 자처하다가 이 전 시장 캠프에 최종 합류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그 시점은 서울 지방법원에서 전 의원의 책 <일본은 없다>에 대해 일부 무단 도용 사실을 인정한 판결이 나온 바로 다음 날이었다.

전여옥 "이명박 돕는 길만이 정권교체의 지름길"

전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와 이 전 시장 캠프 사무실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이 전 시장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엄청난 고통 속에서 우리 국민을 구할 이가 누구인가를 내내 고민했고 결론은 이 전 시장"이라면서 "21세기 시대정신은 이 전 시장이며, 이 전 시장을 돕는 길만이 정권교체의 지름길"이라고 '이명박 예찬론'을 폈다.

그는 자신이 이 전 시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박 전 대표와 함께 간다면 편할 수도 있었지만 5년 뒤 과연 국민이 어떤 평가를 내릴까 생각했다"며 "우리나라에서 단군 이래 이렇게 많은 검증을 받고 있는 후보가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를 버리고 이 전 시장을 택한 그의 선택이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항변한 셈이다.

이 전 시장도 이에 화답했다. 이 전 시장은 전 의원의 기자회견에 직접 나와 "어려운 결단을 해 주신 전 의원께 진심으로 환영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 전 시장 측은 일단 전 의원의 합류를 반기는 분위기다. 당장의 검증국면에서 한나라당 최고의 '전투력'을 가진 전 의원이 '방패막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입→중립→이명박의 방패

전 의원의 '변심'은 한국 정치판에서 그다지 놀라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다. 하지만 그가 박근혜 대표 체제에서 당 대변인을 지내면서 '박근혜의 입'으로 불렸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그의 정치 행보가 이날 스스로 언급한 '21세기 시대정신'에 어울린다고 하기는 힘들다.

전 의원의 '오락가락' 행보는 역사가 깊다. 지난 2004년 한나라당에 최병렬 체제 이후 박근혜 대안론이 떠오르던 당시 조선일보의 기명 칼럼에서 "그는 여전히 영남권의 공주로서 특정 지역의 편애 속에서 안주했다.…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스스로 미니정당을 창당해 나갔다가 다시 한나라당에 쪼르르 돌아온 모습이었다"고 박 전 대표를 맹공했다.

그러던 그가 박 전 대표의 총애를 바탕으로 대변인에 오른 뒤인 2005년에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탄핵의 폐허에서 박 대표의 치마폭에 싸여 치마꼬리를 붙잡고 '살려달라'며 애걸해서 121석을 건졌다"며 "국민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뺑덕어미 보듯 할 것"이라고 박 전 대표에 대한 보은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더니 올해 4.25 재보선 직후인 지난 4월 28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그는 "(박 전 대표) 주변 의원들이 마치 무슨 종교집단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히면서 박 전 대표와 그 캠프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무오류'라고까지 생각됐던 박 전 대표가 이제는 그와 반대로 있지도 않은 사실을 갖고 같은 당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그 캠프에서는 '이명박은 악(惡)이고, 박근혜는 선(善)'이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이후로 전 의원이 이명박 캠프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그는 때로 이 전 시장에 대해서도 특유의 독설을 날리며 '중립'을 자처했다. 전 의원은 불과 이틀 전인 지난 10일 SBS라디오 <백지연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송사 좋아하는 집안치고 망하지 않은 집안이 없다"면서 검찰 고소를 취하하지 않는 이 전 시장 측을 비난했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전 의원의 이 전 시장 지지는 전격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중립지대'에 있던 전 의원은 스스로 박 전 대표와 거리두기의 명분으로 삼았던 '집안 싸움'에 적극 가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박근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됐었기 때문에 이 전 시장의 신임을 얻기 위해선 적극적으로 이 전 시장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만 한다. 그러다가 만약 박 전 대표가 대선 경선에서 이긴다면 한나라당 내에서 전 의원의 입지는 매우 협소해질 것이다.

"'권력의지'에는 남녀 차이도, 나이 차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의원은 '결단'을 내렸다. 이 선택은 어쩌면 전날 있었던 법원 판결과 무관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서울 중앙지법은 지난 11일 전 의원이 <일본은 없다> 표절 논란에 대한 기사를 작성한 <오마이뉴스>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는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 일본에 대한 책을 출간하려고 자료를 수집하고 취재한 내용을 정리해 초고를 작성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지인으로부터 들은 취재내용 및 아이디어, 그로부터 건네받은 초고의 내용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인용해 <일본은 없다>의 일부분을 작성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무단 도용 사실을 인정했다.

전 의원은 이날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항소의지를 밝혔지만, 그의 출세작인 <일본은 없다>의 표절 인정은 자신의 정치생명에 큰 위협임에는 틀림없다.

전 의원은 '몸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평소 그의 합류를 기대하던 이 전 시장 쪽에 몸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최고의 '입심'과 '맷집'을 자랑하는 그가 이 치열한 검증 국면에서 맹활약을 하게 된다면, 표절 시비쯤이야 항소를 하고 시간을 벌면서 간단히 가라앉힐 수 있다.

그러나 전 의원의 선택이 진정 현명한 것이었는 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불과 한달 여 앞으로 다가왔고, 누가 승자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 남녀 차이도, 나이 차이도 없는 치열한 권력의지가 난무하는 현 정치판에서 믿을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 뿐이다.

그래서 전 의원 식의 교묘한 '줄타기 정치'가 어떤 결말을 내릴지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 같지만, 큰 감동을 주는 결말은 아닐 것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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