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19일 물밑접촉을 갖고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일부를 합의한 것과 관련해 사회복지학과 교수 및 연금전문가 94명이 "정치권은 정치공학적인 접근을 중단하고 합의에 기초해 올바른 연금개혁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연금제도의 변경은 세대간, 계층간 이해관계 대립이 나타날 수 있는 사안으로 충분한 토론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의석의 과반수를 조금 넘기는 정치공학적인 셈법으로 연금법을 처리하려는 정치권의 발상과 시도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연금 개혁 추진하는 목적이 뭔가
이들은 "이제까지 연금개혁 논의과정에서 정부는 보험료와 급여의 수지균형을 중심에 놓고, 적립 기금의 고갈시점을 얼마나 연장할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제도개혁을 추진해 왔다"고 비난했다. 이는 노후빈곤의 예방과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 소득보장이라는 연금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방향이라는 것.
이들은 "이 같은 계수조정 방식의 제도설계는 연금제도의 근본적 취지와 목적은 사장시킨 채 제도의 골격 유지에만 연연하는 협소한 관점의 재정안정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들은 단지 기금고갈 시점을 연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래의 특정 시점에 기금으로든 조세로든 국민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연금지출의 총규모를 합의하고, 이 범위 내에서 세대 간의 공평한 부담을 지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연금개혁의 본질은 국민연금기금의 고갈을 막는 것이 아니라 노인부양에 소요되는 재원의 총량을 사회 전체가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통제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의 보험요율(9%)와 급여율(60%)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2050년에는 우리나라 연금 지출이 국민소득의 7% 가량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가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이들은 밝혔다. 7% 수준은 유럽 선진국들의 현 연금지출 수준보다 낮거나 유사한 수준이라는 것.
사각지대 해소방안 마련돼야
이들은 또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입대상자의 반 이상을 제도가 포괄하지 못하는 광범위한 사각지대 문제의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이들은 지난 임시국회에서 처리된 기초노령연금제도가 이같은 성격을 띠지만, 1인당 지급액이 월 8만9000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연금이라기 보다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부조의 성격에 더 가깝다고 지적했다.
한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날 실무협상을 갖고 보험요율은 9%로 하되 급여율은 40%로 낮추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당초 국민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공조를 해오던 민주노동당은 이날 자신들은 빠진 채 양당 간 물밑협상을 통해 합의에 이르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노당은 "한번도 국민연금 논의를 한나라당에게 위임한 바 없다"면서 공조를 철회할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서 여전히 국민연금법 개정안 통과를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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