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은 조합비 횡령 등 회계부정 의혹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6일 임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내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결의했다.
신뢰회복 위한 소위원회 설치, 내부 특감 진행
언론노조는 이날 오후 발표한 회의 결의문에서 "거액의 조합비 횡령, 조직 내부의 회계 시스템 붕괴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조합원과 국민들에게 통절히 사과 드린다"면서 "조직 내부의 자정과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해 중앙집행위원회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즉시 전환한다"고 밝혔다.
비상대책위는 이번 사태의 진상조사, 조합원의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개선 등을 위한 소위원회를 산하에 설치하게 된다.
결의문은 이밖에도 "비상대책위의 활동과 독립적으로, 회계감사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언론노조 전반의 회계와 재산 상태에 관한 특별감사를 신속히 진행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의 횡령 의혹은 지난 20일 열린 중집 회의에서 불거졌다. 그 이후 내부 조사를 우선하자는 상당수 중집위원들의 의견과 달리 이준안 위원장은 직권으로 검찰에 고발할 뜻을 밝혔으며 실제로 이 위원장은 지난 23일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이같은 이 위원장의 직권고발 조치가 언론노조 내부에 논란을 낳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이날 결의문은 "위원장은 조합원의 충분한 민주적 의사수렴과 공식 의결기구를 통한 충분한 진상조사 노력 없이 이번 사태가 진행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상근자들 반성하지 않는 모습 비판하려"
한편 언론노조의 이 같은 수습 노력과 별개로 횡령 사실에 대한 진실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3월 16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언론노조 부위원장 서리로 근무하면서 횡령 의혹을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던 KBS 최철호 PD는 서울 여의도 KBS 국제방송센터(IBC) 커피숍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날 언론노조 사무처 상근자들이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해명서가 제 개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해 사실관계를 바로 잡고 상근자들이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비판하려 한다"며 간담회를 열게 된 이유를 밝혔다.
최 PD는 신학림 전 위원장의 횡령 의혹에 대해 "언론노조 규약에 따르면 채용직 직원 다수로 구성돼 있는 사무처 회의는 아무런 결의 권한이 없고 조합 활동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지원은 중앙위 결의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사무처 회의를 통해 신 전 위원장의 급여를 보전해줬다는 사무처 상근자들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또 그는 "코리아타임스 총무부장이 확인해 준 바에 따르면 신 전 위원장이 월급 가압류 분을 전액 돌려받은 시기는 2004년 7월"이라며 "그럼에도 신 전 위원장이 문제의 돈을 언론노조에 돌려 준 시기는 2007년 4월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제기했던 정치자금 배달 사고 의혹에 대해서 "언론노조 박 모 부위원장은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통장에 메모된 돈은 실제로 당시 인터넷 정치 신문에 투자하려고 했는데 지출 명목이 없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박 부위원장은 단독적으로 결정해 집행한 것이 아니며, 자신의 상급자들과 협의를 거쳤다고 했다"며 "전국의 조합원 누가 조합비를 전달하면서 그런 행위를 해도 좋다는 결의를 승인해줬나"라고 밝혔다.
또 최 PD는 이날 횡령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그는 "부위원장 서리를 그만두기 직전 비정규직 기금에 대한 용처가 맞지 않아 확인하던 중 '기타 통장'이라는 새로운 통장이 발견됐다"면서 "당시 사퇴를 앞두고 있어 구체적인 횡령 액수 등은 조사하지 못했으나 밝혀진 금액 외에 추가로 횡령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고발됐으면 지켜봐야 되는 것 아닌가"
최 PD는 자신이 이번 횡령 의혹을 조사하게 된 계기에 대해 "본인과 또 다른 조사자 1명은 집행부가 교체된 뒤 이준안 위원장으로부터 새롭게 참여하는 파견자들의 업무 현황파악을 위해 인수위원에 참가했다"며 "정책실, 교선실 등 업무 현황을 파악한 뒤 마지막날 조합비 운영 현황을 파악하기로 한 날 갑자기 총무부장이 이유없이 병원에 입원해 출근하지 않았으며 이를 의아하게 여겨 몇 건의 회계 처리를 확인해본 결과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발견돼 정밀 실사에 들어가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최 PD는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심각해졌다"며 "나는 진술서와 함께 보고서를 제출했고 중집위원들이 상식에 따라 판단하기를 바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횡령 의혹이 언론노조 내부에서 해결되지 않고 검찰 고발까지 이어지게 된 경위에 대해 "나는 당시 중집회의 도중 나왔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상식과 원칙과 정도 위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검찰에 고발됐으면 그것을 지켜봐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날 "사무처 직원 및 파견자 여러분들은 조합원의 한사람, 언론사 종사자의 한사람으로서 제가 던진 질문에 공개적으로, 조속히 답변해 주시기 바란다"며 진위를 공개적으로 따질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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