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본관 앞에서 집회를 하기 위해 수십 차례 서울 남대문 경찰서를 찾았던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김대성 부위원장이 23일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힌 얘기다.
무인경비기기 세콤을 파는 일을 하다 지난 8월 남대문경찰서의 잘못된 유권해석으로 하루 아침에 삼성에스원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던 그였다.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6개월이 넘도록 싸워 온 그가 정작 삼성이라는 벽이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를 깨달은 것은 집회 신고를 하기 위해 찾아간 남대문 경찰서에서였다.
동일한 곳에 집회신고가 들어올 경우에 대해서는 딱히 정해진 법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먼저 신청한 곳에 우선권을 주는 것은 대개의 관행이었다. 하지만 그 우선권 부여의 기준을 두고 남대문 경찰서 담당자의 말은 수시로 바뀌었다.
그렇기 때문에 김대성 부위원장은 "삼성을 위해 경찰서가 수시로 기준을 바꾼 것 아니냐"며 삼성과 경찰의 유착관계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던졌다.
"19일 기자회견 대거 연행은 삼성 본관 앞 집회 막기 위한 표적연행"
이들이 이런 생각을 더욱 굳건하게 한 것은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다. 노동자연대와 삼성에스원 공동대책위원회는 그날 오전 공대위 출범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으나 기자회견 시작도 전에 13명의 참가자들이 갑작스레 연행됐다. (☞ 관련기사 보기 : "오늘 '삼성-경찰 유착' 의혹이 풀렸다")
이날 연행됐던 노동자연대의 원영기 홍보실장은 "조사과정에서 경찰도 무슨 이유 때문에 잡아왔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며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라는 말은 들었지만 우리는 도로에 뛰어든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연행됐던 이들은 '별일 없이' 같은 날 밤 9시 경 풀려났다.
그 때문에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국언론노조,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들로 만들어진 삼성에스원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벌어진 일이 "삼성 본관 앞 집회를 방해하기 위한 표적연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언제부터 도로교통법 위반이 폭력적 연행의 대상이 됐냐"며 "경찰은 국민이 두려운 것인지 삼성이 두려운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다산인권센터의 박진 활동가는 "수많은 인권단체들이 수도 없이 이 장소(서울 서대문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해 왔지만 그날 같은 일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다 알면서도 경찰이 삼성 편만 든다"
이들은 그날 벌어진 일이 당일 예정돼 있던 삼성본관 앞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삼성이 경찰에 압력을 넣었거나 경찰이 알아서 삼성을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 본관 앞 집회 신고가 '하늘의 별 따기'인 것 역시 경찰서에 상주하다시피하는 삼성 직원의 노력에 경찰의 협조가 한데 어우러진 탓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박인숙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삼성이 하지도 않는 집회신고를 내는 것은 누군가의 집회의 자유를 봉쇄하기 위한 방해 행위"라며 "이를 알면서도 경찰이 오히려 삼성의 편을 들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2005년 휴대전화 위치추적사건, 2006년 X파일 검·경·언 권력 유착, 에스원 노동자 대량해고, 시사저널 사태와 관련한 언론 통제 등 삼성과 관련한 인권유린과 부정부패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며 "삼성으로 인해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의 현 주소"라고 개탄했다.
이들은 "삼성 본관 앞은 집회의 성역이 아니다"라며 "가난한 국민이 누리고 있는 최소한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빼앗는 삼성과 경찰을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 후에 경찰청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도 관련 사건에 대한 진정을 냈다. 노동자연대는 새달 2일 다시 한 번 삼성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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