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 대한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가 26일 국회에서 열렸다. 정연주 전 사장은 불참했지만 정 전 사장과 KBS사장 선임 과정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세형 질문과 열린우리당의 방어형 질문이 계속됐다.
"모든 것이 다 정연주 사장에 의해 이뤄진 일"
정연주 전 사장을 향한 한나라당의 질문은 질책, 권유, 호소 등 다양한 형태로 이어졌다.
한나라당의 장윤석 의원은 "지난 14일 발생한 KBS2 TV의 방송사고는 사장 대행체제라는 비정상적인 운영으로 인해 예고된 사고였다"며 "조직의 기강해이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라고 질책했다. 그는 "기술적인 원인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이는 KBS 내부의 불협화음이 빚은 사고"라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의 김충환 의원은 KBS의 팀제 개편에 대해 "정연주 사장이 추친한 개편이 비용절감 효과가 크지 않으며 직원들 갈등만 유발하고 책임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학원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홍 부사장에게 "지금이라도 차기 사장에 지원한 정 전 사장에게 '본인이 좀 용퇴하는 게 어떠냐'고 말할 생각은 없냐"고 권유하기도 했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한나라당의 박찬숙 의원은 KBS 사장 선임에 대해 노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와 관련해 "중립성 훼손, 편파방송, 정권방송을 문제 삼아 노조원 82.2%가 한 사람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KBS 사상 처음 보는 일"이라며 "양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막기 위해서 KBS노조와 한나라당이 '그 사람'만은 안되겠다고 하는 말에 귀기울여주기 바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화면송출을 사장이 직접 합니까?"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방어도 절실했다.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은 "KBS 기자협회의 설문조사 결과 2003년 3월에 KBS 기자들이 정치적 억압과 로비가 있다고 73%가 답했는데 3년이 지난 2006년 3월에는 그런 억압을 받고 있지 않다는 답변이 67%에 달했다"며 "정연주 사장을 좋아하는 기자들은 기사 간섭을 안해서 좋다고 말한다"며 정 전 사장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공을 '높이' 평가했다.
열린우리당 강혜숙 의원은 방송사고 문제에 대해 "화면송출을 사장이 직접 합니까?"라고 묻고 "사장이 그 잘못을 외부에 사과할 수는 있지만 내부에서까지 사고에 대한 책임을 노조가 사장에게만 떠넘기고 있다"며 노조를 비판했다.
또 강 의원은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KBS가 방송평가에서 '꼴찌'를 말했을 때 부사장께서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셨는데 이에 대해 해명할 기회를 드리겠다"며 KBS의 해명시간을 벌어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홍 부사장이 "KBS는 일반 상업방송과는 달리 수익을 계산해서 자본이나 노동생산성을 일률적으로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답하자 강 의원은 "그런데 이런 자료가 왜 자꾸 언론에 유출되느냐"며 함께 걱정해주는 분위기였다.
'사장추천위' 둘러싼 엇갈린 비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차기 사장 인선과정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KBS를 질책했으나 그 내용은 상이했다.
KBS 이사회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만들어진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사 4인과 외부인사 3인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지난 17일부터 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24일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이 5배수 추천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전격 사퇴해 향후 일정이 불투명한 상태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KBS 사장 인사가 점입가경"이라며 "후보들을 심사하고 점수 매길 사장후보추천위원들이 아직까지 누가 사장에 공모했는지 모르고 있는데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청와대가 정연주 사장를 밀어붙이기 위해 무리에 무리를 거듭하고 있다"며 "어떻게든 정연주 사장만 심어놓으면 끝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민주화 수준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최구식 의원은 "모든 것이 다 정연주 사장에 의해 이뤄진 일"이라고 못박았다.
반면 열린우리당 이광철 의원은 현재 진행중인 사추위에 법적 근거가 없음을 강조하며 "당초 법적근거 없는 조직을 허가한 것은 이사회의 잘못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사추위 구성도 명백한 불법인데 사추위원이었던 지금종 총장의 사퇴로 인해 사장 선임이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게 되는 것인가"라며 "최선의 방법은 사추위가 5배수를 추천하고 이사회는 대통령에게 임명제청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감이 끝나기 직전 열린우리당 윤원호 의원은 "오늘 국감이 정연주 전 KBS사장 국감인 것 같아 대단히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하루 종일 정연주 전 사장 문제로 시달린 여러분 고생하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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