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당 지도부 전원이 참석한 청와대 회동 전날인 28일 저녁 2시간 가까이 단독 면담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은 지방선거 결과, 부동산 정책 수정, 당청관계 등을 주제로 밀도 있는 논의를 가졌으나, 개각과 관련된 내용은 일절 없었다고 밝혔다.
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4일 이 사전회동 자리에는 노 대통령, 김 의장,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참석했고, 이 자리에선 "김병준 교육부총리 내정 등 개각에 관한 내용은 한마디도 없었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개각 이야기까지 할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우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개각에 대한 구상이 언제 시작됐는지는 모르지만 개각을 결심하고 단행한 시점은 29일 지도부 만찬 이후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그는 30일 열렸던 의원 워크숍을 통해 의원들이 개각에 반발하는 기류가 심상치 않자 김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가 1일 이병완 비서실장과 한명숙 총리에게 각각 당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우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김 의장은 노 대통령에게 지방선거 후유증을 호소하며 "당을 좀 도와달라. 지금은 대통령의 도움이 필요할 때"라고 요청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 돕겠다"고 답했다.
김 의장은 특히 노 대통령에게 탈당에 관한 의중을 직접 물으며 "탈당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고, 이에 노 대통령은 "탈당은 한번도 생각한 일이 없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같이 만들어보자"며 이같이 말했다.
양측은 또한 부동산 정책 수정에 관한 논의를 했다. 김 의장은 "부동산 문제에 관해 상당히 많은 국민들의 이야기가 당에 전달됐다"며 "당 입장에선 투기 근절과 주거 안정이라는 부동산 정책의 기본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당이 담보할 테니 대통령도 중산층과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힘 써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정책의 일관성은 매우 중요하지만 (김 의장의) 말을 들어보니 정책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일부 서민이 세제문제로 어려운 일이 있다면 생각해보겠다. 경청하겠다"고 답했다.
양측의 단독 면담은 노 대통령이 요청했다고 한다. "당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듣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우리당이 뒤늦게 단독면담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공개한 것은 개각과 관련된 '사전 조율'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김 의장에게 "탈당은 없다"는 '선물'을 안긴 노 대통령이 불과 며칠 뒤 당의 부정적 입장을 전달받고도 '김병준 개각'을 단행한 것으로 확인됨으로써 당-청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임을 재확인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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