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대법원 판결을 전해들은 한 대표는 "제 몸은 당을 떠나더라도 마음은 그대로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이라며 "여러분과 함께 힘을 합쳐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 정치변혁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빌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또한 "이렇게 판결이 났으니 나는 당원 자격도 없는 사람이며, 전 대표로서 인사한다"며 대표직을 사퇴했다.
그는 또한 당사 앞에 모인 1500여 명의 지지자들에게는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고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하는 등 정치활동을 한 데에 한 점의 후회도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한 대표의 대법원 판결 뒤 대표단과 의원단을 중심으로 청와대 항의방문을 하고 지도부 회의를 열어 새 지도부 구성 문제를 논의하기로 되어 있다.
청와대에 전달할 항의문에는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노무현 대통령,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도 참여했고 이들 역시 합법적이지 않은 정치자금을 썼음을 고백했음에도 유독 한화갑 대표에 대해서만 표적 수사하는 것은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고건파 움직임 주목
한편 한 대표는 이날 "이런 경우에 대비해 장상 공동대표를 모셔놨다. 민주당은 앞으로 정계개편 과정에서 장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는 장상 단독대표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대표가 물러나면서 후임 당권을 위한 당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김효석, 최인기 의원, 정균환 부대표 등이 당권 도전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히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를 선호하고 있어 민주당 내의 친(親) 고건파의 움직임도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낙연, 신중식 의원 등도 고 전 총리와 가까운 인사로 꼽힌다.
고건 전 총리도 민주당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고 전 총리는 김종인 의원 등과도 꾸준히 만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년 3, 4월로 예정한 '고건 신당'에 이들이 개별적, 혹은 집단적으로 승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한화갑 대표는 누구? 전남 신안군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6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긴급조치 위반 등으로 3차례의 옥고를 겪으면서 40여 년간 DJ의 가신으로 정치활동을 해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 종료와 동교동계의 좌장으로 군림해 온 권노갑 씨가 실형을 받아 정치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한 대표는 호남지역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계승자를 자처하며 민주당을 꾸려 왔다. 특히 열린우리당과의 분당 뒤 지난 4.15 총선에서 9석의 미니정당으로 전락했던 민주당을 몇 차례의 보궐선거를 통해서 12석으로 끌어올리며 호남 기반을 다졌다. 최근에는 정계개편을 앞두고 '한민 공조론', '독자생존론' 등을 주장해 당내에서 크고 작은 마찰을 빚어 왔다.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임에도 대권도전을 선언하는 등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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