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수석이 28일 칼럼을 통해 자신을 비판한 강준만 전북대 교수에 대해 "동아일보의 왜곡보도를 인용해 비판했다"고 지적하면서 "제 말이 모두 사실로 확인되면 공개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조 수석은 이날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브리핑>에 "존경하는 강준만 교수님께 : 한국일보 28일자 칼럼에 대한 반론"이라는 글을 실고 "저는 제 철학과 학문적 소신을 목숨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대통령과 제 철학이 다르고, 다른 부분에 대해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면 언제든지 그만 둘 생각으로 항상 사직서를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선거예측 틀리면 논평가를 은퇴한다는 자세로 임해 왔다"**
조 수석은 "학문하는 사람의 생명은 신실성에 있다"며 "저는 지금까지 선거예측이 틀리는 순간 논평가를 은퇴한다는 자세로 일해 왔고, 지난 대선 날 후보 단일화에 대한 사과도 그런 자세로 이해해 달라. 만일 노무현 후보가 선거에서 졌다면 그 때 은퇴를 선언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수석은 "우리 지역감정이 약화되고 지역주의 선거도 약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맞지만 지역주의 선거가 지역감정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며 "대통령도 한번도 지역감정을 들먹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 수석은 또 "2002년 정당학회보에 쓴 논문에서는 선거구제 개혁과 연정을 동시에 주장했다"며 "청와대 들어온 이후 생각이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제 오래된 문제의식이 학자들의 반향을 일으키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노 대통령에 의해 현실 정치에서 논의되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난 민초주의자…대통령 생각도 무섭게 일치"**
조 수석은 자신에 대한 동아일보의 비판과 그에 대한 자신의 대응 과정을 소개하면서 "수구언론의 왜곡을 잘 아는 강 교수가 그것을 사실로 인정하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민초들이 이 나라를 이만큼 지켜 왔고, 선거 때마다 주어진 상황 하에서는 가장 합리적으로 선택을 내렸다고 자부하는 자칭 민초주의자"라며 "제 이런 생각은 노 대통령의 민심에 대한 생각과도 무섭게 일치한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역사 속에서 구현되는 민심을 읽는 것과 그 시기 국민들의 감정적 이해관계에서 표출되는 민심을 다르게 읽을 줄 알아야 한다"며 "이에 대한 생각은 며칠 후 다른 칼럼으로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강준만 교수는 28일 <한국일보>에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께"라는 칼럼을 통해 지역주의에 대한 "정ㆍ관계에 진출하는 교수라면 누구든 겪을 수 밖에 없는 숙명이라고 생각하지만 변화에 대해 겸손할 필요는 있지 않겠느냐"면서 "제가 우려하는 건 이미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지역주의 낙관론'을 역설한 지역주의 전문가인 조 수석이 청와대 경력 때문에 자신의 학문적 소신을 뒤집어야 하는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조 수석의 반론 전문.
***존경하는 강준만 교수님께
한국일보 28일자 칼럼에 대한 반론**
강준만 교수님께서 저와 대화에 나섰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강 교수님이 한국 논평계의 문화를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점에서 매우 존경합니다. 강 교수님이 아니었다면 저도 제가 쓴 글과 말을 모두 기억하고 일관성을 지키지 못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만큼 강 교수님의 영향력은 지대합니다.
저는 저의 철학과 학문적 소신을 목숨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학문하는 사람의 생명은 신실성(integrity)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선거예측이 틀리는 순간 논평가를 은퇴한다는 자세로 임해 왔습니다. 수많은 논평가들이 엉터리 예측을 해놓고 책임지지 않는 자세가 못마땅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 날 후보 단일화에 대한 사과도 그런 자세로 이해해주시면 됩니다. 만일 노무현 후보가 선거에서 졌다면 저는 그 때 은퇴를 선언했을 겁니다.
그랬기에 저에 대한 강 교수님의 두 가지 문제제기는 모두 맞지 않습니다. 이렇게 설명할 기회를 주셔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선 우리의 지역감정이 약화되고 있으며 따라서 지역주의 선거도 약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맞습니다. 지금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 말이 맞지 않습니까?
***지역감정은 약화됐으나 지역구도는 여전**
그러나 동시에 저는 지역주의 선거가 지역감정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물론 지역감정이 완화되다 보면 언젠가는 한 30~40년 후에는 완전히 사라지겠지요. 저는 지역구도는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과 그것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때문에 지속되므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도 한번도 지역감정을 들먹인 적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문제 삼는 것도 지역구도입니다. 그것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를 바꾸어주어야 한다고 저는 주장한 바 있습니다.
김근태 장관과 TV토론에서 우리의 지역감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지도 않고 헌법을 바꿀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 것 맞습니다. 그 때 김 장관은 정부통령제를 통해 지역감정을 극복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정부통령제는 지역구도를 영구화할 것이므로 반대했고 지역감정이 헌법을 바꿀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역감정이 약화됨에도 불구하고 지역구도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바로 지역정당이 선거의 구도를 지역구도로 몰고 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998년 '의정연구'에 쓴 "새로운 선거구제도 선택을 위한 시뮬레이션 결과"라는 논문에서 저는 선거구제 개혁을 소선거구와 권역별 비례대표를 1:1로 결합하자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첫째는 현재의 소선거구제가 대표의 문제를 유발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지역구도를 완화하기 위해서입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정책정당을 강화해주기 때문에 자연히 지역정당이 약화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논문은 우리 학계에서 처음으로 시뮬레이션에 따른 예상의석수를 검토했고, 전국득표율에 따라 권역별 의석을 배분하는 제안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논문이 토대가 돼 1999년 시민단체에서는 저의 제안과 유사한 선거제도 개혁안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2002년 '정당학회보'에 쓴 논문에서는 선거구제 개혁과 연정을 동시에 주장했습니다. DJP연정의 불안정성이 지역정당의 연대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하고 선거구제 개혁을 통해 정책정당을 강화하고 연정정치를 일상화해야 한다는 것이 제 논문의 요지입니다. 이것은 현행 헌법에서도 가능하고 개헌이 필요 없다는 것이 그 때의 주장이고 지금도 변함없는 저의 주장입니다.
