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 행사 시작이 임박해오자 정치인들이 속속 행사장 안으로 모이기 시작했고, 서로 인사를 나누기에 여념이 없었다. 열린우리당 인사로는 김한길 원내대표와 문희상, 천정배, 김원웅, 김재홍, 전병헌, 조배숙, 최성 의원 및 신계륜 전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동영 의원은 부인이 대신 참석했다.
민주당 인사로는 김효석 원내대표를 비롯해 조순형, 이낙연, 최인기, 김송자 의원을 비롯해 추미애 전 의원이 눈에 띄었으며, 박준영 전남도지사 및 정균환, 김옥두, 이훈평, 이윤수, 장성민, 김영환 전 의원 등이 서로 인사를 나누며 자리를 잡았다.
열린우리-민주 인사 대거 참석, 한나라는 화환만
이밖에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김대중 도서관 후원회장), 정창영 연세대 총장 등 김대중 도서관 관련인사들과 신건 전 국정원장 및 한승헌 변호사, 한상렬 목사 등 재야인사까지 수많은 인사들이 참석해 연세대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반면 한나라당 측에서는 강재섭 원내대표가 화환을 보냈을 뿐 당 인사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은 당 대표 및 의원들 상당수가 방북 중이어서 김선동 사무총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타악, 아카펠라 등의 사전 공연이 끝난 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와 함께 행사장에 입장했고, 그 뒤를 따라 임채정 국회의장,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한화갑 민주당 대표, 신국환 국민중심당 대표,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이 차례로 입장해 무대 앞 줄에 나란히 앉았다.
최근 '정개개편'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음을 반증하듯 이날 후원회 행사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것을 예상한 기자들이 몰려 열띤 취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공식 석상에서는 정개개편과 관련된 발언은 한마디도 없었다.
김대중 도서관 관계자들은 김대중 도서관이 갖는 사회적·학술적·역사적 의의에 대해서만 설명했다. 김대중 도서관이 내세우는 아젠다는 '민주주의', '평화', '빈곤의 퇴치'다.
DJ "북한은 핵포기, 미국은 북한 안전·경제활동 보장해야"
이날 축사를 맡은 임채정 국회의장은 햇볕정책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미국 관계 해법의 원칙을 각각 강조해 청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특히 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해야 하고,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며, 그러는 가운데 미국은 북한의 안전과 경제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김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대목에서는 참석자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임 국회의장은 "북핵 위기가 고조된 지난 몇 달 동안 강경 일변도의 국제사회에서 김 전 대통령은 거듭 우려와 문제를 제기하며 고군분투해 왔다"며 "다행히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져 왔다"고 말했다. 임 국회의장은 "오늘날과 같은 위기에 햇볕정책의 힘은 더 발휘된다"며 "당파적·정치적 이유로 햇볕정책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직접 지팡이를 짚고 무대 위에 오른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강연대에 앉아 "대화는 친구하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하고도 하는 것"이라면서 아이젠하워, 닉슨, 레이건 등 공산권과 대화를 시도한 미국 전직 대통령들을 언급한 뒤 "여기에서 미국이 얻을 교훈은 분명하다. 공산국가는 억압하고 봉쇄하면 더욱 강해지고,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하면 변화한다는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정말로 미국이 북한의 변화를 바란다면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는 동시에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적 활동의 자유를 주어야 할 것"이라며 "그러면 북한은 제2의 중국, 제2의 베트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준비된 원고만 낭독했다.
김 전 대통령의 강연이 끝난 뒤에는 배우 오정해 씨의 주도로 참석자들이 '아리랑'을 합창하며 행사를 마무리지었다.
정계개편론, "DJ 어느 편 들지 않을 것"
한편 최근 정개개편 이슈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는 가운데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DJ 정계개편 구심점 역할론'에 대해 "그런 것은 아니고, 한반도 평화와 새로운 경제발전을 위해 민주개혁세력을 중심으로 폭넓은 국민들이 참여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시간이 더 지난다고 중병환자가 회생될 수 없다"며 "우리의 일관된 주장은 제3지대에서 창당작업을 하자는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이 어느 정파를 편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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