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만남이었다.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교류는 급격히 증가했지만 노동절 공동행사는 2004년 금강산에서 거행된 뒤 3년 만이었다. 통산 세 번째 노동절 공동행사지만 남쪽에서는 처음으로 치러지는 대회였다.
지난해 6.15 민족대축전 이후 오랜만의 남북공동행사였던 만큼 이날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5.1절 남북노동자 통일대회'의 초점은 노동절의 일반적인 의미보다는 "노동자가 조국통일에 앞장서자"는 내용에 맞춰졌다.
이날 오후 3시부터 남북 대표단을 비롯한 3000여 명의 시민들은 본대회를 갖고 남북 혼합팀으로 구성된 친선 통일 축구경기를 관람하고 축하공연을 즐겼다.
"세계 모든 노동자가 하나 되는 이날, 함께하지 못했던 우리…"
남북의 대표단은 오늘이 있기까지의 지난 세월을 회고하며 어려웠던 만남의 의미를 짚어갔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전세계 노동자들이 국가와 민족을 넘어 하나가 되는 노동절에 남과 북의 노동자들은 그동안 함께하지 못했었다"며 "많은 사람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통일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6.15 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7년 만에 이곳 창원에서 남북노동자통일대회가 열리고 있다"고 감격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도 "오늘 이 대회는 그간 남북 노동자 연대와 협력의 귀중한 산물이며 6.15 공동선언이 열어 놓은 민족 공조의 길에서 발현된 자랑스러운 결실"이라고 말했다.
북측의 원형국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북남 노동자들은 6.15 공동선언 발표 이후 맨 선참으로 노동자 통일대회를 성사시켰다"고 강조했다.
"난관이 없을 수는 없지만…한 걸음씩 나가자"
나흘간 행사의 사실상 마지막 날인 이날 참가자들은 "앞으로의 길에서도 난관이 없을 수는 없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자"고 다짐했다.
본대회에 이어 남북 축구선수단은 남북 혼합 선수팀을 구성해 친선 축구대회를 가졌다. 이날 경기는 전날의 남북대결과 달리 남북 선수들을 합친 뒤 '단합'과 '연대' 두팀으로 나눠 진행됐다. 이날 단합팀과 연대팀이 각각 2골과 3골을 넣는 등 '골잔치'가 벌어져 관람하던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남북대표단은 이날 저녁 축하공연을 관람하고 밤부터 창원호텔에서 환송만찬으로 끝으로 나흘 간의 짧은 일정을 마친다. 북측 대표단은 2일 오전 민항기를 통해 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北 "경남은 예로부터 반침략애국운동의 고장" 원형국 조선직총 중앙위 부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여기 경남지역은 반침략애국운동이 활발히 벌어진 역사의 고장"이라며 경상남도의 역사적 사실을 상세히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원 부위원장은 "지금도 저 불모산 마루에서 붉은 옷자락을 펄럭이며 왜적들을 전율케 하던 홍의장군 곽재우의 애국충정의 모습과 민족의 슬기와 기개어린 거북선을 타고 적진을 종횡무진하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 부위원장은 "4.19의 불길이 타오른 민주화 운동의 진원지도 바로 이곳이며 창원시를 감돌아 흐르는 낙동강의 푸른 물결에도 이끼 어린 진주성의 성돌에도 솥발산 묘역에도 애국선조들과 민주렬사들의 민족자주정신과 고귀한 넋이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북측 대표단은 이날 오전 솥발산 묘역을 방문해 배달호, 김주익 등 남측의 노동열사들을 참배했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과 울산광역시 웅촌면과 삼동명 사이의 경계를 이루는 높이 700m의 솥발산에 자리잡은 묘역의 정식 명칭은 가지산도립공원이지만 이곳에 25명의 노동운동가 등이 묻혀 있어 '솥발산 노동열사묘역'으로 불리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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