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던 백기완 소장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남쪽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남북 노동자들의 축구대회를 꼭 보고 싶어 서울에서부터 6시간을 달려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 소장은 "내 고향이 북쪽인데 61년 전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 남쪽으로 내려왔지만 결국 그 꿈은 이루지 못했다"며 "경기를 보다 보니 가슴이 벅차올라 눈시울이 붉어진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이날 축구대회는 지난 1999년 평양에서 처음 열린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 이후 8년 만에 열린 두 번째 노동자대표들의 축구 친선경기였다. (☞ 관련기사 보기 : 北 "반통일세력들의 기만, 똑똑히 봐야")
"분단으로 가장 고통받는 노동자가 둥근 공만 차서는 안 돼"
76세의 고령의 몸으로 서울에서부터 내려와 경기를 전반전까지 지켜본 뒤 "너무 피곤해서 이제 올라가려 한다"며 서울로 떠난 백 소장은 "오늘 경기는 통일을 위해 축구를 하는 것이지 축구를 위해 모인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노동자들이 둥근 공만 찰 것이 아니라 허리가 뚝 잘린 잘못된 땅별(지구)도 발로 차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단 때문에 집중적인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 바로 노동자"라며 "그 다음이 농민이고 그 다음이 양심적인 시민인만큼 노동자가 통일에 가장 앞장서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북미관계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남쪽의 사람으로 한반도의 통일을 가로막는 미제국주의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뜨거웠던 경기와 응원전…후반 42분 北의 박철룡 선수의 '결승골' 남북의 축구 선수들은 전후반 90분 동안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경기를 펼쳤지만 승리는 북측 대표단의 것이었다. 이날 오후 7시부터 경기가 시작된 창원종합경기장은 경기 내내 비가 끝없이 쏟아졌지만 남북의 선수들은 내리는 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2시간 동안 경기를 펼쳤다. 5.1절 노동자대회 곳곳에서 '남북 노동자의 단결'이 강조됐지만 승부에서만큼은 냉철했다. 응원석의 열기도 뜨거웠다. 남북노동자대회 참가단을 비롯해 창원과 경남 각지에서 경기를 보기 위해 창원을 찾은 시민들은 양 대표 선수들의 슛이 안타깝게 빗나갈 때마다 함께 아쉬움의 탄성을 올렸다. 북측의 평양철도 노동자 축구단(책임감독 김정수, 주장 엄진호)은 초반부터 경기를 장악했지만 쉽게 골문이 열리지 않았다. 양대 노총의 조합원들로 구성된 남측 선수단(감독 김성견, 주장 이평재)도 지지 않았다. 후반 42분 북측 중간 방어수(미드필더)를 맡고 있는 박철룡 선수가 코너킥을 결승골로 연결시키면서 경기는 북측 선수단의 승리로 끝났다. 남북 노동자들은 5월 1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남북의 선수들을 뒤섞어 구성한 혼성팀으로 다시 한 번 축구경기를 갖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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