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5.31 지방선거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카드'로 내세운 한명숙 총리와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등 두 여성 정치인이 '여성 문제'로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위치한 강금실 후보 선거캠프 회의실에는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고속철도(KTX) 여승무원 40여 명이 지난 6일 오후부터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강 후보 개인에게는 어떤 유감도 없고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이 문제에 대해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고 농성을 벌이는 이유를 밝혔다.
또 한 총리는 지난 4일과 5일 평택 미군기지 이전 부지에서 발생한 군.경찰과 시위대 간의 충돌 과정에서 경찰이 폭력과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곤혹스런 상황이다. 민주노동당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진압 과정에서 자행된 성추행 사건 등을 폭로하면서 "얼마 전까지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가 등장해 딸들에게 희망을 주고 여성인권을 신장시킨다는 정부가 이런 일들을 백주대낮에 자행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강금실, KTX 여승무원과 노대통령 사이에서 곤혹
정리해고 예정일(15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KTX 여승무원들은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강 후보 캠프 점거농성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파업 이후 철도공사는 물론이고 총리실, 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모든 곳에서 외면당한 이들은 집권 여당의 첫 여성 서울시장 후보인 강금실 후보의 상징성을 의식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 후보 측은 "KTX 여승무원들의 절박한 사정은 알지만 강 후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냐"며 당혹해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당초 7일 서울시장 선대위 발족식을 성대하게 치러 가라앉은 선거 분위기를 되살리려고 했으나 KTX 여성무원들을 의식해 간소하게 치렀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7일 오후 몽골 등 3개국 순방을 떠나면서 KTX 여승무원들의 점거 농성에 대해 '엄정한 대처'를 주문해 강 후보 입장이 더더욱 곤란해졌다. 노 대통령은 "선거기간을 이용해 집단적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벌이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여야와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떠나 법질서 유지 차원에서 엄격히 대처토록 하라"며 "선거 국면을 악용하는 법질서 문란행위에 대해 강력히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폭력ㆍ성추행 진압이 한명숙 총리 첫 작품이냐"
여성민우회 대표 등 여성운동가 출신인 한명숙 총리는 최근 평택 사태와 관련해 궁지에 처했다.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 등은 8일 오전 국회에서 지난 4일과 5일 평택에서 있었던 군ㆍ경찰의 폭력 진압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민노당은 특히 "지난 4일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보다 토끼몰이 식으로 몰아붙이고 무조건 곤봉, 방패로 내려찍고 밟았다"며 "여성들이 옷이 벗겨진 상황에서 연행됐고 경찰들은 옷 속으로 손을 넣어 여성의 신체 부위를 만지고 허벅지를 주무르는 등 심각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성추행이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민노당은 또 "5일에는 군인에 의해 민간인이 손과 발, 목을 노끈에 묶여 끌려갔고 여성들은 사정없이 퍼부어 대는 욕설과 함께 목이 졸리고 뺨을 맞는 등 갖은 폭행을 당했다"며 "호송차량도 아닌 좁은 봉고차에서 불이 꺼진 상태에서 4시간 가까이 감금돼 화장실을 가겠다는 여성들에게 수십 명의 전경이 있는 논두렁 밑에서 볼일을 보라는 억지를 부리고 이에 항의하는 아주머니들을 구둣발로 짓누르기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민노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인권유린 및 성추행에 대한 제보센타를 운영해 진상을 조사함은 물론 법적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성추행을 비롯한 여성인권유린에 대해서는 여성단체와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민노당은 "어린이날, 촛불집회 참가자에 대한 경찰의 '묻지마 연행'으로 부부와 어린아이의 엄마까지 구속하는 것이 여성총리의 첫 작품이냐"며 한 총리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고 나섰다.
한 총리는 지난 5일 평택 미군 기지 이전과 관련한 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폭력행위를 한 경우 철저한 조사를 거쳐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며 엄정한 대처를 주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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