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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욱 님, '살아있는' 전태일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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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욱 님, '살아있는' 전태일 되십시오"

[한미FTA 뜯어보기 449]反FTA 진영 "허황한 광고 불구, 민중의 힘 이길 것"

한국과 미국 정부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지만 한미FTA 반대 운동의 열기가 식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7일 오후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서울 대학로에서 5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연달아 집회를 열고 정부를 규탄하며 '협상 무효'를 주장했다.

또 이들은 이날 저녁 서울광장에서 '허세욱 님의 조속한 회복을 바라는 범국민 촛불문화제'를 열어 허 씨가 하루빨리 병상에서 일어서기를 빌었다. 허 씨는 택시 노동자로 지난 1일 협상이 열리던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 앞에서 분신해 치료를 받고 있다.
▲ ⓒ프레시안

"허세욱 동지는 우리의 거울"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온 몸이 불타 들어가는 순간에도 허세욱 동지는 '한미FTA 저지'를 외쳤다"며 "한미FTA 체제가 지배하는 한국사회에 희망적인 미래는 없다. 이제 비준저지투쟁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받아 안고 한미FTA를 반드시 저지시키자""고 주장했다.

특히 집회에 참가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는 "허세욱 씨가 분신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며 "허 씨가 끝까지 살아 남아서 한미FTA 반대 투쟁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 씨가 후원회원이기도 했던 서울대 앞 사회과학서점 '그 날이 오면'의 김동운 대표는 편지글을 통해 "허세욱 동지는 그 적은 택시기사 월급을 쪼개 여러 군데 후원을 하면서도 서점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서점을 후원하셨던 분"이라며 "동지는 항상 우리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온몸에 불이 붙은 채 '망국적 한미FTA 폐기하라, 굴욕졸속 반민중적 협상을 중단하라, 노무현 정권 퇴진하라'고 마지막 남은 힘을 내서 외치시던 분이 바로 동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순간 온몸아 큰 쇠망치에 맞아 뻣뻣하게 굳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 허 동지를 일으키는 일이 한미FTA를 무효화시키는 것으로 기필코 우리가 동지를 살리겠다. 그리하여 살아있는 전태일 열사가 되셔야 한다"고 말해 집회 참가자들을 숙연케 했다.

▲ ⓒ프레시안

"장밋빛 광고, 민중 심판 받을 것"


범국본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한미FTA 협상은 당초 경고했던 바대로 '얻는 것 없이 마구 퍼주기' 협상, 또 국민주권과 건강권·생명권을 위협하는 망국 협상으로 귀결됐다"며 "이번 한미FTA 협상이 '전면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범국본은 "정부가 자동차와 섬유 분야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으나, 자동차는 수출 분야에서 현지 생산 비율이 높아져 사실상 관세철폐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섬유 분야도 미-싱가포르 FTA보다 후퇴한 6~20개 품목만 원사가 한국산일 경우에만 관세혜택을 받게 돼 이익이 미미할 것"이라며 "기만에 가까운 협상이었다"고 주장했다.

범국본은 또 자동차 세제 변화, 지적재산권 침범, 스크린쿼터 현행유보, 의약품 가격 상승, 투자자-정부 제소 제도, 농어업 피해 등을 언급하며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의 독단을 견제할 책임이 있는 국회와 언론이 책임을 방기할 경우 국민적 심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 ⓒ프레시안

범국본은 "오늘 비록 장밋빛 미래를 선전하는 허황한 광고들이 거리를 메우고 미국과 노무현정부, 보수언론과 관료들의 벽이 두터워 보일지라도 단결해 싸우는 민중의 힘을 당할 수 없다"며 한미FTA 협상안의 국회 비준 저지 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해나갈 것임을 결의했다.

대학로에서 집회를 마친 이들은 오후 4시40분부터 종로와 을지로를 통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까지 행진을 벌였고, 오후 7시부터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허 씨를 위한 추모 촛불문화제는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울산, 청주, 천안, 제주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범국본은 오는 14일에도 전국적으로 촛불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한편 지난 3일 한미FTA 협상 타결 소식에 비관한 채 이웃 주민들에게 공기총을 쏜 뒤 도주한 경북 예천의 농민 이모(44) 씨가 이날 범국본의 집회에 참가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집회장에서 이 씨를 수색하는 전단지를 뿌리는 등 검거 작전을 펼쳤으나 이 씨를 찾지는 못했다.

