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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이 양보ㆍ관용 강조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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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이 양보ㆍ관용 강조하는 이유는?

[기자의 눈] '선거 후' 정치권 이합집산 대비한 메시지?

청와대는 지난 9일 정책고객서비스(PCRM)에 등록된 이들에게 '프랑스 톨레랑스(Tolérance)의 재조명'이라는 대통령 보고서를 이메일을 통해 보냈다.
  
  OECD 대표부에서 올린 이 보고서는 "프랑스의 톨레랑스 정신은 사회 통합의 핵심"이라며 "관용의 정신이 부족한 한국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몽골 울란바토르의 한 음식점에서 동포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려고 한다"며 사실상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노대통령, '관용' '양보' '타협' 강조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 4월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놓고 여야간 대치정국이 계속되고 있을 때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여당에 '대승적 양보'를 주문하기도 했다. 여당이 대통령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민주노동당, 민주당과 연합해 3.30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 등 시급한 법안을 처리했지만 말이다.
  
  관용, 양보, 타협 등의 정치적 메시지는 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할 당시부터 강조해 온 것이라는 점에서 새로울 것은 없다. 노 대통령은 대연정을 제안하면서 '상생과 타협의 정치'를 강조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노 대통령이 다시 관용과 양보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대연정과 마찬가지로 정치권의 지각 변동이 예고돼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여당, 지방선거 '먹구름'…노대통령 탈당은 희망사항?
  
  지방선거가 불과 2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치권의 관심은 선거가 아니라 '선거 이후'에 더 기울어져 있는 듯하다. 본격적인 선거전도 시작 안 됐는데 여당 내부 분위기는 '무기력' 상태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천 비리, 성추문 등 각종 '악재'가 연이어 터져도 당 지지율은 변화가 없다. 한나라당 지지율은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떨어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7.9%가 "한나라당이 잘못한 것이 많지만 우리당을 더 싫어해서"라고 답할 정도니, 여당 관계자들도 난감할 따름이다.
  
  '혹시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금실 후보가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를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지만 지지율 격차는 좀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당의 관심은 선거 결과 보다 '선거 후'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열린우리당이 전북과 대전 2군데만 앞서고 있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 결과로 그대로 이어진다면 여권의 지각 변동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당장 선거 패배 책임을 물어 정동영 당 의장 사퇴 요구가 나올 것이며, 정 의장의 사퇴 여부는 여당 내 차기 대권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당 의장 선거 이후 몸을 낮추고 때를 엿보던 김근태 최고위원이 지난 4일 한 강연에서 한미 FTA와 관련해 "참여정부가 '제2의 IMF'의 대리인이 되었다는 비판은 받지 말아야 한다"며 현 정부와 '각'을 세우고 나선 것도 지방선거 이후를 대비한 포석으로 보인다.
  
  만약 정 의장이 물러난다면 일단 당권은 김 최고위원에게 승계된다. 당권이 김 최고위원을 정점으로 하는 '재야파'에게 넘어가게 되면 여당과 노 대통령과 '결별'은 더욱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최근 여당 관계자들은 "지방선거 후 노 대통령이 탈당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아니, 노 대통령의 탈당은 어쩌면 차기 정권 창출을 위해 현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여당의 희망 사항일지도 모른다.
  
  정치 상층부의 이합집산 꾀하는 양보와 타협?
  
  이같은 여당의 움직임과 별개로 노 대통령 입장에서도 지방선거 이후를 대비해야만 한다. 선거 후 정치 상황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등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사학법 재개정 문제와 관련해 여당에 양보를 주문한 것이나 해외 순방을 떠나기에 앞서 40대 수석들을 전진 배치하는 청와대 비서실 개편을 단행한 것도 모두 지방선거 이후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또 9일 갑작스럽게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도 노 대통령이 처한 정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북한 측이 노 대통령의 제안에 응할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향후 정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적어도 정상회담을 마칠 때까지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을 계속 쥘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에게 '관용과 양보'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 운영을 해 나감에 있어서나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 상황에서도 매우 유용한 메시지다. 권력 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대연정과 같은 사회적 대타협 구조를 창출하자고 설득하려거나, 국회에 개헌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기하려 할 때 관용, 양보, 타협은 매우 중요한 명분과 잣대가 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탄핵 사건'을 계기로 2004년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점하는 여대야소 정국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지층의 요구와는 거리가 먼 국정운영 방식으로 2차례의 재보선에서 참패해 국회는 다시 여소야대 상황이 됐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 정치권의 관심은 빠르게 차기 대선으로 옮아갈 것이다. 그러나 정당 정치 기반이 허약한 한국 정치 상황에서 대권 경쟁을 둘러싼 게임은 정치 상층부의 이합집산의 결과로 이해되는 측면이 강하다.
  
  다만, 노 대통령은 지난 7일 해외 순방을 떠나기에 앞서 청와대 참모진들을 만난 자리에서 특별히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 고속철도(KTX) 여승무원들의 점거 농성, 한미 FTA 반대 시위 등에 대한 '엄정한 대응'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이 강조하는 관용과 양보, 타협의 정신은 정치권을 벗어나서는 통용되지 않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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