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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녀대학생' 같은 표현 쓰지말자"

[임수경 인터뷰] 어린이 통일책 <참 좋다 통일세상> 출간

지난 89년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남한대표로 참석해 45일 동안 북에 머물며 분단을 시대의 화두로 만들고 남과 북 모두에게 충격을 준 '통일의 꽃' 임수경씨가 이제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형이 돼 어린이를 위한 통일안내서 <참 좋다 통일세상>(박재동 그림.황소걸음 간)을 펴냈다.

***8살난 아들 궁금증 풀어주기 위해 집필**

이 책은 어린이들이 질문을 하고 임수경씨가 설명을 하는 방식으로 남북분단의 원인에서 체제의 차이, 교류의 필요성과 통일의 당위성까지 어린이들이 알기 쉬운 옛날이야기나 일상적인 비유를 통해서 설명해 주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가 통일을 하면 민주주의로 하나요, 공산주의로 하나요?'라는 질문에는 유산을 물려받아 사이좋게 일하며 서로 돕는 형제 이야기를 통해 양쪽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제시한다.

또 '왜 우리들 스스로 힘으로 통일하는 것이 옳으냐?'는 질문에는 생선가게 주인이 착한 강아지에게 가게를 맡기고 편안하게 지내다가 고양이도 자신의 가게를 강아지처럼 잘 맡아 줄 것으로 알고 맡겼다가 생선을 다 빼앗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자주적인 통일의 당위성을 설명한다.

'통일을 하면 가난해지지 않나요?'라는 질문에는 "통일비용과 함께 분단비용도 생각을 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통일 후에는 "남과 북이 서로 장점을 살리고 힘을 합쳐 고속도로, 댐, 공장 등을 많이 만들고 경제 발전을 꾀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의 어느 선진국 못지않게 잘 살 것"이라고 답을 제시한다.

<사진1>

27일 저녁 임수경씨를 만나 이번에 펴낸 책과 근황, 최근의 단상들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임씨는 자신이 책을 낸 이유를 남북이 함께 교류하는 시대를 살아야 할 어린이들에게 북녘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말이 통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싶었고 8살 난 아들이 품고 있는 통일과 북한에 대한 호기심도 풀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초대해 놓고 시비를 거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임씨는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보수우익단체들이 일으킨 소란과 관련해서는 "손님으로 오라고 초대해 놓고 시비를 거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며 "일부러 사고를 친 사람들은 벌을 줘야하고 사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실제로 우익단체들과 북한기자단 충돌후 북측이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을 때 대구를 방문해 북측의 대회 계속 참석을 호소하기도 했다.

임씨는 자신이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영입대상 1순위라는 한 신문의 보도에 대해서는 "정치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공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임씨는 386세대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80년대를 정말 치열하게 살았고 역사를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후에 엉뚱하게 나가거나 실망을 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기 위치에서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프레시안 : 요즘 근황은 어떤가?
임수경 : 얼마 전 아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10년 동안 일과 관련된 것이 아닌 순수한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건전지로 치면 완전히 방전됐다가 다시 재충전이 된 것 같다. 지금 하는 박사과정(언론법제) 공부에 필요해서 방통대 법학과를 편입해서 마쳤고 논문을 준비 중이다.

프레시안 : 이번에 책을 내게 된 동기는?
임수경 : 작년에 내가 북한을 다녀오는데 우리 애가 자꾸 따라 간다고 졸라서 "어린이는 못 간다"고 이해를 시키긴 했는데 이 아이 나이가 딱 '호기심 천국'일 때라 "엄마는 왜 북한이랑 친해?", "왜 사람들이 엄마를 다 알아", "난 왜 북한에 가면 안돼"하는 질문을 자꾸 나에게 했고 학부형 입장에서 봐도 어린이를 위한 통일교육이나 교재가 부족한 것 같았다. 특히 자라는 아이들은 완전한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북교류가 자연스러운 시대에 살아야 할 텐데 이를 위해 도움을 주고 싶었다.

