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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는 석유, 21세기는 천연가스 경쟁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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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는 석유, 21세기는 천연가스 경쟁의 시대"

〈해외 시각〉 우크라이나, 가스공급 중단 여파로 내각 불신임 위기

올해 초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쳔연가스 공급 중단 여파로 우크라이나 의회가 내각을 불신임하는 등 우크라이나 정계가 커다란 혼란을 겪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제까지의 우호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을 내라며 무려 4배의 가격인상 요구와 함께 가스 공급을 중단했고,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2배 인상으로 간신히 러시아를 달랬지만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의회가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가스 공급 중단은 유시첸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천연가스는 이제 단순한 에너지자원이 아니라 한 나라의 정권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물론 국가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국제정치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와 관련 , 미국의 군사ㆍ안보ㆍ에너지 전문가인 마이클 클레어 교수(뉴햄프셔대 교수)는 최근 시사주간지 네이션〉(1얼 23일자)에 기고한 글을 통해 20세기가 석유 쟁탈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천연가스 쟁탈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연가스의 지정학(The Geopolitics of Natural Gas)'이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클레어 교수는 20세기의 에너지 석유는 점차 고갈되가고 있는 반면, 천연가스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매장량이 남아 있다며 이에 따라 산업화된 국가들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들도 점차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 이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상위 5대 생산국이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 이들 국가들이 천연가스 파워를 앞세운 국제정치 게임을 벌여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가스에 대한 세계적 수요 증가는 소비국과 그들의 주요한 공급국들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소수의 국가가 천연가스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천연가스는 국제 사회의 세력판도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천연가스를 두고 인도와 파키스탄 등 앙숙이던 국가들 사이에 새로운 협력관계가 이뤄지는가 하면, 중국과 일본 등은 천연가스가 묻힌 해역의 영유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는 등 천연가스는 국가간 협력과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글의 원문은 (http://www.thenation.com/doc/20060123/klare)에서 볼 수 있다. 다음은 기사 전문이다. 〈편집자〉

***'천연가스의 지정학(The Geopolitics of Natural Gas)'**

에너지 지정학의 치열한 싸움터에서 천연가스가 새로운 최대의 먹잇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세기가 석유 경쟁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천연가스 경쟁의 시대가 될 것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 이 글이 인쇄될 즈음,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은 서유럽 및 중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정상화시켰다. 지난 1월 1일에 우크라이나에게 이제까지의 할인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을 내라고 요구하며 가스 공급을 대폭 축소한 지 사흘만이었다. 가격 문제가 강조되긴 됐지만, 러시아 관리들은 내심 우크라이나의 친서방적 지도자 빅토르 유시첸코 대통령을 징벌하기 위한 수단으로 에너지 공급을 축소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렌지 혁명의 설계자인 유시첸코 는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등에 추파를 던졌었다. 가즈프롬의 수송관은 우크라이나를 통과해 서유럽으로 가는데 서유럽은 이 수송관에서 공급되는 가스의 4분의 1을 러시아에서 사들이고 있다. 결국 감소된 공급의 일부분을 우크라이나가 빨아들이고 나면 다른 나라들에게는 매우 작은 양만이 남겨지며, 이는 겨울의 초입에서 에너지위기의 공포를 촉발하게 된다.

△ 동중국해 해저 가스전의 소유권을 놓고 중국은 이 지역에 군함을 파견하고, 일본은 중국이 가스채굴을 시작한다면 '대담한 행동'을 취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양국간 분쟁이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다. 이 영유권 분쟁은 베이징과 도쿄 사이의 관계를 악화시켰으며, 양국 국민들의 강력한 민족주의적 반응을 촉발시켰다. 지난해 4월 상하이 등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일어난 거대한 반일 시위의 원인 중 하나는 일본 민간기업의 동중국해 시추를 허용하겠다는 일본정부의 발표였다. 가까운 장래에 이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 약 1년 전 인도가 이란에서 파키스탄을 경유해 자국으로 이어지는 가스 수송관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이래,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이 계획을 철회하라고 인도를 압박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그 계획이 이란을 고립시키고 이란의 핵 개발 계획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계획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16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인도 외무장관 나트와르 싱을 만난 후 "우리는 이란과 인도 사이의 가스 수송관 협력 사업에 대한 미국 측의 우려를 인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인도는 파키스탄 및 이란과 함께 가스수송관 건설 계획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도 천연가스 의존비율 증가한다**