다음은 '그 날이 오면'의 김동운 대표가 허 씨에게 보낸 편지글이다.
허세욱 동지는 우리의 거울입니다. 허 동지를 일으키는 일이 한미에프티에이를 무효화시키는 것입니다. 기필코 우리가 동지를 살리겠습니다. 그리하여 살아있는 전태일 열사가 되셔야 합니다

허세욱 동지, 꼭 쾌유하셔서 우리 곁으로 다시 오셔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 병상에서 온 몸을 붕대로 감으시고 마취의 깊은 잠에 빠져 계실 동지를 생각합니다.

지난 4월1일 서점에서 일하다가 동지 소식을 들었습니다. 온몸에 불이 붙은 채 "망국적 한미FTA 폐기하라, 굴욕졸속 반민중적 협상을 중단하라, 노무현 정권 퇴진하라"고 마지막 남은 힘을 내서 외치시던 분이 바로 동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순간 온몸아 큰 쇠망치에 맞아 뻣뻣하게 굳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동지가 너무 걱정이 됐습니다. 동지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저들에게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또 원망스러웠습니다. 왜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하셨는지, 왜 저를 또다시 그렇게 부끄럽게 만드셨는지. 그렇습니다.

동지는 항상 우리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셨습니다. 그 거울을 보고 부끄러움을 일깨워 주는 선생님이셨습니다. 지역 행사에서, 집회에서 제가 일하는 서점에 찾아오셔서 뵐 때마다 항상 반갑게 두손을 맞잡고 해맑은 미소를 머금은 채 인사를 하셨지요. 제가 송구스러울 정도로 겸손한 모습으로 말입니다.

미선이 효순이 촛불집회, 용산미군기지 월례집회, 평택미군기지 투쟁, 택시노동자들의 투쟁을 담은 유인물과 포스터를 가져오셔서 서점 앞은 항상 동지가 가져온 포스터로 도배됐고 책상에는 동지가 가져오신 각종 투쟁을 알리는 선전물이 끊어질 날이 없었지요.

서점 운영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아시고 요즘 학생들이 사회적 모순을 인식할 수 있는 인문사회과학 공부를 하지 않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그날이오면' 서점 후원회에 가입하셨죠. 그 적은 택시운전사 임금을 쪼개 그 많은 단체들에 회비를 내고 후원을 하시면서도 말입니다. <그날이오면을 위한 신영복 선생 강연회> 포스터들을 한묶음 가져가셔서 여러 곳에 나눠주시고 강연회에도 직접 오셔서 많이 후원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셨지요.

죄송하다니요. 많이 후원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20만원어치나 되는 상품권을 사러 오셨습니다. 사가지고 가시다가 저에게 전화를 하셨지요. 뭔가 미흡하신 듯한 어조로 도서 상품권을 서점에 사는 것이 서점에 도움이 되는 거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날이오면' 자체 상품권을 사시면 좀더 도움이 되기는 한다고 하니까 한참 가셨던 차를 다시 되돌려 오셔서 '그날이오면' 상품권으로 바꿔 가셨습니다. 조카도 직접 '그날이오면'에 와서 책을 사면 더 좋을 거라고 하시면서요. 조카가 오면 좋은 책을 추천해서 읽게 해달라고 저에게 부탁하시면서 마치 큰부탁이라도 하듯이 하셨습니다.

지금 동지가 계신 병원에서 며칠 전 알게 된 일입니다. 동지가 열심히 활동하는 단체에서 저를 그렇게 자랑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동지의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하는 저를 말입니다. 사경을 헤매며 누워 계신 병원에서 들은 그 얘기는 정말 저를 더욱 참담하고 마음 아프게 했습니다.

허세욱 동지! 동지가 계실 곳은 병상이 아니라 바로 이 자리입니다. 한미FTA를 무효화시키는 그 날, 노동해방의 그 날, 통일의 그 날이 기필코 오게 하기 위해 동지와 함께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는 동지가 정말 필요합니다. 그 길을 끝까지 함께 하기에 부족한 저희들 곁에 항상 계셔서 긴장을 풀지 않게 하시고 열심을 품게 하셔야 합니다. 허세욱 동지! 동지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오셔야 합니다.

그 일이 한미FTA를 무효화시키는 일이고 동지를 죽음보다 더한 고통으로 몰아간 적들에게, 이 땅 민중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가는 적들에게 복수하는 일입니다. 이제 기필코 우리가 동지를 살리겠습니다. 그리하여 살아있는 전태일 열사가 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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