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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가족부'가 남녀평등 사이트라고?"

성폭력 동조, 고발당한 뒤엔 "'김항문' 모른다"

여성 포털사이트 '마이클럽'(www.miclub.com)에서 발생한 사이버 성폭력 사건을 직접 고발하고 나선 일군의 여성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사이버 성폭력 근절 운동이 일고 있다.

이들은 특히 사이버 성폭력을 자행하는 '사이버 마초(Macho)'들의 존재에 집중하고 있다. 마이클럽과 마이클럽 회원들이 지난달 21일 자정 무렵 발생한 '김항문(kimhangmoon)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여성가족부에 반대한다는 '남성가족부'(http://norway.goalibaba.com) 사이트까지 고발한 것도 바로 이 때문.

이들은 지난 8월16일 한 남성 네티즌에 의해 만들어진 이 사이트가 김항문이 저지른 일련의 사이버 성폭력을 동조하고 심지어 조장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성가족부' 회원이 '김항문 성폭행 사건'에 대거 동조"

마이클럽은 지난 8월 22일 최근 이 사이트 '나의 인생 나의 이야기' 게시판에 여성의 항문이 노출된 사진 등과 함께 여성을 비하하는 글 80여 개를 올린 '김항문'이라는 누리꾼과 남성가족부를 정보통신부 등에 고발 조치했다. 마이클럽은 지난 1일 공지글을 통해 "현재 사이버 성폭력 테러를 일으켰던 김항문에 대해서는 원활하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마이클럽 회원 120여 명도 김항문을 사이버 성폭행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정보통신부에 남성가족부 사이트를 폐쇄조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집단 고소에 동참한 한 마이클럽 회원은 4일 <프레시안>과 전화 통화에서 "마이클럽 게시판에서 김항문의 성폭력에 가담한 이들의 IP를 조사해본 결과 상당수가 남성가족부 회원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남성가족부와 마이클럽 게시판에 올린 글의 IP 주소를 확인해보니 동일인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마이클럽 회원들은 김항문이란 누리꾼이 마이클럽에 앞서 지난 19일 포털 사이트 다음의 여성전용 게시판인 '미즈넷'(http://miznet.daum.net)에서 사이버 성폭력을 저지른 직후 남성가족부 사이트에 방문해 이 사실을 알리자, 이 사이트 운영자인 '남성가족부 장관'이 "잘하고 계삼"이라고 댓글을 다는 등 이를 두둔하고 나선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김항문의 이 글은 현재도 남성가족부 사이트에서 볼 수 있지만 '남성가족부 장관'이 단 댓글은 삭제됐다.
▲ 마이클럽 회원들이 증거물로 제시한 화면. 남성가족부 사이트 운영자인 '남성부 장관' 등회원들이 김항문 성폭력에 동조하고 있다. ⓒ프레시안

김항문은 지난달 17일 여성부 자유게시판에서도 사이버 성폭행을 자행한 뒤 이 사실을 남성가족부 게시판에 알렸고, 이 글에 "존경합니다" "김항문니마 정말 최고" 등 김항문을 두둔하는 댓글이 달렸다.

또 김항문은 지난달 21일 남성가족부 남성발언대 게시판에 "아예 남성부 홈피에 따로 테러 구상 게시판을 설립하여 좀 더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페미굴(페미니스트 소굴) 테러를 감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시기를 이렇게 정중하게 건의한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남성가족부, 고발 당하자 관련 사실 전면 부인
'찌질이'란?

다른 사람과 잘 어울려 놀지 못하는 아이를 뜻하는 '찌질이'는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 최고의 욕이다.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를 통해 누리꾼들 사이에 널리 퍼진 이 말은 개념 없고 맥락 없는 '헛소리'를 하는 이들에서부터 음란물을 퍼다 나르는 등 사이버 성폭력을 일삼는 이들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넓은 의미로 쓰인다.

