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김완 활동가는 4일 "월드컵 열기가 국가주의 및 상업주의와 결합하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면서 월드컵 열기의 부작용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이 월드컵 열기를 과도하게 부추기면서 평택 사태, 한미 FTA 등 중요한 사회적 의제들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는 하나'와 같은 구호가 폐쇄적인 국가주의를 부추길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김 활동가는 이런 취지를 담아 '대한민국은 지금 월드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말 없나요', '월드컵 보러 집 나간 정치적 이성을 찾습니다', '나의 열정을 이용하려는 너의 월드컵에 반대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스티커 1만2천 장을 제작했다.
스티커의 제작비용은 주위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조금씩 갹출한 돈으로 마련했다. 김 활동가는 취지에 공감하는 활동가들과 함께 과도한 국가주의 및 상업주의와 결합한 월드컵의 폐해를 알리는 활동을 계속 벌여나갈 예정이다.
김 활동가가 속한 문화연대는 지난 2월 서울시가 SK텔레콤, KBS, SBS,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이 참여한 컨소시엄에 '시청 앞 광장과 청계광장에서 거리응원을 독점적으로 주관할 수 있는 권리'를 넘긴 데 대한 비판을 전개한 바 있다. 당시 문화연대는 "서울시가 광장을 재벌에 팔아넘김에 따라 월드컵 거리응원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축제가 아닌 재벌의 마케팅 행사로 전락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김완 활동가와의 일문일답.
"방송사들의 열기 부추기기 배후에 중계료 인상이 있다" 프레시안 : 월드컵 열기는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인데, 이걸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김완 : 월드컵 열기의 부작용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축구경기에 열광하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보는 게 아니다. 국가와 언론, 재벌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열기를 다른 의도로 이용하는 게 옳지 않다는 것이다. 노르웨이와의 평가전이 열렸던 지난 2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의 응원 풍경을 예로 들어보자. 이날 응원 풍경은 2002년 거리응원과 많이 달랐다. 2일 서울시청 앞 광장 응원에 참가한 시민들은 SK텔레콤이 마련한 쇼 프로그램을 보는 관람자에 불과했다. 평소 축구를 좋아하던 이들은 이번 평가전 때의 응원이 불편했다고 이야기한다. 2002년처럼 시민들의 자발적인 열정을 발산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지난 2월 서울시가 거리응원을 독점적으로 주관할 수 있는 권리를 SK텔레콤 컨소시엄에 넘겼을 때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프레시안 : 2002년에도 재벌이 월드컵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았다. 당시에도 대부분의 언론은 월드컵 열기를 부추겼다. 2002년 월드컵과 올해의 차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김완 : 여러가지 차이가 있다. 우선 국내에서 월드컵이 열린 2002년에 비해 방송사가 내야 하는 경기중계료가 크게 올랐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중계료 부담을 메꾸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월드컵 열기를 부추겨야 한다. 게다가 많은 언론사들이 시청 앞 거리응원을 주관하는 SK텔레콤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월드컵에 관한 한 언론과 재벌이 한 배를 탄 것이다. 올해 월드컵에서 대부분의 경기가 한국시간으로 새벽에 열린다. 낮 시간에 국내에서 경기가 열렸던 2002년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를 만회하기 위해 월드컵에 상업적 이해가 걸려있는 세력이 더욱 적극적으로 열기를 부추기고 있다. 프레시안 : 스포츠에 대한 열광이 국가주의와 결합할 때 빚어지는 '스포츠 애국주의'의 문제점은 과거에도 종종 지적돼 왔다. 그런데 이런 지적은 보통 지나치게 학술적인 방식으로만 제기돼온 것 같다. 또 지식인의 지나친 엄숙주의라는 지적도 있다. 김완 : 평택 사태, 한미 FTA 등 사회정치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 희석된다는 것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항상 이런 딱딱한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 사회문제에 대한 참여를 미뤄놓고 축구경기를 즐기는 게 나쁘다는 것도 아니다. 단지 사회정치적 의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정부가 월드컵을 활용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스포츠를 이런 방식으로 활용해온 예는 과거에도 흔했다. 사회정치적 문제에 대한 관심의 약화를 우려하는 것은 '지식인의 지나친 엄숙주의'가 아니다. 아주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또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시민단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월드컵 열기가 2002년처럼 달아오른다면 당신의 활동에 대한 대중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김완 : 반발에 부딪힌다면 감수하는 수 밖에 없다. 흔히 월드컵은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의 축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축제는 어디까지나 축제일 뿐이다. 대중의 열정을 자유롭게 발산해야 할 축제를 다른 의도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축구를 정말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이런 주장에 공감하리라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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