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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카드 문제 못 푸는 이명박, 'CEO시장'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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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교통카드 문제 못 푸는 이명박, 'CEO시장' 맞나?

[기자의 눈] 시민들에 불편 초래…티머니 사업은 적자

이명박 서울시장은 '불도저'라는 별명에 민감하게 반응하곤 했다. 건설회사 출신에게 흔히 덧씌워지는 선입견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주장이 자기는 그냥 불도저가 아닌 '컴퓨터가 달린 불도저'라는 것이다. 단호한 추진력과 함께 합리적인 판단력도 갖추었다는 이야기다. 틀린 말이 아닐 게다. 단지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것만으로 '샐러리맨의 신화'가 탄생했을 리는 없다.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도 오랜 기업인 생활을 통해 훈련된 합리적인 경영능력이다.

그런데 이달 초부터 벌어진 교통카드 수수료 분쟁을 들여다 보노라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기업 CEO 출신이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시장이 금과옥조로 여겨온 민간기업 방식의 경영 마인드를 도저히 찾기 힘들다.

***신용카드로 교통요금 결제 못 한다**

올해 2월 6일부터 롯데카드와 삼성카드, 신한카드, 외환카드 등의 4개 신용카드 회사가 교통카드를 새로 발급하지 않고 있다. 교통카드를 잃어버린 시민들이 불편이 커지고 있다. 한국스마트카드(KSCC)와 신용카드사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통카드 수수료 분쟁 때문이다. KSCC는 2003년 서울시가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민자유치를 통해 설립한 회사다.

서울시에서 사용되는 교통카드는 선불식과 후불식으로 나뉜다. 선불교통카드는 미리 일정액을 충전한 뒤 버스나 전철을 이용할 때마다 충전된 금액의 범위 안에서 요금이 결제되는 것이다. 따라서 선불교통카드는 고정된 액수의 돈과 호환이 가능하다. 일종의 전자화폐의 개념에 가깝다. KSCC가 발행하는 '티머니'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후불교통카드는 일단 버스나 전철을 이용하고 나서 한 달 뒤에 요금이 결제되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후불교통카드와 '티머니'가 사용되는 비율은 비슷하다. 각각 하루 1000만 건 정도 사용된다.

신용카드사들은 신용카드에 교통카드 기능을 집어넣는 대가로 KSCC에 교통카드 사용액의 0.5%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지불하고 교통카드를 신규로 발행하거나 재발급할 때 장당 500원의 사용료를 지불해 왔다.

그런데 최근 KSCC가 수수료와 사용료를 각각 1.5%와 2400원으로 올리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그러자 KSCC와 계약기간이 끝난 신용카드사들이 재계약을 거부한 것이다.

KSCC의 수수료 및 사용료 인상 조치는 심각한 경영 악화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KSCC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15억 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업 초기에 전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수요 예측을 정확하게 하지 못해서 발생한 낭비와 시스템 오류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생긴 적자다.

여기에 KSCC와의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현대카드, LG카드, 국민카드, 비씨카드 등이 가세했다. 이들도 이달 안에 신규발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어차피 신용카드의 후불교통카드 기능에서 나오는 수익은 거의 없다. 후불교통카드 서비스는 애당초 수익을 겨냥한 게 아니라 고객들에 대한 부가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굳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서비스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신용카드사들의 입장이다. 롯데카드의 경우 아예 후불교통카드 서비스 자체를 중단했다.

롯데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신용카드사들은 후불교통카드 서비스는 계속 제공하되 신규발급 및 재발급을 잠정 중단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당장 후불교통카드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용하고 있던 후불교통카드를 분실하거나 혹은 카드에 이상이 생겨 다시 발급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있다. 신용카드에 더 이상 교통카드 기능을 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후불교통카드를 쓸 수 없게 된 경우에는 일부 편의점과 지하철 역사 등에서 판매하는 선불교통카드인 '티머니'를 구입해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티머니'는 후불교통카드와 달리 서울시 밖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게다가 금액이 떨어질 때마다 매번 충전을 해야 하고, 분실할 경우 전혀 금액을 보상받을 수 없다.

결국 후불교통카드를 이용하던 시민들만 불편하게 됐다.

***늑장대응 서울시, 정무에 바쁜 이 시장**

교통카드를 활용한 버스-지하철 환승 시스템은 청계천 복원과 함께 이명박 서울시장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혀 왔다. 양대 성과 중 하나에 위기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서울시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후불교통카드의 재발급이 중단된 지난 2월 6일부터 지금까지 이 시장은 계속 뉴스의 중심에 서 있었다.