미국의 천연가스 의존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현재 전체 에너지 공급의 대략 4분의 1을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최대 에너지원인) 석유 다음이다. 그 결과, 미국 경제는 천연가스 공급량 및 가격의 변동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기록적으로 상승한 올 겨울 이같은 취약성이 분명히 드러났으며, 특히 빈민계층의 고통이 컸다. 천연가스는 대략 미국의 전기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14%, 가정 난방용 연료의 45%, 농업과 산업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및 석유화학제품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또한 대체연료 개발의 새로운 유망주자로 떠오른 수소연료의 원료로 이용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소비되는 천연가스의 대부분은 북미 대륙에서 생산된 것이다. 그러나 (북미대륙의 천연가스는) 빠른 속도로 매장량이 고갈되고 있으며 개발 가능성이 있는 가스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지역의 가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공장들은 카타르, 나이지리아, 러시아 등 해외 공급자들로부터 점점 더 많은 가스를 사들이고 있다. 석유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근본적인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외국 공급처에 더욱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는 국가안보에 대단히 중대한 위협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일본과 같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 수십년간 세계적인 석유 생산은 계속 줄어들 것인데, 이에 따라 산업화된 국가들은 더욱 더 천연가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알려진 천연가스의 세계 매장량은 2004년에 6,076조 입방 피트이다. 에너지 산출량으로 환산하면, 이는 대략 1조 940억 배럴의 석유와 동일하며, 현재 석유 매장량의 92%에 해당된다. 그러나 매년 사용되는 석유의 매장량 대비 비율은 2.5%로 천연가스의 매장량 대비 사용량 비율 1.5%보다 많다. 따라서 석유 공급이 부족해진 후에도 천연가스는 상대적으로 풍족한 상태일 것이다. 게다가 오지지역의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가스 자원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돼 이를 기존 매장량에 합치면 세계 에너지 수급의 방정식에서 천연가스의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천연가스가 석유나 석탄보다 더 환경친화적이기 때문에(같은 양의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천연가스를 땔 경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석탄의 절반, 석유의 3분의 1이다) 교토협약에 따라 온실가스 방출을 줄여야 하는 국가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이다. 유럽의 경우 전기 생산에 쓰이는 연료 중 천연가스의 비율이 2002년 18%에서 2030년에는 29%가 될 전망이다. 미국에서도 의회 또는 부시 이후의 행정부가 (교토협약에 가입해)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줄이고자 한다면 비슷한 경향이 나타날 것이다.

한국이나 중국, 인도와 같이 석유나 석탄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발생하는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개발도상국들 또한 천연가스로 전환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중국에서의 천연가스 소비는 2001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약 7%씩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의 소비율 증가보다 5배나 많은 것이며, 세계의 그 어떤 주요 산업국보다 가장 큰 것이다. 한국과 인도 또한 가스 소비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들이다. 이런 통계는 한국이나 중국, 인도와 같은 나라들이 왜 그토록 적극적으로 가스의 추가적 공급 확보에 나서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가스 소비국과 공급국 사이의 관계**

또한 가스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 증가는 주된 가스 소비국들과 그들의 주요한 공급국들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천연가스의 지정학에서 핵심적 요소 중 하나는 가스 공급의 대부분을 소수의 국가들이 맡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가스 매장량의 76%를 10대 가스 생산국들이 가지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상위 5대 생산국(러시아, 이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이 거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이는 이들 국가들이 국제적인 가스 공급에서 막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스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 가스 공급의 26.7%를 담당하고 있는 러시아는(미국은 2.9%에 불과하다) 앞으로 수 십 년 동안 에너지 시장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지난 2004-2005년에는 미국과 러시아가 비슷한 양의 가스를 생산해냈지만(미국은 5,430억㎥, 러시아는 5,890억㎥) 미국의 생산량은 전체 매장량의 10%나 되는 반면, 러시아는 매장량의 1%에 불과했다.

