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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정동영, '악연의 3라운드' 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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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시민-정동영, '악연의 3라운드' 서곡

親盧-反盧 갈등의 마지막 검투사?

지난 2005년 열린우리당의 4.2 전당대회를 열흘 앞둔 3월22일. 지도부 경선에 출마한 유시민 후보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동영 당시 통일부장관을 난타했다.
  
  유 후보는 "우리가 정동영계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총선 이후 다수당을 차지한 그 좋던 초창기 4개월을 기간당원제를 폐지하기 위해 허송세월했다는 것"이라며 "당을 바르게 건설하는 데 그들과 연대할 수 없는 '적대적 관계'로 변했다"고 말했다. 문희상 독주 양상으로 밋밋하게 흐르던 경선 구도를 일거에 뒤흔든 소위 '반(反)정동영-친(親)김근태' 선언이었다.
  
  '정동영 몰락'의 시작
  
  정동영계 의원들은 당연히 부글부글 끓었다. 내각에 들어가 있는 정 장관을 느닷없이 경선의 한 복판에 끌어들인 이유가 뭐냐는 것이었다. 이강래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분파주의자"라며 공개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독주 구도를 달리던 문희상 후보는 물론이고, 송영길 후보 등도 같은 용어로 유 후보를 몰아쳤다. 단, 정치적 발언이 껄끄러운 처지이던 정 장관 본인만 아무런 항변을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유 후보가 사면초가에 몰린 듯한 양상이었다. 하지만 전당대회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유 후보는 비록 4등일지언정 지도부에 입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파장이 커질수록, 상대방의 비난이 거세질수록 유시민을 중심으로 한 전선이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김현미 의원이 "우리당에 유시민 의원을 좋아하는 의원은 5명도 안될 것"이라고 한 게 영 틀린 말은 아니었을지라도 그로 인해 바닥의 유시민 지지층은 더욱 단단하게 결집했다.
  
  훗날 친정동영 성향의 한 의원은 이 일을 거론하며 "그 때 정동영 전 의장이 만만치 않은 상처를 입었다"고 회고했다. 내각에 들어갈 때만 해도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앞선 인기를 자랑하던 정 전 의장이 이때부터 흠집이 나기 시작해 당에 돌아올 때는 지지율이 반토막 나더니 걷잡을 수 없는 하향곡선을 그려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시민 의원이 당시 그어 놓은 '실용 대 개혁' 전선은 김근태-정동영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지난해 2.18 전당대회로 이어져 정 전 의장을 '당권파의 수괴' 쯤으로 고착시키는 출발선이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뿌리 깊은 악연의 끝은?
  
  이에 대한 앙갚음인지 최근 친정동영 성향 의원들의 '유시민 때리기'가 유난하다. 지금은 유 장관이 내각에 있는 처지이니 상황은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정청래 의원은 14일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 올린 '유시민에 대하여'라는 글을 통해 유 장관을 "대통령의 얼굴에 먹칠하는 '간신'"이라고 맹공했다.
  
  정 의원은 "그가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지면서 대통령과 무관하게 저지르는 상식 이하의 실수가 모두 대통령에게 짐이 되어 돌아간다는 것"이라며 "'친노 이용세력'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끊임없이 대통령에 기대 분란을 조장했던 참 나쁜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또한 "나는 유 장관이 99.9%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 그의 행적을 보았을 때 안 한다면 하고 한다고 하면 안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유 장관에 대한 갈 데까지 간 것이나 다름없는 이같은 비난이 2년 전 유 장관이 정 전 의장을 향해 퍼부은 독설의 효과처럼 '상대를 죽여 내가 사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유시민 때리기'가 정 전 의장의 탈노 행보의 디딤돌이 될지, 오히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유 장관에 대한 이름값만 높이는 결과가 될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노무현 대 정동영'에서 '유시민 대 정동영'으로?
  
  이런 가운데 유시민 장관의 6월 당 복귀설이 다시 나오고 있다. 복귀 시 대선행보 보다는 친노 세력 결속의 구심 역할을 하며 반노 진영에 대한 주공격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와 함께 친노 진영의 대선주자로 '인큐베이팅' 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친노 진영 내부에서조차 유 장관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려 있다.
  
  중요한 건 유 장관을 둘러싼 이런 환경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친노 진영의 대선후보로 그를 위치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노무현 대 정동영' 대립으로 압축된 현존 권력과 차기 주자 간의 대립이 조만간 '유시민 대 정동영'으로 표현되는 친노-반노 대선주자 간의 대립으로 뒤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쩌면 범여권 친노-반노 갈등의 최종 승부는 대선주자로서 맞붙게 될 정동영-유시민의 '3라운드 정면승부'에서 결정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국면에서 정 전 의장이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초대 의장이 될 때 유 장관이 이끈 개혁당 출신들의 전폭적인 지원사격이 있었음을 기억해 내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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