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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론노조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노조비 횡령 의혹'으로 '이준안 리더십'도 상처

도대체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왜 갑자기 전임 집행부의 노조비 횡령 의혹이 불거졌으며, 왜 이준안 위원장은 조직 입장에서 보자면 '자해'에 가까운 검찰 고발을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나? 이 횡령 의혹이 이준안 위원장 측과 사무처 직원들 사이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는 언론노조 내부의 갈등은 과연 수습될 수 있을까?

이준안 위원장 당선부터 예고된 내부 갈등

지난 21일 전임 집행부의 노조비 횡령 의혹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본격화된 언론노조 내부 갈등은 이준안 위원장 체제가 출범하면서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 단초는 이준안 위원장이 KBS 노조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4기 언론노조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면서부터 뿌려진 것이었다.

지난 2월 있었던 위원장 선거에는 현상윤 후보(KBS 피디)와 이준안 후보(KBS 기자)가 나섰다. 신학림 전 위원장 체제에서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현상윤 피디는 기존 언론노조의 노선을 이어받은 후보였고, 이 위원장은 "언론노조가 그동안 운영돼 오면서 대중의 정서와 분리된 측면이 있다"고 말하는 등 노선 차이를 숨기지 않았었다.

일각에선 언론노조 지도부와 색깔이 다른 KBS 노조가 언론노조 내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이준안 후보를 내세웠다는 얘기도 있었다.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KBS 노조 내에서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지 않냐는 의견이 제기된 가운데, 박승규 위원장은 이준안 후보 지지 입장을 노골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현 KBS 노조 지도부는 선거운동기간 동안 이준안 후보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관련기사 보기)

선거 결과, 당초의 예상과 달리 이준안 위원장이 당선된 것에 대해서는 언론노조 내에서 가장 큰 세를 형성하고 있는 KBS 노조 측이 신학림 전 위원장 체제를 비토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일기도 했다.

사무처 반발과 회계감사 지시

이런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이준안 체제'는 출범 이후 사무처를 비롯해 일부 지부와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이 위원장은 취임 후 KBS 출신의 최철호ㆍ이해원 씨를 '인수위원'으로 임명하고 사무처 직원들에게 인수인계 과정에서 필요한 업무 보고를 하도록 지시했다. 사무처가 "선출직이 아닌 사람들에게 업무보고를 할 의무가 없다"고 거부하자 이 위원장은 두 사람을 '부위원장 서리'로 임명하고 인수인계 절차를 진행했다.

이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KBS 출신의 두 부위원장 서리에게 전임 집행부에 대한 회계 감사를 지시했다. 이번에 불거진 '노조비 횡령 의혹'은 최철호 피디가 작성한 보고서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중집 구성 불발 이후 '횡령 의혹' 불거져

언론노조 사무처 직원들이 회계감사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진행됐다고 보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매년 한 차례씩 열리는 정기대의원회에서 이뤄지는 정례적인 회계보고와 무관하게 언론노조의 공식기구와는 별개로 자신이 임명한 전 KBS 노조 사무처장 출신인 최 피디에게 이전 집행부의 회계를 조사해보라고 예외적으로 지시했다는 것. 사무처 직원들은 지난 25일 성명에서 "전격적인 검찰 고발 및 진정이 이뤄지기까지 언론노조의 공식 조직은 거의 가동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관련기사보기)

그러나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최철호 피디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노조비 횡령 의혹은 인수인계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사무처 직원들은 전임 집행부의 횡령 의혹을 처음 발견했을 당시 신학림 전 위원장 등과 만나 내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하는 등 내부 조사를 우선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검찰 고발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장이 "위원장 직권"이라면서 검찰 고발을 강행한 것이 지난 13일 대전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집행부 구성이 불발된 것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중앙위원회에서 최철호ㆍ이해원 부위원장 서리와 이영식 사무처장 권한대행(<스포츠조선> 출신)의 제청 및 인준 건이 상정되자 일부 지부 관계자들이 "상근 부위원장을 KBS에서 2명이나 가져가는 것은 안 된다"고 반대했다.

그 이후 20일 중앙위원회에서 최철호 씨가 작성한 회계감사 보고서가 논의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 KBS, 스포츠조선, 국민일보 등 세 언론의 노조 관계자들은 검찰 고발을 주장했고, 나머지는 사실관계에 대한 내부 확인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앙위원들의 의견과 상관없이 이 위원장은 "위원장 직권으로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두 신문에만 횡령 의혹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이 위원장은 중앙위원회에서 공언했던 것처럼 2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이 사건을 고발했다. 이 사실은 이날 오후 5시 이 위원장이 외부에서 전화를 걸어 알려오기 전까지 언론노조 내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위원장은 "언론노조 내부 논의에서 이번 의혹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기초적인 의혹에 대한 자체 검증은 강제적인 조사권이 없는 만큼 소모적인 논쟁과 불필요한 오해를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부득이 국민과 조합원들에 대한 고해성사의 심정으로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철호 피디는 기자간담회에서 이 위원장이 왜 검찰 고발을 강행했는지에 대해 "내가 대답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원칙을 따르는 게 문제를 가장 빨리 풀 수 있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편법을 동원하면 상처가 오래 남는다"고 해명했다.

상처 입은 언론노조, 상처 입은 '이준안 리더십'

노조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가 '도덕성'이라는 점에서 언론노조는 이번 파문을 통해 큰 상처를 입었다. 특히 대선, 한미 FTA 등 언론노조가 '목소리'를 내야 할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상당 부분 대중적 신뢰를 잃은 언론노조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게다가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이준안 위원장에게도 악재가 됐다.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위원장이 "언론노조 내부의 민주성을 훼손시켰다"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노조 내부 사정이 어찌됐든 공식 절차를 무시한 채 검찰 고발을 강행하고 사후 통보한 이 위원장의 행태는 오히려 내부 갈등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고발까지 하면서 신학림 전 위원장 등 의혹 당사자들에게 최소한의 소명 기회조차 주지 않은 점과 관련해서는 "전임 집행부를 일부러 비토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급기야 이 위원장은 26일 오후 긴급 소집된 중앙위원회에서 "조합원의 충분한 민주적 의사수렴과 공식 의결기구를 통한 충분한 진상조사 노력 없이 이번 사태가 진행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며 공개적인 유감 표명까지 해야만 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중앙집행위원회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즉시 전환해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언론노조가 산별 전환 이후 8년 만에 맞이한 최대 위기를 더 이상의 상처 없이 극복할 수 있을지 우려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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