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사태가 벌어진 지 4일이나 지난 시점에서 뒤늦게 교전사태의 진상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일단 '북한이 북방한계선을 넘어 선제공격한 도발'이라는 사실 인식에는 일치한다. 그러나 일부 언론보도와 인터넷 공간을 통해 "연평도 일부 어민들이 어로한계선(혹은 북방한계선)을 넘어 꽃게잡이를 하다 북측 경비정이 내려오게 된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면서 문제가 확대됐다.
말하자면 북측의 도발이 의도적인 선제공격이냐 아니면 우리 측 어민들의 행동에 자극받은 우발적 공격이었느냐는 쟁점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3일 정부와 민주당이 햇볕정책 유지를 위해 '남한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북한의 서해도발 사태를 왜곡, 축소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고, 민주당은 '남한 책임론'을 제기한 바 없다며 한나라당의 공세를 일축하는 한편, 한나라당에 대해 공동 진상조사를 제의했다.
사태가 이처럼 확대되자 국방부는 뒤늦게 진상 규명을 위한 확인조사에 들어갔다. 일부 연평도 어민들의 주장에 대한 정밀조사 역시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한편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 역시 "북측의 도발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갖고 있지만, 의도적 도발인지 우발적 도발인지는 말할 입장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남한 책임론' 둘러싸고 한나라-민주 공방**
한나라당 이상득 사무총장은 3일 "정부와 민주당은 우리 어선이 어로한계선을 넘어 조업하는 바람에 교전이 야기됐다고 책임을 어민들에게 돌리고 있다"면서 "민주당내에서 '남한 책임론'이 나오는 데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비난했다.
남경필 대변인은 성명에서 "정부가 도발이 계획된 것이 아니라 우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미국과 일본에 전달했고, 민주당은 '남측 책임론'을 거론하며 교전 당시 상황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꽃다운 젊은 용사들이 숨지고 부상당했는데도 정부는 문제를 덮고 축소하기에 급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남한 책임론'을 제기한 바 없다며 한나라당의 공세를 일축했다.
이낙연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뒤 브리핑에서 "'새로운 상황'에 대한 조사를 '남측 책임론'으로 해석한 언론보도는 어로한계선 월경문제와 교전의 본질을 혼동한 데서 비롯된 잘못된 것"이라면서 "본질은 명확하며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한화갑 대표는 군수뇌부 인책론와 관련, "서해교전 사태는 중대한 사태인 만큼 여야가 공동으로 파악, 국민을 안심시킨 뒤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에 공동 진상규명을 제의하고 나섰다.
***국방부 '일부 연평어민 주장' 진상규명 조사 착수**
한편 국방부는 서해교전사태가 벌어진 지 나흘이 지난 3일에야 "교전사태에서 드러난 우리 군 작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개선하기 위한 조사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실장 배상기 해병소장) 중심으로 구성한 조사단을 평택 2함대사령부와 연평도 근해 교전현장에 보내 관련 지휘관과 경비정 장병들에 대한 면담과 정밀 확인조사에 들어갔다.
이남신 합참의장도 이날 오전 2함대 사령부를 방문, 부대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신속 정확한 진상 규명을 지시했다.
그러나 합참은 이미 지난 2일, 기존 5단계 작전지침에서 '경고방송' 및 '차단기동'을 뺀 '시위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의 3단계 작전지침을 수정 시달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조사는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교전사태에서 드러난 우리 군 작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연평도 일부 어민의 주장과 관련된 논란에 대한 조사에 초점이 맞추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합참 조사단도 '어로 한계선을 벗어난 어선들의 무리한 조업과 군 당국의 묵인도 교전에 책임이 있다'는 일부 연평도 어민들의 주장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도 정밀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 "북측 무력도발 입증할 근거 있다"**
한편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2일 "서해상에서 유혈 군사충돌이 있었다"고 전제한 뒤, "말할 것도 없이 북측은 한국측이 도발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북한 함정이 남쪽으로 월경해 도발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럼스펠드 장관은 또 "이는 정전협정 위반"이라면서 "불행하게도 우리의 친구이자 동맹국인 한국측에 인명손실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럼스펠드 장관은 "다만 북한측이 의도적으로 도발했는지 아니면 우발적으로 도발했는지 여부를 말할 입장에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서해교전을 북한측의 "무력도발로 간주하고 있다"면서 "분명히 말하지만 미국은 서해교전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미국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북한의 북방한계선 월경과 선제공격에 대한 근거는 갖고 있지만 의도성이나 우발성 여부를 밝힐 자료는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서해교전사태 배경 둘러싼 논란 상당기간 지속될 듯**
이로써 일부 연평도 어민의 주장에서 비롯된 6.29 서해교전사태의 배경에 대한 논란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각자의 강조점에 입각한 주장을 펴고 있다. 언론은 이 문제가 거듭 쟁점화되자 연평도 현지취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다. 3일 연평도로 향하는 배에는 국내외 신문, 방송, 잡지사의 20여 기자가 탑승했다.
일부 연평도 어민의 주장이 공개되게 된 인터넷상에서는 네티즌들이 '어로한계선' '북방한계선'에 대한 활발한 논란을 벌이고 있다.
합참이 뒤늦게 진상조사에 착수했지만 조사결과는 빨라야 내주초 국방장관에게 보고될 예정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논란, 명확한 근거가 부족한 채 각종 주의ㆍ주장이 난무하는 혼란을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켜 볼 수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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