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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조기숙 수석에 재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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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강준만, 조기숙 수석에 재반박

조수석, 강 교수 '깜짝 방문'...화해 시도

강준만 전북대 교수와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화해한 것일까?

두 사람은 지난 1일 조 수석의 '깜짝 방문'으로 등산, 저녁식사 등을 함께 하며 서로의 날 선 표현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달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화해했다.

하지만 강 교수는 같은 날 <한국일보>에 실린, 조 수석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를 통해 조 수석의 주장을 다시 한번 반박했다. 강 교수는 이 글에서 자신의 문제제기가 정당했다고 역설하면서 "앞으로 공손한 자세로 대통령에게도 '소통의 가치'를 말씀드리기 위해 공개적인 편지를 자주 드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준만 교수는 지난달 28일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께'라는 편지글 형식의 칼럼을 통해 '지식인의 정치참여 윤리' 문제를 제기하면서 조 수석에게 "학문적 소신을 버리지 말라"고 조언했고, 조 수석은 같은 날 오후 <청와대브리핑>에 실은 반론을 통해 "저는 제 철학과 학문적 소신을 목숨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강 교수에게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등 논쟁을 벌였다.

***조 수석, 1일 강 교수 일행 산행에 합류**

조기숙 수석은 강 교수와 절친한 교수를 통해 전북대 일부 교수들의 산행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1일 전북 지역으로 그들을 찾아가 함께 산행과 저녁식사를 하는 등 8시간 가량을 같이 보냈다고 <한국일보>가 3일 보도했다.

강 교수는 조 수석을 만나자마자 "한국일보에 오늘 두 번째로 조 수석께 드리는 글을 썼는데 읽어보면 화낼지 모르겠다"고 밝히자 조 수석도 웃으면서 "읽어보겠다"고 받아넘겼다.

조 수석은 이어 "지난번 강 교수 칼럼에 대해 '남들의 글을 짜깁기해서 비판한다'고 반박했는데 급히 쓰는 바람에 '짜깁기'란 잘못된 표현이 들어갔다"고 사과했다. 강 교수도 "내가 쓴 칼럼을 다시 읽으면서 여전히 남을 아프게 하는 표현이 들어있는 것을 보면서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사과했다.

조 수석은 또 강 교수에게 현 정부의 고민을 설명하면서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말했으며, 강 교수는 참여정부가 잘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히면서 "참여정부가 민주당 분당 이후 노 대통령을 만든 기존 지지층의 상처를 배려하는 데 부족했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수석은 이날 만남에 대해 "함께 산행하고 식사하며 대화하는 과정에서 강 교수가 여전히 지식인의 역할을 저버리지 않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국일보>가 밝혔다.

***강준만 "'지역주의'와 '지역구도'의 차이가 크냐"**

한편 강 교수는 1일자 <한국일보>에 조 수석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글을 통해 "조 수석의 일관성엔 아무런 변함이 없다는 걸 알게 돼 기쁘다"면서도 "다만 제 문제제기도 정당한 수준의 것이었음을 인정해주면 좋겠다"고 자신의 문제의식을 접을 뜻이 없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조 수석이 2000년 총선 직후 <중앙일보>에 기고한 칼럼 등을 예로 들면서 "조 수석의 당시 주장 중에는 참여정부가 아프게 생각할 만한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특히 조 수석이 자신의 '지역주의 낙관론'에 대해 '지역감정' '지역주의' '지역구도'를 구분해서 설명한 것에 대해 "'지역주의'와 '지역구도'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문제제기를 했다. 앞서 조 수석은 자신이 '지역주의 낙관론'을 주장하다가 청와대 홍보수석이 되면서 이를 번복했다는 강 교수 지적에 대해 "우리의 지역감정이 약화되고 있으며 따라서 지역주의 선거도 약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맞지만 지역구도는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과 그것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때문에 지속되므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반박했다.

강 교수는 또 "참여정부와 보수 신문들의 관계는 노무현 대통령이 역설한 '건강한 긴장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렇데 된 데엔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소통'의 문제를 제기했다.

강 교수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앞으로 공손한 자세로 대통령께도 공개적인 편지를 자주 드릴 생각"이라며 "참여정부의 성공을 바란다"고 밝혔다.

다음은 강 교수의 칼럼 전문.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께(2)**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님. 제 글에 귀한 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조 수석님의 글은 제게 안도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저는 조 수석님이 참여정부의 성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걸로 보았습니다.

그렇게 해선 오히려 성공하기 어려운데다 조 수석님께 큰 상처만 남으니 적정 수준의 이기심을 갖고 소통을 중시하는 분이 되어 주시면 좋겠다는 게 제 글의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우려와는 달리 조 수석님의 일관성엔 아무런 변함이 없다는 걸 알게 됐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다만 저의 문제제기도 정당한 수준의 것이었음을 인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조 수석님은 중앙일보 2000년 4월 18일자에 기고한 <지역주의의 정체>라는 칼럼에서 16대 총선 결과에 대해 "지역이 정당의 주요 지지기반을 구성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발견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한나라당이 영남 의석을 석권하게 된 것은 영남인들에게 더 나은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지요.

모두가 지역주의를 개탄하던 때에 조 수석님은 낙관론을 역설하셨습니다. 조 수석님은 "이번 선거 결과를 무조건 미화할 생각은 없다. 영ㆍ호남의 배타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기 때문"이라고 하셨지요.

또 조선일보 같은 날자 인터뷰에선 "이번 선거는 지역성 외에 이념성 등이 드러나면서 양당 구도가 정착되어 가는 과도기적 과정이며, 지역주의를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후보들이 낙선하는 것을 볼 때 앞날은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말씀하셨지요.

이건 조 수석님의 저서들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조 수석님의 당시 주장 중에는 참여정부가 아프게 생각할 만한 것들도 있습니다.

제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가장 강조하는 '인사ㆍ예산의 탈정치화ㆍ투명화'는 조 수석님도 역설한 바 있는 것인데, 이는 오히려 참여정부에서 '지역구도 해체'를 위한다는 명분 하에 반대로 간 점이 있지 않습니까. '지역주의'와 '지역구도'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대연정 문제만 해도 학자를 비롯한 사회 각계 인사들이 참여한 세미나 같은 자리에서 조 수석님이 지지의 뜻을 표한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러나 대통령이 어느날 갑자기 대통령직을 걸고 나서고, 홍보수석까지 공격적인 자세로 가세하게 되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저의 문제 제기는 그런 맥락까지 고려한 것이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참여정부와 보수 신문들의 관계는 노무현 대통령이 역설한 '건강한 긴장관계'가 아니라고 봅니다. 건강하지 않다는 거지요. 그렇데 된 데엔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으며, 저도 책임질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쓰기 전 제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매년 한두 편씩 조 수석님에 대해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읽으면서 웃었습니다. 저와 조 수석님의 자세가 완전히 역전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조 수석님은 제게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하셨고, 저는 전투성을 옹호했더군요. 언제 기회 닿으시면 저의 변화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주시기 바랍니다.

제게 그런 변화의 계기를 주신 분은 바로 노 대통령입니다. 그래서 전 노 대통령께 깊이 감사 드리고 있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앞으로 공손한 자세로 대통령께도 공개적인 편지를 자주 드릴 생각입니다. 조 수석님이 과거 제게 역설하셨던 소통의 가치를 말씀 드리기 위해서 말입니다. 참여정부의 성공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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