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병대원들이 지난 4월에도 이라크의 한 장애인을 "저항세력과 연루 의혹이 있다"며 잔혹하게 살해한 뒤 문제가 불거지자 돈을 주며 가족들을 회유하려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이 5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라크 주둔 미 해병대는 지난 4월 26일 해병 5연대 3대대 소속 대원들이 함다니야 마을에서 테러용의자인 하심 이브라힘 아와드 알-조바이와 교전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하심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 해병대는 하심의 옆에서 AK-47 소총과 삽 한 자루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미 해병대는 하심이 바그다드 서부 아부 그라이브 인근에 있는 자기 집 앞에 폭탄을 묻기 위해 구덩이를 파고 있다가 자신들에게 적발돼 교전을 벌이다 사살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심의 가족과 이웃들은 이러한 주장은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확보한 가족과 이웃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건 당일 새벽 해병대원들이 하심의 집으로 찾아와 방안에 있던 그를 밖으로 끌어낸 뒤 얼굴에 네 차례나 총을 쏴 무참하게 살해했다는 것이다.
특히 가족과 이웃들은 하심의 옆에 놓여 있던 소총과 삽은 하심의 것이 아니라 해병대원들이 이웃 주민에게 빌려다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하심의 가족은 몇몇 미군 병사가 지난 주 자신들을 찾아와 해병대의 발표대로 하심이 테러와 연루돼 있다고 증언해 주면 돈을 주겠다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잘 알고 있는 변호사들은 7명의 해병대원과 해군 1명 등 8명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현재 면직 처리돼 캘리포니아 펜들턴 기지에 수용돼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이들 가운데 계급이 가장 높은 병사는 하사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가 확보한 사진에 따르면 하심은 한쪽 뺨에 2발, 턱에 1발, 입 부위에 1발 등 모두 4발의 총을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심의 가족은 하심은 저항세력이 아니며 그가 왜 살해됐는지 알 수 없다고 오열했다. 현지 한 경찰관도 하심은 저항세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펜들턴 기지의 해병 1사단 대변인 로턴 킹 중위는 WP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미군 장교들이 하심 사망사건 조사를 위해 몇 차례 가족들을 방문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같은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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