***"북에도 사람이 살고 말이 통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프레시안 : 어른을 위한 책을 쓸 수도 있는데 굳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이유는?
임수경 : 사실 내가 어른들을 상대로 '통일론'이나 '철학'을 이야기 할 만큼 전문가나 '선수'가 아니다. 저는 어린시절에 뻘건 얼굴에 뿔이 달린 포스터를 보고 북쪽을 이해했는데 지금 자라는 아이들에게 북녘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말이 통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보고나면 부모님과 어른들도 자연스럽게 책을 함께 보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프레시안 : 이 책의 의미를 개인적으로 말한다면?
임수경 : 북에 다녀온 후 국가보안법으로 구속이 됐을 때 '항소이유서'를 책으로 내기도 해고 여기저기 엮어서 나온 글은 있지만 내가 나의 의지를 가지고 쓴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그전에 책을 낼 생각은 있었지만 시기나 여러 가지 문제가 딱 떨어지지 않았고 너도나도 책을 내는 분위기도 책 내기를 꺼려지게 했다.

프레시안 : 책을 내고 아쉬운 점은?
임수경 : 지금 다시 보니 나 스스로가 '자기검열'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사회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도 스스로 자제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통일운동 하시는 분 중에는 부족하게 보는 분도 있고 주위에 한두 분은 책이 너무 진보적이라면서 '혼나지 않겠냐'는 분도 있긴 하다.

프레시안 : 박재동 화백이 그린 삽화도 인상적인데?
임수경 : 박 화백님이 '한겨레 그림판' 시절에 나를 주인공으로 많이 그리셨는데 직접 한겨레신문을 찾아 갔을 때 내 얼굴을 캐리커처로 그려 주시기도 했다. 원래 그림을 맡은 후배가 있었는데 박 화백님이 '수경이가 책 내면 내가 도와 줘야지'하고 직접 작업을 해 주셨다

<사진2-책>

프레시안 : 임수경씨가 실제로 경험하고 느낀 북한은 어떤 존재인가?
임수경 : 학생축전 때 46박 47일간이나 있었고(웃음) 그 후에도 세 번 갔다 왔는데 중요한 건 역시 '말이 통 한다'는 사실이다. 단순한 언어소통 문제가 아니라 마음을 열고 대하면 정서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고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직접 판문점까지 행진을 하면서 만나고 또 접해본 바로는 소설가 황석영씨가 말한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는 표현이 참 적절한 것 같다. 북녘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남 탓 말고 우리가 먼저 북쪽에 신뢰 줘야"**

프레시안 : 지금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도 남북간에 갈등이 발생했는데?
임수경 : 엊그제 나도 다녀왔다. 손님으로 오라고 초대해 놓고 시비를 거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5만원인가 경범죄로 처리한다는데 일부러 사고를 친 사람들은 벌을 줘야하고 사과도 해야 한다. 정치가나 관리들은 일본에서 '통석의 념'하는 것 보고 배웠는지 '유감이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데, 이 문제뿐 아니라 잘못한 것이 있을 때는 '미안하다'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

한편에선 북한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관대하고 봐 주냐는 식으로 비판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생각을 해 보자. 우리는 아주 친한 친구사이라도 단점에 대해 조언을 하는 게 조심스럽고 힘들다. 남북은 친구가 아니라 원수처럼 전쟁까지 했었다. 아직 서로 믿음도 없다. 지금 남북한은 신뢰와 믿음을 쌓아가야 할 단계라고 본다. 남 탓 말고 우리가 먼저 북쪽에 신뢰를 주고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자면 북한 응원단을 보고 '미녀 여대생'이나 '기계적 응원' 이런 표현은 이제 자제를 했으면 한다. 대학생 대회에 대학생들이 응원을 온 것을 가지고 뭐라고 말하는 것이나 '미녀'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 나이엔 당연히 다 예쁘다. 특히 응원하는 방식을 가지고도 기계적이라고 비난을 하는데 그쪽은 초등학교 때부터 응원이나 마스게임을 그렇게 한 사람들이고 대규모 마스게임이나 카드섹션은 북한이 자랑하는 것이기도 하다. 서로의 문화차이를 좀 더 이해해야 할 것 같다.

프레시안 : 386세대에 대해서 요즘 말이 많고 잠깐 고생 후에 호강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하는 이들도 있다.
임수경 : 난 딱 386세대인데 우리세대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애정도 있다. 80년대를 정말 치열하게 살았고 역사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물론 후에 엉뚱하게 나가거나 실망을 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기 위치에서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다고 믿는다.

