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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민중과 전쟁을 벌이는 것은 전쟁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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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민중과 전쟁을 벌이는 것은 전쟁범죄"

민족문학 작가회의, 추가파병 반대성명 발표

미국의 이라크 한국군 추가 파병 요청에 대하여 사단법인 ‘민족문학 작가회의’가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작가회의는 26일 낮 12시 아현동 사무실 3층 세미나실에서 “이 땅의 젊은이들을 미국의 앞잡이로, 총알받이로 보낼 수 없다”며 추가파병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작가회의는 "이라크의 미군은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라고 정의하고 "미국은 사담의 독재를 극복하려는 이라크인들의 자생적 노력을 무시하고, 불법적인 침략 전쟁을 감행함으로써 수천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한 오래된 사회를 붕괴시켰다"고 비판했다.

작가회의는 특히 "지금 이라크에서 하루가 다르게 극렬해지는 것은 강도,절도,약탈,방화 같은 범죄나 종족이나 종교분파 간의 내전이 아니고 이라크인들의 반미감정과 미군을 상대로 한 게릴라식 공격 때문"이라며 "따라서 미국이 한국,터키,파키스탄 등에 파병을 요구하는 것은 이라크인의 치안이 아니라 미군의 치안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작가회의는 또 "점령군 대 민족해방 투쟁이라는 구도 속에서는 한국군을 비롯한 외국군의 파병은 점령군의 군사력 강화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하고 "첨단 탱크와 헬리콥터에 낡은 총과 수류탄을 들고 달려드는 '열 명이 죽어 외국군 한 명을 거꾸러뜨리겠다'는 이라크 민중과 전쟁을 벌이는 것은 민간인 학살이고 전쟁범죄"라고 규정했다.

작가회의는 "미국의 독주를 사후 승인하는 기관으로 전락한 유엔의 결의 또한 파병의 도덕적 방패막이 될 수 없다"며 유엔의 승인을 명분으로 하는 추가파병에 대해서도 반대를 분명히 했다.

작가회의는 "이제 정부가 해야될 것은 추가 파병이 아니라 이미 파병한 의무병과 공병대의 신속한 철수, 그리고 이라크인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에 대한 사과"라고 덧붙였다.

이날 항의성명을 발표에는 고은, 민영, 남정현, 염무웅, 김준태, 고형렬, 이승철, 김창규, 김영현, 김정환, 이시영, 이남희, 박영근, 오수연, 한창훈, 고영직, 전성태, 옥노욱씨 등이 참석했다.

작가회의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자유실천위원회’와 ‘젊은작가포럼’이 중심이 되는 추가파병반대 토론회를 열고 향후 파병반대 투쟁일정에 대한 구체적 일정도 논의할 예정이다.

다음은 작가회의의 항의성명 전문

***총으로 치안을, 군대로 평화를 강제할 수는 없다**

***1.이라크의 미군은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다**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가 미군에 함락되고,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종전을 선언한 지도 다섯 달이 지났지만 이라크의 상황은 나빠지기만 한다.

선풍기를 돌릴 전기도 몸을 씻을 물조차 없이 사막의 더위를 견디고, 음식을 끓여 먹기 위해 쓰레기더미에서 나무 조각을 뒤지며, 차에 기름을 넣으려면 주유소 앞에서 밤을 새워야 하는 이라크인들은 이제 지치고 넌덜머리가 났다.

독재자 사담이 물러갔다는 환희는 미군에 대한 분노로, 새 사회의 희망은 치솟는 물가와 대량실업으로 인해 현실에 대한 환멸로 바뀌었다.

미국은 사담의 독재를 극복하려는 이라크인들의 자생적 노력을 무시하고, 불법적인 침략 전쟁을 감행함으로써 수천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한 오래된 사회를 붕괴시켰다. 이제 증명된 것은 미국의 독선과 기만, 무능과 실패이다.

사실 미국은 전후 이라크를 재건할 아무런 대안도 준비도, 성의조차 없었다. 외국인들이 머무는 고급호텔은 탱크로 철통같이 지키면서, 이라크인들의 생존이 달린 발전소와 정유소, 정수장들은 약탈과 방화에 방치했다. 그리고 격렬한 비난과 탄원에 밀려 치안 회복에 나섰을 때, 이슬람 문화에 대한 무지와 인종차별주의를 드러냄으로써 이라크인들의 민족의식을 자극했다.

결정적으로 미국은 이라크 정부수립을 향한 첫단계인 임시 통치위원회를 자국의 편의에 따라 일방적으로 구성함으로써, 민주적 독립국가를 바라는 이라크인들의 염원을 유린했다. 지금 이라크에 있는 미군은 해방군이 아니다. 석유자원과 중동의 주도권 확보라는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력으로 이라크를 장악하고 있는 점령군일 뿐이다.

***2. 한국군의 파병은 이라크 치안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공식적으로 전쟁은 끝났다. 그런데 이라크에 수만 명의 외국군이 파견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라크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미국은 말한다. 그러나 치안을 회복하기 위해서 시급히 필요한 것은 주권국가 이라크의 국가체계를 확립하고 경찰력을 정상화하는 일이지 외국 군대를 더 끌어들이는 것일 수는 없다.

