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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사회'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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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사회'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피스앤그린보트'에서 만난 사람들<3> 정범구 전 의원

"이번에 유럽을 여행하면서 깜짝 놀란 게 사람들의 발걸음 속도다. 전과 같은 여유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2006 피스앤그린보트'에서 만난 정범구 전 의원은 15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발걸음 속도가 그 사회를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0년 독일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그는 젊은 여성들의 걸음걸이를 따라가지 못해 허덕이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1990년대 초반 소련 해체 후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모스크바 사람들은 거의 뛰다시피 걸어 다녔다고 한다. 유럽인들의 걸음 속도를 보고 그는 새삼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시스템의 위력을 느꼈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기업과 똑같은 얘기를 해선 안 된다"

정범구 전 의원은 '여행' 중이다. 그는 지난 2003년과 2004년에 걸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 과정에서 17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정계를 떠났다. 그리고 최근까지 2년 반 동안 CBS 라디오에서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끊임없이 사회적 발언을 해야 하는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서 그는 일종의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말부터 약 2달 간 유럽을 여행하고 돌아온 그는 유럽 국가들마저 신자유주의적 질서에 상당부분 편입된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떤 대안을 세우고 있는지 걱정이 됐다"고 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의 문제인데, 정작 정치권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합집산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 정범구 전 의원. ⓒ CBS

"여권의 정계개편 논의를 보면 근본적인 고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국민은 안중에 없이 무모한 짝짓기에 지나지 않은 것 아닌가. 그저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라는 건 명분이 부족하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분당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나보고 열린우리당 창당에 빨리 합류하라고 여러 사람이 종용했었다.

현재 열린우리당의 주요 대권주자 중 한 사람에게 내가 '왜 열린우리당을 만들려고 하는지 나를 설득해 달라'고 했다. '열린우리당의 정책적 지향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더니 '그런 거 얘기할 시간이 없다. 일단 들어와라. 들어와서 얘기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바로 이런 인식 때문에 우리나라의 정당정치가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떻게 권력을 잡을 것인가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대한 대안으로 '불편한 사회'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 과정에서 정치는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 끊임없는 설득과 조정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기업은 지속적인 구조조정만이 살 길이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정치가 똑같은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 정치는 공동체 전체의 이익, 밸런스를 추구해야 한다. 불편한 사회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합의가 필요하고 이를 이끌어내는 것은 정치의 몫이다. 지금처럼 기업은 기업의 얘기만, 노조는 노조의 얘기만 하는 상황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국가흥망 필부유책"

그가 '피스앤그린보트'에 탄 이유는 최근 동북아 지역을 둘러싼 변화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그는 특히 일본 사회의 급격한 우경화에 대해 일본 시민사회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고 한다.

"일본인 개개인은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 굉장히 성실하고, 또 이런 성실성이 일본의 경쟁력이라고 새삼 느꼈다. 이런 부분은 우리가 배워야 한다. 그러나 개인이 정치와는 유리된 삶을 사는 것 같다. 일본 자민당의 장기집권 등의 정치적 문제에 대해 시민사회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일본 우경화의 책임을 보수적인 정치인들의 문제로 돌릴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찬가지로 현 한국 사회의 갈등의 책임을 정치권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백범 김구 선생이 '국가 흥망에는 일개 필부도 책임이 있다(國家興亡 匹夫有責)"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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