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불똥'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에게로 튀나?
오는 18일로 예정된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난타전'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 야 3당뿐 아니라 열린우리당 내 일부 의원들도 김 후보자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무시한 채 인사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정치적 부담의 상당 부분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준 교육부총리 카드'를 밀어붙인 장본인인 노 대통령은 이를 묵인한 김 의장 뒤로 숨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내각 인사와 관련해 제청권자로서 공동 책임을 지고 있는 한명숙 총리도, 당도 모두 김 의장에게 일차적 책임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 총리, "여성 부총리 천거" "김병준 막판까지 고심했다" 주장도
한 총리는 9일 오전 방영된 SBS <한수진의 선데이 클릭>에 출연해 "(여성 총리로서) 여성을 내각에 들여보내는 부분을 책임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 부총리 문제를) 대통령과 의논했다"며 지난 7.3 개각 당시 노 대통령에게 여성 부총리를 천거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추천 대상이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 중 어느 쪽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그 정도로만 하자"며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김병준 후보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또 당내 일각에선 한 총리가 막판까지 제청권 행사 여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총리는 개각이 발표되기 전날인 2일 저녁까지도 김병준 후보자가 최종 개각 명단에 포함될지 여부를 정확히 모르고 있는 눈치였으며, 그대로 개각이 될 경우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고 연기시킬 생각도 갖고 있었다고 여당의 한 의원이 전했다.
한 총리는 또 2일 낮 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었던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문희상 의원에게 만일 노 대통령이 김 전 실장을 임명하려는 분위기라면 당내 반발기류를 정확히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처럼 김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었던 한 총리가 3일 제청권을 행사한 것은 김근태 의장 때문이라는 것. 김 의장은 이날 오전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김병준 후보자에 대해 문제제기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지난달 29일 만찬을 통해 어렵사리 봉합한 듯 보이는 당청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김 의장이 서둘러 노 대통령의 뜻을 수용한다고 밝힘에 따라 한 총리도 반대할 명분을 잃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당내 일각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미 지난달 30일 개각 관련 내용이 언론을 통해 다 알려졌다"며 "한 총리가 개각 전날까지 이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한 총리가 여성 부총리를 천거했다는 것은 내각에 여성을 많이 기용하자는 뜻이지 김병준 교육부총리 인선을 반대해서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김근태, 노대통령에게 당 반대 의견 전달 안 해"
또 김 의장이 노 대통령의 '김병준 카드'를 승인하면서 다소 누그러드는 듯했던 당내 반발도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번 반발은 인사를 밀어붙인 노 대통령이 아니라 당과 청와대 간 '기싸움'에서 밀린 김근태 의장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회동을 하루 앞두고 김 의장이 28일 노 대통령과 독대하기 직전에 김한길 원내대표가 김 의장에게 당내의 김병준 반대 기류를 전달해달라고 당부한 사실이 지난 주말을 전후해 당내에 알려지면서 상황이 급전직하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 의장은 노 대통령과 독대 자리에서 개각 얘기를 꺼내지도 못했다는 얘기다.
이에 김 의장은 3일 당 비상대책회위에서 김한길 대표에게 "대통령에게는 말을 하지 못했고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만 전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각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4일부터 2박3일간 김 대표가 돌연 휴가를 떠난 것도 김 의장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의 표시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이처럼 북한 미사일 발사라는 외부 변수도 작용해 잠잠해졌던 김병준 후보자에 대한 당내 반발은 국회 청문회 일정이 잡히면서 다시 불거지고 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공세에 여당 의원들이 과연 얼마나 적극적으로 '바람막이' 역할을 할지도 의문이다.
물론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는 총리 등의 인사청문회와 달리 인준 표결을 전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김 후보자가 '후보자'라는 꼬리표를 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인사 청문회 결과 '부적격' 판정이 나더라도 구속력이 없어 대통령이 국회의 인사의견을 꼭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이 험난하면 험난할수록 김병준 후보자의 인선이 강행된 데 대한 정치적 책임은 무거워지고, 이는 결국 여권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한 겹 더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김근태 의장에게 돌아갈 몫이 제일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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