2월 8일에는 기업인들과의 연찬회에 참석해 정부의 증세정책을 비판해 여론의 조명을 받았고, 최근 미국 방문 중에 미국을 찬양하는 발언과 '황제 테니스' 의혹이 불거지며 비난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정무에 바쁜 이 시장이 제대로 못 챙겼던 까닭일까. 교통카드 분쟁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까지 "사기업 간의 비즈니스 문제일 뿐"이라며 방관하는 태도를 취해 왔다.

결국 후불교통카드의 재발급이 중단된 후 40일이 지난 3월 16일에야 서울시는 교통카드 수수료 분쟁에 개입하고 나섰다. 서울시가 중재안을 낸 것이다.

서울시의 중대안은 신용카드사가 KSCC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0.5%로 유지하되 새로 발급하는 교통카드에 대한 사용료를 1500원으로 올리는 안과 수수료를 1.0%로 올리고 사용료는 1000원으로 올리는 안 등 두 가지다. 기존의 0.5% 수수료와 장당 500원의 사용료에 비하면 어느 쪽이나 상당히 올라간 금액이다.

서울시는 "후불교통카드는 신용정보와 데이터 관리, 정산 등 카드시스템 운영비용이 선불교통카드에 비해 최소 20~40% 이상 더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서울시의 중재안에 대해 신용카드사들은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서울시가 제시한 이유에 대해서도 코웃음을 쳤다. 신용카드사들은 신용정보와 데이터 관리, 정산 등의 작업은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이뤄지기 때문에 어느 쪽이건 소요되는 비용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신용카드사들은 교통카드 사업에 별 미련이 없다. 수익은 없지만, 경쟁사가 하니까 덩달아 참여했던 사업에서 다함께 철수할 수 있어서 오히려 잘 됐다는 입장이다. 협상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후불교통카드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서울시는 중재안을 낸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협상 타결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말만 반복한다. 연일 새로운 뉴스를 쏟아내는 이 시장도 교통카드 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 시장이 민간기업의 경영 마인드를 행정에 접목하겠다고 했을 때, 시민들이 기대한 것은 이런 모습이 아니다. 'CEO 시장'이, 경영의 핵심이란 바로 고객만족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일까?

***금융결제원 "KSCC는 독점기업"**

CEO 이명박 시장이 최근 보여준 'CEO답지 않은 모습'은 이것만이 아니다.

이 시장은 평소 감세정책과 작은 정부를 지지하는 강력한 시장주의자다. CEO 시장다운 소신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설립하고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KSCC의 경영에는 이 시장의 소신이 반영되지 않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시장이 시장주의자를 자처하다가도 정작 시장원리가 자기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때는 그것을 부정한다는 비난이 제기될 수도 있다.

지난 9일 금융결제원과 17개 시중은행은 KSCC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들은 KSCC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K-캐시'의 도입을 부당하게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K-캐시'는 금융결제원이 17개 시중은행과 공동으로 개발한 전자화폐의 일종이다.

2003년 금융결제원은 '티머니' 사업의 민간 주관자인 LG CNS와도 별도의 진입비용 없이 'K-캐시'를 교통카드 시장에 도입한다고 합의했으나, 이 사업을 이어받은 KSCC가 이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교통카드 시장에서 여러 가지 종류의 전자화폐가 쓰인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가 생길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종류의 전자화폐가 서로 교환되도록 하는 것 역시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이런 사실에 착안한 정책도 마련되고 있다. 행정자치부와 건설교통부는 현재 K-캐시와 티머니 등의 전자화폐로 KTX부터 전국 각지의 버스와 지하철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정부 정책과의 연계나 시민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교통카드 시장을 개방해 다양한 종류의 전자화폐가 경쟁하게 하는 게 자연스럽다. 더구나 이 시장이 추구하는 시장경제 원리는 이렇게 하도록 요구한다.

***'컴퓨터 달린 불도저'라고요?**

이 시장은 자신의 대표적인 치적인 청계천 복원 사업을 하면서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을 잘 무마했다고 자랑해 왔다. 그냥 불도저가 아닌 '컴퓨터 달린 불도저'로서의 자기 면모를 자랑해 온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설립한 독점기업 KSCC의 방만한 경영실태 앞에서는 그에게서 불도저와 같은 추진력도, 컴퓨터와 같은 합리성도 찾을 수 없다. 시장 상인들에게 불도저였던 이 시장이 정작 서울시의 제 식구에게는 파리채도 못 휘두르는 격이다.

유능한 CEO 출신임을 자랑해 온 이 시장에게서 CEO의 덕목을 찾기 어렵다면 시민들은 무엇을 그에게 기대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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