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반대를 외치며 1일 협상장인 서울 하얏트 호텔 근처에서 분신했던 허세욱 씨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허 씨의 담당의사는 그의사망확률을 70-80%로 보는 등 앞으로 이틀이 고비인 것으로 전해졌다.
분신한 허 씨가 민주노총 운수노조 택시본부 소속의 조합원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민주노총은 2일부터 예정됐던 이석행 위원장의 제주지역 현장대장정을 긴급 취소하고 운수노조와 함께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허세욱 씨, 의식 되찾지 못한 채 인공호흡기 의지해 숨 쉬어
서울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허 씨는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한강성심병원 관계자는 허 씨가 전신의 63%에 화상을 입은 심각한 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숨을 쉬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수노조 정부영 교육선전국장도 "담당의사의 말에 따르면 허세욱 조합원이 분신 직후 계속 구호를 외쳐 기도화상이 심해 위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허 씨는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뒤 구급차에 이송되는 과정에서도 쉬지 않고 "한미 FTA 체결 반대, 노무현 정권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는 것.
정 국장은 "외상보다는 뇌가 더 중요한데 뇌 손상이 심각한 것으로 들었다"며 "앞으로 이틀이 고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허세욱 씨 외침 무시하면 역사의 심판 면치 못할 것"
한미 FTA 협상이 최종 시한 연기를 거듭하며 막판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허 씨의 분신과 생명 위독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FTA 반대 진영의 긴장도 높아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허 씨의 분신 이후 2일 긴급회의를 열고 '한미 FTA 저지 및 허세욱 조합원 분신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석행 위원장도 이날부터 예정돼 있던 제주지역 현장대장정 일정을 긴급 취소하고 서울에서 비상상황에 긴밀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택시기사뿐 아니라 화물연대 등이 모두 포괄된 운수관련 산별노조인 운수노조도 긴급회의를 열어 운수노조 차원의 총력대응 방침을 고민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일 새벽 성명을 내고 "허세욱 조합원의 분신의 책임은 굴욕적인 한미 FTA 협상을 강행한 한국 정부와 한국민중을 수탈해 자신들의 독점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미국에 있다"며 "정부는 사태의 엄중성과 심각성을 지금이라도 직시하고 협상장을 박차고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국민들은 망국적인 한미 FTA 협상을 막기 위한 절박함으로 애가 타고 피가 끓는다"며 "정부가 온 몸을 불살라 절규하는 허세욱 조합원의 희생을 목도하고도 협상중단의 외침을 무시한다면 역사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세욱 씨가 회원으로 활동했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도 성명을 통해 "협상시한을 연장하면서까지 한미 FTA 타결에 목을 매던 노무현 정부가 기어이 순박한 노동자를 분신이라는 극한적 투쟁으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했다.
평통사는 "허 회원은 택시 노동자로 가난하고 힘들게 살면서도 택시를 타는 시민들에게 평택 미군기지 확장 문제를 설명하고 서명을 누구보다 많이 받아 오곤 했던 진실한 노동자"라며 "허 회원의 분신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노무현 정부와 협상 막바지에 와서야 심각성을 알았다며 허둥대는 정치인들에 대한 경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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