'잠깐 고생하고 호강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이들은 사람에 대한 예의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희생'을 한 적도 없고 그 의미도 모를 때가 많다. 나만 해도 아직 한번도 취직을 못 해봤고 라디오프로를 어떻게 잠깐 맡았다가 좀 복잡하게 잘렸다. 돈도 별로 없고 사람들이 알아만 본다.

며칠 전에 주변 선배 중에는 얼마 전에야 겨우 나온 분도 있는데 술자리에서 그 선배 가족에게 한약 두어 번 챙겨주고 생색내는 사람을 보고 내가 막 열을 받았는데 그 선배는 "그냥 놔 두라"며 참고 듣고 있었다.

<사진3>

***386세대 중 가장 실망스런 인물은 김민석**

프레시안 : 386세대 중에 가장 본인을 실망시킨 사람은 누구인지?
임수경 : 김민석이다. 지난 대선에서 보인 행보도 그랬지만 전에 5·18 술자리가 문제가 된 후에 '난 정치가니까 이해해 달라'는 식으로 라도 정직하게 말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끝까지 거짓말하고 변명하는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6개월에 대해 '유권자'로 생각이 있다면?
임수경 : 노 대통령이 뭐든 다 해내고 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물론 기대가 크니 실망도 클 것이다. 아쉬운 건 지금 청와대로 들어간 분들이 어디가 문제고 어떻게 해야 할지 다 알만한 분들인데 대통령 옆에서 더 잘 보필했으면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나라가 어쨌든 대통령중심제 국가인데 눈치 보지 말고 좀 더 강하게 개혁을 했으면 한다. 대통령 중심제면 대통령이 정치에 중심이니까 정당한 방향으로 밀고 나가면 되지 않을까? 사실 지금 노 대통령이 자기를 반대하는 쪽 눈치보고 분위기 맞춰 준다고 그 사람들이 대통령 편들어줄 사람들이 아니라고 본다.

프레시안 : 지난 대선 때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연락이 오지는 않았는지?
임수경 : 작년 대선 때는 여기저기서 다 부르더라. 그래서 '내가 혹시 회색분자인가'하고 혼자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웃음) 요새 어디 신문에도 내가 '영입 1순위'라고 나왔고, 안면이 있는 곳에서 전화가 오긴 한다. 아직 '나와 달라'는 말보다 '도와 달라'는 말이 더 많은 것 같다.

***"나는 아직 정치를 하기에는 공부가 부족하다**

프레시안 : 그럼 정치 쪽에 어느 정도는 관심이 있는 것인지?
임수경 : 정치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아직 정치를 하기에는 공부가 부족하다. 지금 당장 뭘 하겠다는 생각은 아직 없다. 그런데 굳이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그런 쪽으로 말을 하라면 북녘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주위사람들이 이런 질문이 들어오면 '한다', '안 한다' 식으로 딱 부러지게 말을 하지는 말라고 했다. (웃음)

프레시안 : 다시 같은 상황이 와도 방북할 의향이 있는지?
임수경: 안 간다. (웃음) 그 뒤에 겪은 것을 생각한다면 갈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도 당시 상황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아직도 '통일의 꽃'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주변에선 본인을 어떻게 보는지?
임수경 : 실제로는 잘 울고 약한 편이고 노는 것도 아주 좋아한다.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은 있다. "수경이가 '아닌 것 같다'고 한 것은 맞을 때가 많다"는 칭찬을 했다. 성격이 너무 단칼 같다는 말도 듣는다.

친한 친구 중 한명이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의 비서로 들어간 후에 나에게 전화 걸었을 때 내가 "너 이제 어디 가서 내 친구라고 하지마라"고 말하고 끊었다. 얼마 전에 우연히 길에서 봤는데 아는 체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그런 면이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임수경 : 나는 평소에도 남북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 서로를 증오했다가 점차 관심을 갖고 다가서는 관계로 발전을 하다가 지금은 서로에게 다시 무심해 지고 언제부턴가 북녘을 혐오하는 분위기까지도 생긴 것 같다. 북쪽에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 조금씩 신뢰를 쌓아 갔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아들을 데리고 여행가서 산위에 올라갔다가 이제 너무 아웅다웅 하지 말고 더 크게 보면서 살기로 했다. (웃음)전에는 문제가 있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항의하곤 했는데 이젠 좀 자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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