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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모험의 나라'가 된 롯데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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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모험의 나라'가 된 롯데월드

[기자의 눈] 소비자 입장 생각 못한 안전불감증

5년 전 여름 유럽 배낭여행을 할 때였다. 프랑스 파리에 갔는데 빼놓을 수 없는 관람 코스가 있었으니, '루브르 박물관'이었다. 마침 루브르 박물관에 가려고 마음 먹은 날이 일요일이었는데,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은 박물관 입장료가 무료였다.

여비가 모자라 매일 바게뜨 빵으로 허기를 달래던 처지에 8000원 가량 하던 입장료가 아까워 박물관, 미술관 등등은 일정에서 최소화하고 있던 터이기게 반가운 마음에 한 걸음에 내달려갔다.

오전 9시경 루브르 박물관에 도착했는데,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줄이 박물관 정원을 구비구비 돌아 박물관 건물 바깥쪽까지 서 있었다. 모두가 '무료'라는 이유로 온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줄 안에 나 같은 행색의 배낭여행객이 많은 걸 봐서는 무료 개방 날짜에 맞춰 루브르 박물관을 찾은 한국 관광객도 상당히 많아 보였다.

그래도 파리에서 루브르 박물관을 빼놓고 지나칠 수 없어 줄을 섰다. 그리고 무려 4시간을 기다린 끝에 입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심각한 문제는 박물관 안에 들어가서였다. 통로와 전시관마다 사람들이 가득 차서 어떤 작품 하나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었다. 그 유명한 '모나리자'는 저 멀찍이서 까치발을 들고 봐도 모나리자의 눈 아래는 보이지도 않았다. 한 밤이 돼서야 민박집에 돌아오니 주인이 하는 말이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왜 했느냐"였다.

그 이후로 사람 많은 곳은 '질색'이 됐다. 가끔 친구들과 함께 놀이공원을 가도 절대 '일요일'에는 가지 않는다. 물론 "'시장이 반찬'이듯이 오래 기다려 탈 수록 만족감이 더 하다"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5분도 채 안되는 놀이기구 하나 타기 위해 1~2시간 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달갑게 생각할 사람은 드물다.

***롯데월드는 '쾌적한 서비스'부터 다시 고민해야**

롯데월드는 놀이기구 '아틀란티스'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26일부터 이달 말까지 무료개방 행사를 열기로 했다가 26일 엄청난 인파가 몰려 수십 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일어나자 무료개방 행사 자체를 취소하고 아예 31일까지 휴업하기로 했다.

롯데월드 측이 이런 인파를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당초 하루 입장객을 3만5000명, 동시 입장객을 2만5000명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일을 맞아 5만여 명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불상사가 생기고 말았다.

이 대목에서 롯데월드 측이 소비자 입장에서의 '쾌적한 서비스'에 대해 생각해봤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건을 파는 장사치의 입장에서야 '물건을 공짜로 나눠준다'는 것보다 더 큰 '선심'은 없겠지만, 롯데월드가 단순히 물건만 파는 가게가 아닌 이상, 소비자들이 쾌적하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고민했어야 했다. 롯데월드는 이제부터라도 적정 이용객수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번에 다치지 않았더라도 하루 종일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기다리다가 고작 한 두개 놀이기구를 타고 온 사람들이 과연 롯데월드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심고 돌아갈 것인가 생각해봤는지 의심스럽다. 게다가 이번 행사로 인해 주변 잠실역이 극심한 혼잡이 일어나, 롯데월드와는 상관 없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었다.

***안전사고 사과의 뜻이 안전사고 일으키는 행사였다니**

또한 '안전사고'에 대한 사과로 한 행사가 더 큰 안전사고를 부를 수 있는 '무료개방' 행사였음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다행이 이번에 큰 중상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무질서한 시민의식이 문제다', '공짜 밝히다 생긴 일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지만,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그나마 시민들이 질서를 지켜 더 큰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최근 상주 콘서트 행사장 참사를 겪은 바 있다. 이번 무료개방 행사도 엄청난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됐지만, 롯데월드 측의 대비책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롯데월드 측은 대규모 인파를 예상하면서도 경찰에 별도로 지원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월드 측에서 배치한 안전요원도 200여 명에 불과했고, 뒤늦게 경찰과 119 구조대가 출동했지만 5만여 명을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롯데월드의 캐치프레이즈는 '모험과 신비의 나라'다. 요즘 이 '모험'이 무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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