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FTA 제1차 본협상과 달리 이번 2차 본협상은 서울에서 열리는데다 국회가 한미 FTA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상태여서, 그동안 정부의 한미 FTA 졸속추진에 대해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명해온 각 분야의 이해당사자들과 시민사회단체, 노조, 일반 시민들이 대거 거리로 쏟아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3일 '한미 FTA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FTA 범국본)'에서는 한미 FTA 저지 위한 '5대 국민행동지침'을 발표했으며, 민주노총은 오는 12일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서울 종로구 안국동 달개비(옛 느티나무 까페)에서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추진하는 무리한 한미 FTA 추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FTA는 정책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무책임하고 무대책한, 그리고 불투명한 한미 FTA 추진이 가져올 국민적, 국가적 재앙을 막으려는 모든 사회단체, 정부, 국회의 구성원들과 최선을 다해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개방이냐 쇄국이냐가 아니라 '어떠한 개방이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말로, 한미 FTA에 대해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FTA에는 정형이 없으며 정부가 이야기하는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 "경제정책에 대한 주권과 공공성 및 사회통합을 확보할 수 있는, 우리 사정에 맞는 '맞춤형 FTA'를 추진함이 가능하며 또한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맞춤형 FTA'란 "미국식 혹은 신자유주의적 FTA가 아닌 국내정책에 대한 주권 확보와 공공성 및 사회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상호호혜적인 FTA"라는 게 민변과 참여연대의 설명이다.
이들은 '맞춤형 FTA'에 더해 한미 FTA가 갖춰야 할 조건을 제시했다. 이들은 "각 산업, 영역, 사안별로 우리의 마지노선이 지켜질 수 있는 FTA가 필요하다"면서 "가능한 많은 유예품목과 예외조항을 두고 자유화의 이행기간도 가능한 최장기로 해 사회의 피해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낮은 수준의 FTA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 FTA는 이러한 FTA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FTA 추진전략은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 FTA는 우리가 바라는 어떤 조건도 충족시킬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잘못된 한미 FTA 추진전략에 기초해 준비부족인 상황임에도 협상시한을 정해두고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현재의 한미 FTA 협상은 전국민의 현재와 미래의 삶을 담보로 한 무책임한 월권행위"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국민적 신뢰기반 상실한 한미 FTA"
민변과 참여연대는 한미 FTA 협상의 모든 과정이 밀실에서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강하게 문제제기하면서 정부에 대해 한미 FTA를 추진하게 된 경위, 협상내용, 과정 등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1차 협상에서 합의된 최소한의 부분조차도 공개하지 않고 추가적 협상을 추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1차 협상 결과에 대한 정부의 비공개는 정부가 1차 협상안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각계각층의 의견수렴과 이해당사자의 검토를 사전에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라면서 "정부의 태도는 '국익'을 자임하여 모든 의사결정을 독점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반민주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지금까지 언론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알려진 한미 FTA 협상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공동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미 통합협정문 공개와 관련해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과 함께 '권한쟁의심판'을 법원에 제출한 상태이며 향후 구체적인 협상 내용에 대한 반박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오는 9월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FTA와 관련해 정부를 모니터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부를 견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한미 FTA 저지 총파업 들어갈 것"
민주노총은 오는 12일 한미 FTA 협상을 저지하기 위한 총파업에 돌입한다.
민주노총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12일 오전 10시부터 서울을 위시해 40만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국 총파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업에는 금속노조 12만 명, 공공노조 5만 명, 사무노조 2만 명, 언론·건설·택시 노조 각 1만 명이 참여하며, 서울 광화문과 시청에 농민을 포함해 총 10만여 명의 시위대가 집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 등 사회단체도 이 집회에 참여할 예정이며,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총회 등의 형식으로 동조 행동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FTA 범국본, 한미 FTA 저지 '5대 국민 행동지침' 발표
'한미 FTA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범국본)'의 대표자 30여 명은 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0일부터 서울에서 개최될 한미 FTA 2차 협상을 저지하기 위한 '5대 국민 행동지침'을 발표했다.
여성공대위의 윤금순 공동대표가 발표한 '5대 국민 행동지침'은 '2차 범국민대회 등 각종 실천활동에 동참하기', '인터넷 서명운동 및 모금활동 하기', '정부에 항의메일 보내기' 등이다.
민중연대의 정광운 상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를 무역협정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노예협정일 뿐"이라며 "한미 FTA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걷어내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광운 상임대표는 "10만 명이 모일 7월 10일은 단순히 데모하는 날이 아니라 2차 협상을 박살내는 날"이라며 "그동안 홍콩과 워싱턴에서 싸우느라 고생했는데 이번에는 서울에서 저비용·고효율 투쟁을 전개하자"고 말했다.
"2차 본협상…브레이크 없는 죽음의 질주"
전북지역대책위원회의 이강실 공동대표도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한미 FTA 협상은 국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브레이크 없는 죽음의 질주를 강행하고 있다"며 "만일 한미 FTA가 체결된다면 대다수 국민은 빈곤과 사회양극화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강실 공동대표는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사기 공청회가 두 차례나 국민들의 우려와 분노로 무산되었다"며 "정부는 미국의 요구와 정치일정에 따라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비상식적이고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강실 공동대표는 "만일 한미 FTA 협상이 강행된다면 온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비통한 심정으로 협상의 전면중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범국본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한미 FTA 협상의 중단을 촉구하는 5대 국민 행동지침'이다.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5대 국민 행동지침> 1. 7월 12일 오후 4시에 열리는 '한미 FTA 저지 2차 범국민대회'(광화문)와 저녁 6시에 열리는 '청와대 인간 띠 잇기'에 친구, 동료, 가족과 함께 참여합시다. 2. 한미 FTA 2차 본협상 전 기간(10~14일)에 협상중단을 촉구하는 실천에 적극 참여합시다. 3. 시국선언, 서명운동, 모금활동, 인터넷 머리말에 [FTA굴욕] 표시 달기 운동 등에 동참합시다. 4.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검은 리본을 달고 현장과 사무실, 마을과 집 앞에 현수막과 깃발을 부착합시다. 5. 청와대 · 외교통상부에 항의메일을 보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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