지금 이라크에서 하루가 다르게 극렬해지는 것은 강도,절도,약탈,방화 같은 범죄가 아니고, 종족이나 종교분파 간의 내전 또한 아니다. 지금 문제되는 것은 이라크인들의 반미감정과 미군을 상대로 한 게릴라식 공격이다. 따라서 미국이 한국,터키,파키스탄 등에 파병을 요구하는 것은 이라크인의 치안이 아니라 미군의 치안 때문이다.

미군은 이라크의 일상적인 치안유지에 기여하지 않았고 또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존재 자체가 이라크의 치안을 위협하고 있다. 미군은 이라크인들의 의사에 반하는 억압적 점령군으로서, 이라크인들의 저항과 봉기를 야기하고 있다.

전쟁 직후 이라크인들은 미군이 그 명분처럼 자기들을 위해 전쟁을 일으킨 게 아니라는 속내를 뻔히 알면서도, 결과적으로 사담 후세인을 물러가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담 치하에서 탄압받은 이라크 남부에서까지 점령군에 대한 무력항쟁이 일어나고 있다.

미군이 이라크에서 난관에 봉착한 것은 군인과 무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군사력만으로 이라크 국토와 민중을 지배하려는 군사적 침략주의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이 독재자 사담 정권과 미국의 싸움이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이라크 민중과 점령군의 싸움이다.

점령군 대 민족해방 투쟁이라는 이런 구도 속에서는 한국군을 비롯한 외국군의 파병은 점령군의 군사력 강화에 다름 아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이라크인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어질 것이다.

미국의 패권주의가 반미를 기치로 내건 사담 독재정권을 강화시켰듯이, 점령군의 압박은 이라크 내부의 민주적 토대를 파괴하고 유혈적 극단주의를 부추길 것이다. 식민지 민중이 강대국에 저항하는 길은 자기희생뿐이다.

첨단 탱크와 헬리콥터에 낡은 총과 수류탄을 들고 달려드는, 열 명이 죽어 외국군 한 명을 거꾸러뜨리겠다는, 처절한 피흘림이다. 이것은 이라크의 치안에 명백히 위배되는 길이다. 따라서 한국군이 이라크 민중과 전쟁을 벌이는 것은 민간인 학살이고 전쟁범죄다.

***3. 파병 대신 사과를, 군대 대신 평화를 위한 연대를**

이라크인들은 사담 치하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다가 수십만 명이 죽었고, 지금은 자주와 평화를 얻기 위한 싸움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의 협상이냐 저항이냐, 그들은 기로에 서있으며 그것은 그들의 판단이고 선택이다. 이들에게 생각할 시간과 여유를 주라.

제발 이라크인들을 죽음의 항전이라는 막다른 길로 내몰지 말라.

한국군을 비롯한 외국군의 증가는 아랍 민족주의를 자극하여 다시금 중동을 피의 대결장으로 만들 것이다.

사담 독재정권이 아무리 부도덕했다 하더라도 미국의 이라크 침략이 정당화될 수 없는 것처럼, 이라크의 상황이 혼란스럽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군대를 파견할 명분은 되지 않는다.

외세의 점령이 문제의 핵심인 마당에 외국군이 총부리를 들이대고 치안을 강제할 수 없으며, 평화를 만들어 줄 수는 더군다나 없다. 미국의 독주를 사후 승인하는 기관으로 전락한 유엔의 결의 또한 파병의 도덕적 방패막이 될 수 없다.

전쟁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사담 이후 이라크의 참담한 현실은 또 한번 증언하고 있다. 이 비통한 증언을 들으라. 이라크 전쟁은 저 멀리 중동에서 벌어졌던 하나의 단막극이 아니다.

이 시대 인류라는 종족의 물신체제가 연속적으로 만들어내 왔고 앞으로도 만들어낼 수많은 전쟁들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우리의 전쟁이고 원죄이며 절망이다. 우리는 전쟁을 막아야 하고, 이 전쟁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미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의 침략전쟁에 동조함으로써 인류의 자유와 평화 그리고 역사의 대의를 훼손하였다.

이제 정부가 해야될 것은 추가 파병이 아니라 이미 파병한 의무병과 공병대의 신속한 철수, 그리고 이라크인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에 대한 사과이다.

우리는 점령에 항거하는 이라크인들의 희생이 크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지속적인 관심과 구호로 고통을 나누어야 한다. 평화로운 해결을 모색하는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일국의 이익과 개인의 영달을 뛰어넘는 연대로 이 지구에 평화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 전투병만이 아니라 어떤 형태와 규모의 한국군 이라크 파병도 반대한다.

― 정부는 이미 파병한 부대를 하루 빨리 철수시키고 이라크인들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과하라.

― 이라크를 관리할 자격도 능력도 없는 미국은 이라크에서 군대를 철수시키고, 전쟁을 일으킨 대가로 이라크 복구비용을 부담하라.

― 이라크 전쟁을 막지 못했던 유엔은 이번 파병만은 막아야 한다. 그리고 전쟁으로 붕괴된 이라크 사회를 재건하고 사회 기능을 유지시키기 위한 불간섭적이면서도 적극적인 노력을 다하라.

― 미국의 독주를 막지 못하거나 동조함으로써 이라크 전쟁 발발에 책임이 있는 모든 나라들은, 경제적 이득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이라크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라.

― 국내외의 모든 개인들에게 이라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구호 활동을 촉구한다.

― 국적과 인종을 넘어선 평화 연대 운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촉구한다.

2003년 9월26일

사단법인 민족문학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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