러시아는 이미 유럽에 대한 주요 가스 공급국가이며, 새로운 수송관이 건설된다면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를 한국과 중국, 일본, 심지어는 미국에게까지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유럽에서의 지배적 입지를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는 과거에 그러한 시도를 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예를 들어 2000년 12월 러시아는 그루지야공화국에 대한 가스 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는데, 당시 그루지야 사람들이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대통령 등 그루지야 지도자들이 러시아에 중요한 지역 문제에 대해 러시아의 입장을 존중해 주지 않은 데 대한 보복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도 이 같은 전술의 다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유럽연합(EU)의 관리들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에서 가즈프롬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가즈프롬은 유럽에 대한 공급의 대략 40%를 담당하고 있는데, 북해 가스전이 고갈돼감에 따라 가즈프롬의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언젠가는 모스크바가 유럽의 천연가스 소비국가들로부터 정치적 양보를 쥐어짜내기 위해 유럽 최대의 천연가스 공급국이라는 지위를 활용할 것을 우려하는 유럽연합 관리들은 에너지 조달의 다양성 확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란 또한 천연가스의 주된 생산국가 중 하나다. 핵무기 개발 계획을 중단하라는 부시행정부의 외교적 압박에 직면한 이란은 유럽 및 아시아의 친이란 국가들과 함께 천연가스의 공동 생산 및 수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에만 이란은 프랑스ㆍ이탈리아ㆍ노르웨이ㆍ터키ㆍ일본ㆍ인도의 회사들과 함께 페르시아만 해저가스전의 공동 개발 및 유럽과 아시아로 통하는 수송관의 설치를 위한, 여러 개의 수십억 달러짜리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러한 공동사업 추진은 2004년 10월, 중국국영석유화학총공사(Sinopec)와 1000억 달러짜리 계약을 성사시킴으로서 절정에 달했다. 향후 25년간 이란과 중국이 액화천연가스(LNG)을 공동 생산, 수출한다는 내용인데, 대부분은 중국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이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외국 파트너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이 모든 계약들이 상업적으로 일리 있는 것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이란은 미국과 대결하게 될 경우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동맹국들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 같은 계약을 추진했다고 볼 수 있다.

카타르는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풍부한 천연가스 자원을 워싱턴과의 관계 강화, 나아가 미국의 방위우산 속에 들어가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 2003년 계약된 100억 달러 규모의 25년 계약에 따라 엑슨모빌은 카타르에 세계에서 가장 큰 LNG 선적 시설을 세울 예정이다. 여기서 선적된 액화천연가스(LNG)는 대부분 미국으로 운반돼 다시 천연가스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미국 걸프만 해안의 항구 도시들에 새로운 LNG 터미널들을 만드는 거창한 사업이 벌어져야 한다.

카타르와 같이, 세계의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매장지역은 대부분 최대 수요지와 매우 멀리 떨어져있다. 가스를 먼 수요지까지 공급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은 역시 수송관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 북아메리카와 유럽, 그리고 구 소련에는 이미 엄청나게 많은 천연가스 수송관들이 건설되었고, 또 많은 수송관들이 건설 중이다. 이 가스 수송관은 땅에 건설하는 것이 가장 쉽고, 지중해나 흑해와 같은 상대적으로 얕은 바다에도 건설하기가 비교적 용이하다. 이 때문에 지중해와 흑해 등의 해저에는 수많은 가스 수송관이 바다를 가로 지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태평양이나 대서양과 같은 깊고 큰 바다를 지나가는 가스 수송관을 짓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미국이나 일본까지 가스를 운반할 때는 배를 이용해야만 한다. 땅에서 채굴돼 바로 대기 중인 배에 싣는 원유와는 달리, 가스는 반드시 매우 낮은 온도(섭씨 영하 160〫〫도)로 급속 냉각시켜 액체로 만든 후에 거대한 냉동선에 실려 운반되며, 이를 받은 국가에서는 거대한 기화공장에서 다시 온도를 높여 가스로 변환하게 된다. 이 과정은 매우 비용이 많이 들어 에너지 낭비이며, 수송관을 통한 배달보다 덜 매력적인 운송 방법이다. 하지만 점점 더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 때문에, 더 많은 국가들이 자신들의 항구에 LNG 터미널을 건설하려 하고 있으며, 이란ㆍ카타르ㆍ나이지리아 등 주요 가스 공급국들과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싶어 한다.

***천연가스로 소원했던 국가 사이의 협력 증대하기도**

수송관을 통해 운반되든 선박으로 운반되든 간에 천연가스의 교역 증대는 오랜 앙숙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협력사례에서 보듯 국제 협력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 모두 높은 경제 성장률을 지속시키기 위한 에너지 확보에 필사적인 것이다. 지난해 6월 양국 에너지 장관은 이란-파키스탄-인도에 이르는 40억 달러 규모, 1,700마일의 수송관 건설을 위한 공동실무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올해 안에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물론 부시행정부가 인도나 파키스탄에 압력을 가해 이 계획을 취소시키지 못한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인도는 또한 천연가스를 찾기 위해 동쪽으로도 관심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1월 인도 관리들은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관리들을 만나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를 거쳐 인도로 오는 가스 수송관의 건설 문제에 대해 협의했다. 이러한 행동은 악명 높은 인권 문제로 미얀마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계획을 좌절시킬지도 모른다.

