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언론노조 '수억 횡령' 의혹 끝내 검찰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언론노조 '수억 횡령' 의혹 끝내 검찰로

'용처 불분명' 1억5000만원 규명이 관건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준안)에서 전임 집행부 당시 수억 원대의 조합비를 횡령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언론노조 안팎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준안 위원장은 23일 상당수 중앙집행위원들이 내부검토가 필요하다며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언론노조 내부 논의에서 이번 의혹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기초적인 의혹에 대한 자체 검증은 강제적인 조사권이 없는 만큼 소모적인 논쟁과 불필요한 오해를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부득이 국민과 조합원들에 대한 고해성사의 심정으로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수사를 의뢰한 부분은 단순 회계처리 미숙이나 규약 위반 수준을 넘어선다고 판된되는 의혹에 대한 것"이라고 밝힌 뒤 "언론노조는 검찰의 조사를 지켜보고 결과가 나오는대로 관련자에 대해 내부적 조치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KBS 지부 등이 검찰 고발 강하게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전임 집행부의 횡령 의혹으로 외부에 드러났지만 그 이면에는 전임 집행부와 현 집행부 사이의 갈등이 깔려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구멍 난' 조합비의 일부가 민주노동당에 정치자금으로 전달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불똥은 정치권으로도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번 의혹은 지난 20일 오후 열렸던 중앙집행위원회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언론노조 총무부장을 맡고 있는 A 씨는 2004년부터 3년 동안 3억3000여만 원을 개인적으로 횡령했다. 언론노조 한 해 예산은 10억 원 가량이며 2000년 산별노조로 전환한 이후 현재 125개 기업별 노조가 소속돼 있다.

그밖에 총선투쟁기금 명목으로 조성한 1억2000만 원 가운데 일부의 집행내역이 허위로 결산처리된 점과 민주노동당에 전달한 돈 9300만 원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점, 전임 간부 중 한 명이 조합비에서 1200여만 원을 대출받아 생활비로 쓴 뒤 되갚았던 사실도 의혹 대상에 올랐다.

이처럼 출처를 의심받고 있는 액수는 약 1억5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이 위원장이 검찰에 사건을 고발하며 "단순한 회계처리 미숙이나 규약 위반 수준을 넘어서는 의혹"이라고 명시한 부분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의 한 관계자는 23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20일 집행위원회에서는 고발을 하더라도 내부 진상조사위원회를 거쳐 심사숙고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며 " "그러나 KBS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국민일보, 스포츠조선 등 일부 지부에서 바로 검찰에 고발하자는 의견을 강하게 제시했고 이준안 위원장이 직권으로 검찰 고발하겠다고 밝힌 뒤 회의를 끝내고 나가버렸다"고 밝혔다.

그 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21일자로 이를 보도하며 이 일이 외부로 알려졌다. <조선>은 23일 사설에서 "도덕성, 투명성, 자정이 언론노조의 버팀목인 듯 행동해 오면서 안으로는 조합비 횡령과 예산 불법 집행을 예삿일처럼 저질러 왔다"며 언론노조를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면 조사해서 횡령한 금액을 회수하면 된다"며 "문제는 이 횡령이 회계상 단순한 실수나 관리 소홀인지, 누군가 의도적으로 횡령했는지의 여부이고 이런 부분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신학림 "횡령건 책임 통감…소명기회 없던 절차 유감"

이같은 의혹에 대해 지난 2003년부터 3·4기 위원장 직을 역임한 신학림 언론노조 전 위원장은 23일 석명서(釋明書)를 발표하고 "총무국 A 씨의 조합비 횡령 건에 대해서는 총체적인 관리감독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 드리며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신학림 전 위원장은 "A 씨의 조합비 횡령 사실을 언론노조 위원장 이·취임식이 끝나고 지난 3월말경 들었고 그것은 청천벽력이었다"며 "바로 본인과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신임 위원장과도 만나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조사해 밝힐 것을 요청했고 당시의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일보>에 보도된 '용처가 불분명한 1억5000만 원'에 대해서는 중앙집행위원회에 제출된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확인한 다음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며 "다만 저를 비롯한 전임 집행부는 조합비를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 없는 사적인 용도로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현 집행부에 대해 "지난 중앙집행위원회에 보고된 내용과 관련해 저를 비롯한 당사자들에게 최소한의 소명 기회를 주거나 만나서 자세한 설명이나 해명을 들었어야 한다"며 "조합 내 기구를 통한 소명 기회를 주기 바라며 그래도 풀리지 않는 의혹이 있다면 사법 당국에 고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저는 단 한 통의 확인 전화도 받은 바 없다"며 "A 씨의 조합비 횡령 부분 말고 전혀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언론 보도를 통해 파렴치한 사람으로 의심 받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노 "답답하다"

민노당도 촉각이 곤두섰다. 김형탁 대변인은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밝힌다.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는 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김 대변인은 "민노당의 각 의원실은 세액공제사업을 통한 후원금 모금에 충실했고 이와 관련된 영수증은 선관위에 있다"고 불법정치자금 유입설에 항변했다. 김 대변인은 "이 외의 별도의 횡령된 돈이 들어온 것은 의원실과 중앙당에도 전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노당은 그러나 '의혹'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김 대변인은 "언론노조 내부의 일이라서 우리가 사실 확인을 위해 접근할 수 있는 통로도 없어 답답하다"면서 "의혹이 반복돼서 나올 경우 대처할 방법도 없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당초 언론노조 '내부의 일'로 의심했던 민노당도 점차 언론노조 '외부의 의도'에 의해 사건이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변해가고 있다. 당 관계자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밝힐 수는 없지만 이번 일을 단순한 사건으로 끝내지 않으려는 모종의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전·현 집행부 갈등 무시 못해"

한편 이번 횡령 의혹이 불거진 것을 두고 언론노조의 허술한 회계관리 체계에 대한 지적과 함께 전·현 집행부 간의 갈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선 이번 회계 감사가 정기적인 것이 아니라 노조 집행부가 바뀌면서 '예외적'으로 이뤄졌으며, 회계 감사를 실시한 것도 언론노조 사무국이 아니라 이준안 위원장이 지시한 KBS 출신 조합원 일부라는 점에서 일종의 '표적 감사'가 아니냐는 것. 언론노조 관계자는 "지난 3월 취임한 이준안 위원장이 직권으로 KBS 출신 조합원 몇 명한테 이전 집행부의 회계를 조사해보라고 예외적으로 지시했고 이를 이번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예외적으로 다룬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회계 보고는 매년 한 차례씩 열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정기대의원회에서 이뤄진다.

이준안 위원장은 지난 2월 진행된 언론노조 선거에서 기존 집행부의 노선을 이어받는 것으로 여겨졌던 경쟁 후보와 달리 현 KBS 노조 집행부의 지지를 받았다. 따라서 이 위원장의 당선에 대해 '사실상 기존 집행부에 대한 비토의 의미가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었다.

그 뒤 언론노조 사무처 등에서는 신임 집행부 인선을 놓고 내부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언론노조 중앙위원회에서 진행된 임원 선출 과정에서 현 집행부가 추천한 후보안이 모두 부결됐다. 따라서 이번 회계 부정 의혹이 이 위원장이 전임 집행부 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일종의 '역공'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