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청운동 동사무소 근처에 작은 공원이 하나 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곳이다. 청와대와 가깝다는 이유로 집회나 기자회견 장소로 자주 이용돼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이곳에서 열려고 하는 집회를 경찰이 불허함으로써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 청와대 근처에서는 '집회 원천봉쇄' 태도
범국본는 4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인근에서 소규모 집회를 개최하기로 계획했지만 관할서인 종로경찰서가 이를 불허했다"며 "이는 정부의 눈치를 본 경찰서 측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범국본은 다음주에 열리는 한미 FTA 2차 본협상을 앞두고 오는 12일 종로구 청운동과 신교동 등 청와대 주변에서 집회를 개최하기 위해 모두 13건의 집회 신고서를 지난달 29일 종로경찰서에 제출했다. 하지만 종로경찰서 측은 집회장소의 위치상 교통혼잡이 우려되며 공공질서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불허를 통보했다.
범국본은 "월드컵 거리응원 당시에는 수시로 광화문 네거리를 차단하고 차량을 막아주던 종로경찰서장이 차도가 아닌 인도에서 30여 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석운 범국본 공동집행위원장은 "올해 6월 초 미국 워싱턴 원정시위 과정에서 백악관 바로 옆에서 집회를 열었지만 미국 경찰은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이런 모습이 언론을 통해 우리 국민에게 알려졌다. 그런데 종로경찰서는 청와대에서 1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여는 집회조차 원천봉쇄하고 있다"며 종로경찰서의 집회불허 방침을 비판했다.
신라호텔 주변은 난데없는 '호텔직원 환경정화 집회' 신고돼
범국본의 집회 계획에 장애가 되는 일이 또 있다. 한미 FTA 2차 본협상이 열리는 장소로 알려진 신라호텔의 주위에서는 협상기간 내내 환경정화 캠페인이 열리기로 돼 있다. 범국본의 집회를 막기 위해 호텔 측이 협상기간 내내 일출부터 일몰까지 낮시간 동안 장충단 공원부터 신라호텔 앞까지의 구간에서 호텔 직원들이 참가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동일한 집회장소를 두고 같은 시간대에 2개 이상의 집회신고가 들어올 경우 먼저 신고된 집회에 우선권을 주도록 돼 있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규정을 이용한 것이다.
범국본은 5일 신라호텔을 방문해 호텔측이 집회장소를 선점해 FTA 관련 집회를 방해하려는 것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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