통상적으로 저질스런 행동으로 사이버 공간을 어지럽히는 누리꾼을 의미한다.


'김항문 사건'과 관련해 마이클럽이 남성가족부를 고발하는 등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적.행정적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게 되자 이들은 김항문 사건과 연관성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남성가족부 관계자들은 사이버 성폭력은 전적으로 김항문 개인이 한 것이지 자신들과는 상관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급기야 일부 남성 누리꾼들 사이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던 김항문은 하루 아침에 '찌질이'로 전락했다.

따라서 IP 추적 등 김항문 색출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곳도 남성가족부 사이트다. 사이트 운영자인 '남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3일 글을 올려 "다들 김항문이 외국에 산다고 알고 계시는데 아마 한국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며 "잘 아시는 분한테 물어보니 프록시를 돌리면 외국 IP가 가능한데, 이 경우 국내에 있지만 잡기가 좀 많이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지난달 31일 "언론에서 대 놓고 (남성가족부를) 마초 사이트로 만들어 버린다"면서 "웃대(웃긴대학 http://www.humoruniv.com)나 디시(디시인사이드 http://www.dcinside.com) 같은 곳은 찌질 백수 사이트라고 기사 내야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앞서 그는 남성가족부 소개에 올린 프로필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 중 한 사람으로 '웃대 총장'을 꼽았었다.

그는 또 "정책자료실도 여성부 정책 패러디인데 왜 다들 이해 못하냐"고 새삼 '패러디 사이트'임을 강조했다.
▲ 마이클럽 고발 후 김항문은 남성가족부 사이트 내에서 비난받고 있다. ⓒ프레시안

남성가족부 장관 "내가 직접 사이트 폐쇄할 수도…"

마이클럽 회원들은 남성가족부가 '김항문 사건' 이외에도 '남성발언대' '국민휴게실' 등 게시판을 통해 일어나는 숱한 사이버 성폭력을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운영진이 직접 올린 '남성가족부 소개' '정책자료실' 등에도 성희롱적이며 여성 비하적인 표현이 많다.

이에 대해 '남성가족부 장관'은 3일 공지를 올려 "이곳이 100% 유머사이트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강력 투쟁 사이트도 아니다"며 "넷(인터넷) 사회에서 남성부의 수요가 높고, 혹시라도 (남성으로서) 받은 차별이나 불만 등을 서로 이야기 하는 곳이지 여성부 해체 등 활동을 하는 곳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편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정책이나 일부 게시판은 조금 진지함이 떨어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초 사이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만약 너무 진지하고 딱딱해진다면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도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페미니스트들과 싸움밖에 없을 것인데, 그럴 경우 내가 손수 사이트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SBS, 남성가족부 사이트를 남녀평등 사이트로 소개

한편 지난달 28일 SBS의 아침 프로그램인 <생방송 모닝와이드>가 '남성가족부'를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사이트로 소개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모닝와이드는 이 사이트에 대해 "여성가족부의 홈페이지를 패러디한 이 홈페이지는 우리사회가 지나치게 여권신장에 집착하고 있다며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녀평등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많은 남성 네티즌들이 호응을 하고 있고 여성 네티즌들도 호기심에 방문을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보도와 관련해 마이클럽 회원 '별사' 씨는 29일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을 통해 "(확인 결과) 담당자는 이슈가 되는 사이트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외주제작팀의 작가가 수집한 자료 중 몇 가지를 선택했을 뿐이라고 말했다"며 "방송의 최종 책임을 져야하는 방송사 PD는 이 사이트를 방문해 본 적도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제대로 취재하지 않고 방송을 했다는 이야기"라면서 "그렇지 않고서 사이버 성폭력을 저지른 사이트를 여권신장 집착 운운하며 남녀평등 사이트로 소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 방송사의 흥미위주의 허술한 방송이 사이버 성폭력 사이트를 남녀평등 사이트로 바꿔놓고,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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