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의 한 아파트 앞 공원에 천막이 들어섰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등 6개 장애인단체들로 구성된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공동투쟁단'은 지난 11일부터 이 곳에서 무기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월 중증장애인들의 단식농성 23일 만에 활동보조인서비스 사업방침 개선을 약속했던 복지부가 지난 3일 스스로 공문으로 약속한 내용까지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사업방침을 일방적으로 하달했다"고 밝혔다.
"공문으로 보장했던 조항 어디 갔나?"
지난 1월 복지부는 4월부터 시행할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서비스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계획에는 서비스 사용시간을 월 최대 80시간으로 제한, 가구소득 기준에 따른 서비스 이용 제한, 서비스 비용 일부 본인 부담 등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공동투쟁단'은 "이 같은 방침은 장애인들에게 자립생활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하면서 중증장애인 25명이 같은 달 24일부터 국가인권위원회 11층을 점거한 채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처럼 장애인단체들이 반발하자 복지부는 지난 2월 15일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서비스 제공 △18세 미만 장애아동에도 성년장애인에 준하는 서비스 제공 △최중증장애인의 기본생계에 필요한 경우 최대 월 180시간까지 사용시간이 가능한 특례 마련 등을 공문을 통해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3일 복지부가 밝힌 활동보조인서비스의 최종 방침은 이와는 달랐다. 폐지를 약속했던 연령제한은 여전했고(만6세 이상 65세 미만) 최대 180시간까지 보장하겠다던 사용시간 특례도 명시되지 않았던 것이다.
단 복지부는 각 시군구로 보낸 사업지침에서 "사용시간 추가 배정에 대해서는 향후 신청 추이나 재정 여건을 감안해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이 지침에 따르면 장애아동의 경우 월 최대 40시간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장애인을 우롱하는 처사"
장애인단체들은 "한마디로 장애인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스스로 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기만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유시민 장관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공문을 통해 약속한 사용시간 특례를 '예산이 남으면 생각해보겠다'는 식으로 대하며 장애인의 생존권을 기만하는 복지부는 '자폭'해야 마땅하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유시민 장관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약속을 이행할 때까지 농성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이 주장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약속 위반이 아니라 협의사항이 구체적인 사업계획으로 수립되면서 서로간 생각했던 범위가 달랐던 것 같다"며 무기한 농성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시간 확대 등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예산 및 규모에 비해 서비스 신청대상자가 많기 때문에 사업을 일단 실시해봐야 알 수 있다"며 "근거없이 서비스가 확대된다면 정말 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들이 이용을 못할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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