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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숙 "정당 지지마저 옳고 그름의 문제 돼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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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숙 "정당 지지마저 옳고 그름의 문제 돼서야…"

청와대 홈피 블로그에 강준만 교수와의 산행 공개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 1일 강준만 전북대 교수와 함께 전주 연석산을 오른 일을 소개하며 자신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조 수석은 3일 개편된 청와대 홈페이지에 개설된 자신의 블로그 '조기숙의 이심전심'에 "탁트인 정상에 오를 때까지"라는 글을 통해 "서로 만나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니 그 동안 쌓였던 오해와 섭섭한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며 강 교수는 만나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강 교수의 민주당 지지는 지식인의 옹고집"**

조 수석은 "화해했다"고 밝혔지만 "많은 네티즌들이 강교수에 대해 가장 오해하는 부분은 강교수가 민주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또 하나의 지역감정이 아닌가 하는 것"이라며 강 교수의 민주당 지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조 수석은 "전북은 인구의 10%가 열린우리당 당원이라고 할 만큼 열린우리당 일색인 곳"이라며 "강교수가 민주당 지지를 계속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하는 지식인의 옹고집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강 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정당에 대한 지지마저도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가 돼버리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한 정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며 "정당에 대한 선호마저도 도덕적 잣대로 재단하려 했던 이유는 우리의 비정상적인 근대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소통에 대한 생각은 변함 없으나 언론 환경이 달라졌다"**

조 수석은 또 "강교수는 제가 과거에 강교수에게 했던 소통의 방식에 애쓰라는 고언을 역으로 들려줬다"며 "소통에 관한 제 생각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지만 제가 처한 언론환경이 달라졌다"고 강 교수의 지적에 대해 해명했다.

조 수석은 "과거 보수언론을 통해 저의 글이 나갈 때에는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었지만 정부 인사가 된 지금은 취지와 다르게 전달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문제가 되고 논란이 되고 비판거리가 되어야 기사가 되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겠냐. 일부러 얻어맞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국민들이 잊고 있는 문제를 의제화하는 것이 전략이 돼 버렸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이어 "우리가 쉽게 동의할 수 있었던 부분은 청와대는 언론을 향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향해 소통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기다리고 기다리던 '청와대 사람들'의 개통은 더 이상 자극적 용어나 논란이 되는 쟁점을 제기하지 않고도 잔잔한 감동으로 기사거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서 이 꿈을 실현하는데 가장 소중한 통로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강 교수와 조 수석은 강 교수가 지난달 28일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께'라는 편지글 형식의 칼럼을 <한국일보>에 실어 '지식인의 정치참여 윤리'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개적인 논쟁을 벌였다. 조 수석은 같은 날 오후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브리핑>를 통해 반론을 폈고, 강 교수는 지난 1일 <한국일보>에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께(2)'라는 칼럼을 통해 재반박했다.

다음은 조 수석의 글 전문이다.

***탁트인 정상에 오를 때까지**

토요일 아침 차창을 때리는 가을비는 굵어졌다 가늘어졌다를 반복했습니다. 전북대 교수님들의 등산모임을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몇 개월 만에 다시 찾은 전주였건만 S교수는 "와~ 몰라보게 달라졌다"며 번화가처럼 변한 전주 외각의 모습이 믿기지 않은 듯 길을 제대로 찾지 못했습니다.

드디어 만나기로 한 식당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1시를 훨씬 넘기고 있었습니다. 사전에 통보되지 않은 기습방문이었지만 강준만 교수를 비롯하여 등산모임의 교수님들은 서울에서 온 불청객들을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그곳의 별미인 순두부백반으로 요기를 하고 연석산(沿石山)으로 향했습니다.

산은 가파르지 않았습니다. 가볍게 대화하며 오르기에 딱 좋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정상에 오르기 전에는 주위의 경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치 산이 무엇엔가 폭 쌓여있는 듯 해 포근하고 안정된 느낌을 주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산을 올랐지만 강교수와의 대화에 빠져 비가 오는지도 몸이 아픈지도 몰랐습니다. 오전 내 몸살을 앓아 걱정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땀방울과 빗방울이 얼굴을 적십니다. 서로 지면을 통해서나 이메일로 대화를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직접 만난 것은 처음입니다.

서로 만나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니 그 동안 쌓였던 오해와 섭섭한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집니다. 많은 네티즌들이 강교수에 대해 가장 오해하는 부분은 강교수가 민주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또 하나의 지역감정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북은 인구의 10%가 열린우리당 당원이라고 할 만큼 열린우리당 일색인 곳입니다. 강교수가 민주당 지지를 계속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하는 지식인의 옹고집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강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정당에 대한 지지마저도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가 돼버리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한 정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정당에 대한 선호마저도 도덕적 잣대로 재단하려 했던 이유는 우리의 비정상적인 근대사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래 사회를 위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대화와 타협의 문화입니다. 노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근대사를 어떤 식으로든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과거사 청산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기에 이제 대연정을 통해 상대를 인정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했던 것입니다.

강교수는 제가 과거에 강교수에게 했던 고언을 역으로 들려주었습니다. 소통의 방식에 애쓰라는 말입니다. 강교수는 제가 과거 신문에 썼던 칼럼들을 다 읽어 보았는데 매우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그런 식으로 소통하면 성공할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강교수마저도 대연정과 관련해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한 것을 제가 언론탓으로 돌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소통에 관한 저의 생각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처한 언론환경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과거 보수언론을 통해 저의 글이 나갈 때에는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부 인사가 된 지금은 취지와 다르게 전달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문제가 되고 논란이 되고 비판거리가 되어야 기사가 되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일부러 얻어맞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국민들이 잊고 있는 문제를 의제화하는 것이 전략이 돼버린 것입니다. 그것이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지만요. 밖에 있을 때 노무현 대통령이 왜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깨닫는데 몇 달 걸리지 않았습니다. 언론운동을 해 왔던 강교수마저도 이해할 수 없는 청와대의 속사정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동의할 수 있었던 부분은 청와대는 언론을 향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향해 소통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청와대 사람들'의 개통은 이 꿈을 실현하는 데 가장 소중한 통로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더 이상 자극적 용어나 논란이 되는 쟁점을 제기하지 않고도 잔잔한 감동으로 기사거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서 말입니다.

연석산이 내게 준 교훈은 국민들이 참여정부를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입니다. 정상에 올라서야 시야가 트이는 연석산은 적어도 5-6년 길게는 십 수 년이 지나야 업적이 나오는 참여정부의 정책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한 답답함을 상쇄하기 위해 올라가는 곳곳에 볼거리도 있고 소일거리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등산모임 교수들은 올라가는 길목에 돌무덤을 만들어 아들의 사법고시 시험 합격과 대학시험 합격 등을 기원해 소원을 이루기도 했다고 합니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요. 또 연석산에 설화를 지어주는 작업도 하고 있었습니다. 지역을 사랑하는 지식인의 역할과 활동을 지켜보며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저에게도 이런 역할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상에 올라서서 탁 트인 시야를 볼 때까지 국민 여러분의 등산이 지루하고 힘들지 않도록 소일거리와 재미를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참여정부의 사람들과 정책에 대한 뒷얘기를 통해 국민 여러분의 이해를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힘들고 지루한 등산이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욱 힘쓰겠습니다. 앞으로 많이 찾아와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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