러시아와 중국, 일본 그리고 남북한 사이에서도 천연가스 수송과 관련된 협력이 증대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의 중심에는 러시아 극동 사할린섬 근해에 매장돼 있는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가 있다. 이 지역에 묻혀 있는 가스를 국제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엑슨모빌, 로얄 더치/셀과 같은 거대 에너지회사들은 사할린섬 남단에 거대한 LNG 시설과 함께 최소한 하나 이상의 수송관을 건설할 예정이다. 수송관은 사할린에서부터 중국 북부 지역으로, 또 다른 하나는 일본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몇몇 비전 있는 인사들은 주수송관에 지선을 만들어 북한을 경유해 남한에 이르도록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만일 이 제안이 현실화된다면 이미 개선되고 있는 남북한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다) 한편, 만약 미국의 태평양 연안 혹은 캘리포니아 반도에 LNG 가스화 설비가 건설된다면 이 지역의 천연가스는 LNG로 전환돼 미국이나 일본에 선박으로 운반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천연가스의 수입을 두드러지게 늘리고자 한다면, 더 많은 LNG 터미널을 미국 항구에 건설해야 한다(현재 미국에는 4개만이 가동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전망은 벌써부터 지방자치단체들과 환경운동가들부터 상당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들은 LNG시설의 폭발, 또는 다른 환경재앙 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언론이나 대중들이 잘 모르고 있는 사이, 지난해 7월 미 의회는 새로운 에너지 계획의 하나로 미래의 LNG 터미널 건설부지 선정에서 연방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연방정부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조항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서양과 태평양 연안에 더 많은 천연가스 관련 시설이 세워질 것이며 미국의 해외 천연가스 의존도도 급격하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영유권 분쟁으로 군사적 충돌까지 발생**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한때 소원했던 국가들 사이의 협력을 증진시키고 있는 반면, 유전 및 가스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은 종종 마찰 뿐 아니라 심지어 군사적 충돌까지 초래하고 있다. 이런 마찰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그리고 대한해협 등 해저영토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들 지역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탄화수소 연료가 상당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석유와 가스가 함께 묻혀 있거나 혹은 가스만 단독으로, 또는 대한해협처럼 가스수산화물(메탄과 얼음으로 구성된 결정체의 물질로 천연가스로 전환이 가능함)이 매장된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지역들에서는 각각 영유권을 주장하는 경쟁국가들이 폭력적, 위협적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게다가 각각의 경우에서 미국은 분쟁 당사자의 어느 한편(들)과 동맹을 맺고 있다.

이러한 갈등 중에서 가장 격렬하고 장기적인 충돌은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다. 남중국해는 가스와 석유가 상당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대적으로 얕은 바다이다. 남중국해와 맞닿아 있는 브루나이,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과 같은 국가들은 모두 200마일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들의 배타적 경제수역은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이 있어 이 해역을 점점이 수놓고 있는 작은 섬과 산호초 등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각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최대 강국인 중국은 이 지역의 모든 섬들에 대해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물론 그 영유권을 주장하는 데 있어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공격적이다. 중국은 몇 차례에 걸쳐 이 지역에 나타난 베트남과 필리핀 선박들을 쫓아내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몇 차례 시도했었지만, 중국은 그 섬들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몇몇 작은 섬들을 지키기 위한 파견군의 규모를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일본은 2건의 해상 영유권 분쟁의 당사자이다. 하나는 앞에 말한 동중국해 가스전과 관련한 중국과의 분쟁이며, 또 다른 하나는 대한해협에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대략 비슷한 거리에 위치해 있는 작은 섬들(독도: 역자)을 둘러싼 한국과의 분쟁이다. 여기서도 양국은 배타적 경제수역이 서로 겹치는 문제로 인해 분쟁 중이며, 분쟁지역에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에너지 자원의 소유권 문제가 걸려 있다. 천연가스로 변환이 가능한 가스수산화물이 바로 그것이다.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들은 아직 별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양측의 군함과 비행기들이 분쟁 지역을 순찰하며 때때로 군사적 대립으로 치달을 수 있는 위협적인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천연가스 확보를 위해 협력을 하는 편이 일방적 행동을 통해 얻는 것보다 더 나을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천연가스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의 증가는 주요 공급국들과 수요국들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더욱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에너지 수요는 열강들의 의제 설정에서 중대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며, 오랫동안 석유의 그늘에 가려져왔던 천연가스는 세계무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번역: 여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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