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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런 법 만들어 달랬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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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런 법 만들어 달랬습니까"

비정규법 시행 이틀째…곳곳에서 '항의 및 시위'

지난 1일 시행된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2일 비정규직법 시행 기념식을 서울 남대문로 우리은행 종로지점에서 가졌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이 기념식에서 박해춘 우리은행장과 함께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이라고 적힌 떡을 잘랐다. 이후 이 장관은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시민들에게 직접 법 시행을 알리는 부채와 볼펜을 나눠주기도 했다.

정부는 이처럼 "비정규직들의 보호의 길이 드디어 열렸다"며 자축하는 분위기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시행 전날인 6월 30일을 기해 계약이 해지된 사람들의 항의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홈에버 월드컵점을 점거한 이랜드 그룹의 비정규직들은 1박2일 농성에 이어 월드컵점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고, 2일 오전에는 송파구청에서 지난달 30일자로 해고된 비정규직들의 '출근투쟁'이 벌어졌다.

이날 시행된 법안은 기간제법과 파견법이다. 파견 근로자로 최근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했던 증권선물거래소의 전산 시스템을 담당하는 자회사 코스콤의 노동자들도 지난달 28일에 이어 또 다시 이날 새벽 코스콤 신관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정부는 비정규직법 시행을 자축하는 분위기다. 2일 열린 기념식에서 이상수 노동부 장관(맨 왼쪽)은 박해춘 우리은행장과 함께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이라고 적힌 떡을 잘랐다. ⓒ연합뉴스

이랜드 비정규직, 홈에버 월드컵점 농성 무기한 벌이기로
▲ 1300여 명의 유통업계 비정규직들은 이날로 사흘 째 홈에버 월드컵점을 점거하고 파업을 벌였다.ⓒ프레시안

일단 최근 이랜드 그룹의 비정규직 계약해지에 맞서 공동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랜드일반노조-뉴코아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지난달 29일부터 벌이고 있는 서울 홈에버 월드컵점의 점거농성을 무기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보기 : 홈에버 월드컵점 점거한 비정규직의 절규, "비정규직 대량해고, 다음은 정규직입니다") 1300여 명의 유통업계 비정규직들은 이날 사흘째 홈에버 월드컵점을 점거하고 파업을 벌였다.

전날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랜드 그룹에서 일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6월 임금 명세표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명세표는 계산원(캐셔)이라는 같은 일을 하는 두 노동자가 정규직은 169만 원, 비정규직은 79만 원의 임금을 받아 거의 2배에 가까운 임금격차를 보이고 있었다.

이 명세표를 통해 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교통비', '캐셔수당' 및 '상여금'이 비정규직에게는 전혀 지급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날 시행된 비정규법은 비슷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이같은 임금 및 근로조건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의 임금명세표를 보면 최저임금법조차 위반하고 있는 듯한 의혹이 든다"며 "위반이 아니라 할지라도 야간근로 후 택시를 타고 퇴근해야 하는 유통서비스 여성 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불법파견 의혹 제기한 코스콤 비정규직도 증권선물거래소 로비 점거

증권선물거래소의 전산시스템을 담당하는 자회사 코스콤의 비정규직들도 코스콤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이날 새벽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신관 1층 로비를 점거했다. 코스콤의 비정규직들은 "코스콤이 20년 동안 불법적으로 파견 노동자들을 사용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견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관련기사 보기 :코스콤, 불법파견 의혹 제기…비정규직, 직접고용 요구 )

코스콤의 비정규직들은 지난달 28일에도 증권선물거래소 로비를 점거하고 코스콤 측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한 시간마다 노조 간부 한 명이 삭발하는 릴레이 삭발식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동안 도급업체인 증전ENG 소속이었으므로 회사 측은 "법적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이들의 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코스콤은 또 비정규법의 차별시정 조항을 염두에 둔 듯 최근 비슷한 업무를 담당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칸막이를 설치하기도 해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 증권선물거래소의 전산시스템을 담당하는 자회사 코스콤의 비정규직들이 지난달 28일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한 시간마다 노조 간부 한 명이 삭발하는 릴레이 삭발식을 벌였다.ⓒ연합뉴스

비정규법 시행에 따른 계약해지, 공공부문도 마찬가지

이같은 혼란은 공공부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공공부문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모범을 보이겠다며 7만 명의 비정규직을 10월 1일자로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해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0일자로 계약해지된 송파구청(구청장 김영순)의 비정규직 노동자 2명도 이날 오전 출근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최근 송파구청이 민원안내 및 전화민원 담당하던 비정규직을 계약만료 후 재계약을 하지 않고 점차 업무 자체를 없애겠다는 계획에 따라 일터에서 쫓겨난 것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비정규법 시행에 따른 해고에 항의하며 정상출근해 근무복을 입고 정상근무를 하려고 시도해 구청 측과 마찰을 빚었다.

공공노조 서울본부의 권혁무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은 "송파구청이 현재 고용된 비정규직 25명의 계약기간이 모두 만료되면 사업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현재는 2명이지만 모두 계약해지 후 해고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송파구청에서는 최근 11년간 재무과에서 사무보조로 일해 온 비정규직에 대해 해고 통보 후 철회 소동도 있었다. 이 비정규 노동자는 5월 말로 해고통보를 받았으나 노조에서 기자회견 등 공식적인 대응을 준비하자 "당분간 계약해지를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 관계자는 "언제까지 고용이 유지되는 거냐고 물어봐도 공식적인 답변이 없는 것으로 보아 조만간 계약해지 통보가 다시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공노조는 송파구청 외에도 마포구, 구로구청 등에서 비정규직들의 계약해지에 따른 출근투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에서도 산하 노동지청에서 일하다 해고된 비정규직들이 항의하는 행동을 본격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혀 법시행 이후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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