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국 부위원장의 이 발언은 최근 대북정책 노선 변화를 꾀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겨냥한 발언이자 동시에 올 12월 있을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한 한국노총에 대한 '충고'로 해석된다.
"노동자들이 그들의 정체를 똑똑히 가려봐야"
원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창원호텔에서 열린 남북노동자대표 상봉모임에서 조선직총을 대표해 "반통일세력들이 시대를 역행하면서도 (오히려) 자기들이 평화세력인 양 기만술책을 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 부위원장은 "그들의 본색은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대북정책에서 내부 혼란을 보이며 'U턴'이냐 '직진'이냐의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반통일세력'이라는 이미지를 그대로 두고서는 대선에서 승리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 부위원장의 발언은 한나라당의 이같은 '내부 논란'이 근본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 부위원장은 또 "우리 노동자들이 그들의 정체를 똑똑히 가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올해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한 한국노총의 정치방침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지지할 '후보군'에서 민주노동당을 원천적으로 제외한 한국노총을 겨냥해 '한나라당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상봉모임장 안팎에서 나왔다.
"노동계급의 힘은 단결에 있다…양대 노총부터 단결하길"
이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선직업총동맹 등 남북의 3개 노동단체 대표들은 '단결'과 '통일'을 강조했다. 이번 대회가 노동절을 기념하는 행사이자 남북간 민간 교류 행사인 만큼 "남북 노동자가 통일에 앞장서자"는 발언이 주요 내용을 이뤘다.
이날 오전 열린 상봉모임에서 "어제가 내 생일이었는데 호텔 환영만찬장에서 좋은 술들을 앞에 놓고 보니 태어나서 가장 성대한 생일날이 됐다"고 말문을 연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분단된 민족의 노동자로서 분단의 장벽을 뛰어넘어 만남을 이루는 것은 언제나 가슴 벅찬 일"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조국통일의 길에 남북노동자가 맡아 나서야 할 바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이런 과업을 이뤄나가는 데서 역사의 주인, 생산의 주인, 조국통일의 주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남북노동자의 역할을 높여내자"고 강조했다.
북측 대표단의 원형국 부위원장은 "북남이 서로 연대해 온 나날이 길지는 않지만 연대의 시간 속에 북남 노동자는 노동자의 생존과 존엄이 곧 통일이라는 귀중한 진리를 얻었다"면서 "6.15 시대에 맞게 남의 양대 노총부터 굳게 연대하고 단결하며 북남 전체 노동자들이 동족으로서 굳게 뭉쳐 나가야한다"고 양대 노총의 단결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노총의 정광호 부위원장도 "5.1절은 세계적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날"이라며 "특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이 땅에서 우리 노동자는 그 간 나라의 주체로서 통일운동의 앞장에 서 왔던 만큼 이번 대회를 원만히 성사시켜 노동자가 통일의 길에 앞장서자"고 말했다.
"김주열 열사, 우리도 잘 압니다" 남북 대표단은 이날 오후 3.15 부정선거에 맞서다 희생된 인사들의 시신이 묻힌 3.15 국립묘지를 방문했다. 북측 대표단은 위령탑 앞에서 헌화한 뒤 묵념을 하고 4.19 혁명의 발화점이 됐던 김주열 열사의 묘를 참배했다. 1960년 당시 마산상고 1학년생이었던 김주열 열사는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마산 앞 바다에서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떠올라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북측 대표단은 김주열 열사의 묘 앞에서 남측 대표단의 관계자로부터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리충복 6.15공동선언 실천 북측위원회 부위원장은 남측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김주열 열사에 대해 우리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3.15 국립묘지 참배를 마치고 나오던 북측 대표단 가운데 한 사람도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북측 사람들은 4.19 혁명을 비롯해 남측의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김주열 열사와 같은 분들의 뜻을 후세 사람들이 잘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 대표단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창원종합운동장에서 남북 노동자 축구경기를 연다. 북측은 김정수 책임감독과 엄진호 주장 등 19명의 평양철도 노동자 축구단이 경기에 임하며, 남측은 김성견 감독(한국노총)과 이평재 주장(민주노총) 등 20여 명의 양대 노총 조합원들이 선수로 뛴다. 그 뒤 대표단은 오후 9시부터 창원호텔에서 축하만찬을 갖고 노동자대회 둘째 날 일정을 마무리한다. 북측은 이번 대회에 조선직총 중앙위원회 원형국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고 조선직총 관계자 32명과 축구 선수 및 임원, 취재진 등 60여 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남측은 민주노총 500여 명, 한국노총 300여 명의 임원 및 지역본부 관계자들이 노동자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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