***지역정당, 선거구제가 지역구도 심화 원인**
제가 청와대에 온 이후로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한 적이 없습니다. 지역감정을 거론한 적도 없습니다. 제가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생각이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저의 오래된 문제의식이 학자들의 반향을 일으키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노대통령에 의해 현실 정치에서 논의되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유권자를 합리적이라고 했다가 왜 지금은 비이성적이라고 하느냐는 비판입니다. 동아일보는 저에게 전향이라는 말까지 쓰며 공격했습니다. 우선 수구언론의 왜곡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강 교수님이 이런 식으로 그것을 사실로 인정하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저는 유권자를 비이성적이라고 한 적도, 무시한 적도 없습니다. 구구절절이 해명을 담은 저의 이메일을 보고 나서도 그런 식의 왜곡보도를 통해 저를 흠집 내고 싶은 일부 언론의 소망사항일 뿐입니다.
제가 유권자가 합리적이라고 했을 때에는 선거에서 집합적인 유권자의 선택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유권자 한 명 한 명이 모두 합리적이라거나 이성적이라는 주장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것은 중요한 고려 사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적이기도 하고 이성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수의 유권자가 감정적인 이유로 투표를 한다 하더라도 20%만 이성적인 이유로 투표를 하면 전체의 집합적 선거결과는 합리적이라는 것이 민심에 대한 저의 결론입니다.
저는 자칭 민초주의자입니다. 민초들이 이 나라를 이만큼 지켜 왔고, 선거 때마다 주어진 상황 하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내렸다고 자부합니다. 대통령도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저의 20년간 철학이자 신념이며 경험적 조사를 통해 내린 결론입니다. 그런 저의 생각은 노 대통령의 민심에 대한 생각과도 무섭게 일치합니다. "역사 속에서 구현되는 민심을 읽는 것과, 그 시기 국민들의 감정적 이해관계에서 표출되는 민심을 다르게 읽을 줄 알아야 됩니다." 저는 이것을 민심과 여론으로 구분합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며칠 후 다른 칼럼으로 나올 것이기에 이만 줄이고자 합니다.
저는 진즉에 상생의 정치를 주장했었습니다. 상생의 정치를 실천하기 위해 취임 때부터 지금까지 박근혜 대표나 전여옥 대변인에 대해 주로 덕담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한나라당이 저 개인에 대해 욕을 퍼부어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학문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에게 비판을 하시려면 그 몇 배로 공부를 하고 나서 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된 비판이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생매장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부지런하고 공부 열심히 하기로 소문난 강 교수님이 저에 대해 이렇게도 연구 없이 남들이 쓴 글을 짜깁기해서 비판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민심 발언' 왜곡보도 인용해 비판해서야**
동아일보는 저에 대한 오보를 내고, 그것도 모자라 왜곡보도로 흠집 내고, 사설로,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비판하고 이에 대한 해명 편지를 보냈더니 그것을 읽고 나서도 왜 전향을 했냐며 공개질의까지 했습니다. 제가 답을 하겠다고 했더니 지면을 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언론중재위에 반론권을 신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우리가 이런 언론환경에 살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시는 강교수님이 확인절차도 없이 이런 식의 공개비판을 하신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강 교수님의 무책임한 비판이 얼마나 저에게 큰 상처를 주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 말이 모두 사실로 확인되면 저에 대해 공개사과 하실 것을 부탁합니다. 제가 청와대에 들어오게 된 것도 그 동안 제가 쏟아 놓은 말들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입니다. 좋은 말은 다 하고 행동으로 책임지지 않는다는 비난이 버겁기도 해서입니다.
동아일보는 공정한 논평가가 되겠다는 다짐을 버리고 청와대에 들어갔냐고 사설을 동원해서 공격했더군요. 일부 언론이 대통령을 그렇게 부당하게 비방만 하는데 제가 한가하게 공정한 논평가 역할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 일을 맡은 것은 저에게 너무나 큰 개인적 희생을 강요했습니다. 그러나 강 교수님까지 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마당에 저마저 몰라라 하고 팔짱 끼고 있을 수 없어 고사 끝에 십자가를 지게 된 것입니다.
저는 항상 사직서를 들고 다닙니다. 대통령과 저의 철학이 다르고, 다른 부분에 대해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면 언제든지 그만 둘 생각입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모든 문제의식이 일치하여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런 저의 자세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제 생각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저는 저만 맞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지지자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밖에 있었다면 그럴 가능성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는 일이라 이해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일관성이 없다는 주장은 터무니 없는 오해입니다. 저는 언제든지 이 문제에 대해 공개토론에 나설 의향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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