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고민은 이제 그만하려고 한다. 난 무조건 이문옥을 찍을 생각이다.’(아이디 kein)
‘옥풍(玉風)이 성공만 한다면 노사모는 노무현과 민주당이란 보이지 않는 족쇄로부터 탈출해 노사모 고유의 정체성을 갖는 시민사회세력이란 이름을 찾을 수 있다.’(아이디 yonghkim)
‘이문옥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선택이 다양한 정치세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아이디 pwkss)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당내경선 승리에 견인차 역할을 했던 노 후보의 팬클럽 ‘노사모’ 내부에서 민주노동당의 서울시장 후보인 이문옥 전 감사관과 민주당 김민석 후보를 비교하는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문옥의 ‘옥’ 자와 김민석의 ‘석’ 자를 따서 이른바 ‘옥석논쟁’이다.
***사이버 공간의 ‘옥풍’, ‘옥석논쟁’으로 불붙어**
‘옥석논쟁’이란 표현은 이문옥 후보를 지지하는 쪽에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의 어원이라 할 ‘옥석을 가리자’에는 돌보다 옥이 좋다는 뜻이 이미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옥석논쟁’의 핵심은 노 후보의 대선 당선을 위해 민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당 후보인 김민석을 밀어주자는 주장과 정치개혁을 ‘노풍’을 통해 이루고 있으니 이 참에 '(이문)옥풍'도 만들어 선명한 정치개혁을 이루자는 주장의 대립으로 정리할 수 있다.
또한 ‘노사모’가 노무현을 지지하는 모임이지 그렇다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모임은 아니라는 주장과 노무현 지지를 대선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민주당을 지지해야만 한다는 주장도 대립된다. ‘노사모’의 정체성 논쟁도 곁들여져 있는 것이다.
‘옥석논쟁’이 벌어지는 곳은 ‘노사모’ 뿐이 아니다. 노무현 후보 공식 홈페이지 노하우, 안티조선 사이트, 그리고 각종 인터넷 매체 게시판에도 등장한다. 최근까지 각종 여론조사를 볼 때 이문옥 후보가 현실 정치권에서는 아직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이버 상에서는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민노당, 3자구도 정립될 수도...**
사이버 상의 이러한 논쟁에 대해 각 후보 진영도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다.
먼저 이 논쟁의 최대 수혜자라 할 민노당 측은 이 논쟁이 현재 2강구도인 서울시장 선거구도를 3강구도로 만들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잇따른 게이트 추문으로 인해 현재 유권자들이 부정부패의 척결을 최우선과제로 삼는 분위기이므로 반부패의 상징이라 할 이문옥 후보가 급부상할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
민노당 이상현 대변인은 “노사모 회원 중 민주당 지지층과 겹치는 비율은 10% 내외일 것”이라며, 개혁 성향의 후보를 선호하는 노사모의 서울회원들과 노조 등을 규합하여 시장선거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문옥 후보는 김민석 후보와 자신에 관한 최근의 논쟁과 관련하여 운동권 출신인 김 후보가 민주당의 당내 쇄신에서 보인 소극적 모습이나 권노갑 전 고문등과의 관계를 들어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민노당의 한 당직자는 김 후보에 대해 “수구세력과 맞서는 인물이라기보다 영악하게 줄을 선 新수구세력이라 할만한 행보를 보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노당의 한 관계자는 “옥풍이 불어 서울시장선거에서 10%의 득표를 얻어 국민을 놀라게 하면 민노당에게는 사실상 승리가 될 것”이라며, “이번 선거만큼은 유권자들이 응급처치가 아닌 보약을 선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옥풍’은 이명박 당선시킬 뿐이라는 논리**
현재 박빙의 승부를 보이고 있는 이명박, 김민석 두 후보 진영도 ‘옥석논쟁’에 민감하다. 특히 민주당엔 일종의 비상이 걸린 셈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날카로운 각을 세우고 수구 세력이 도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노당이 좀 더 큰 방향을 보고 나가주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민석 후보의 한 측근은 “이문옥 후보도 자신의 역할을 잘 하리라고 보지만 좀 더 대승적인 견지에서 행동 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문옥 후보에게 시민들이 기대하는 부패척결을 김민석 후보가 더 강하게 해낼 것”이라며 김 후보 역시 ‘반부패’라는 점에서 이 후보에 못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
한마디로 ‘옥풍이 불면 결국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시장자리가 돌아간다’는 논리다. 이문옥 후보가 유효투표의 1% 이상만 얻어도 그 반사이익을 모두 이명박 후보가 누리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민노당과 이문옥 후보가 이명박 당선 저지를 위해 후보사퇴 등 용단을 내려 줄 것을 바라는 속내를 ‘큰 방향’ ‘대승적 견지’라는 표현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해 민노당 이상현 대변인은 “이문옥 후보 출마가 민주당의 부패와 실정으로 인해 한나라당이 얻던 반사이익을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문옥 후보가 이명박 후보를 도와줄 뿐”이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한나라당, 일단 환영 그러나 ‘옥풍’이 이명박에 타격 줄 가능성 우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 측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에 실망한 386세대의 표가 우리에게 오진 않더라도 다른 쪽으로 움직일 수는 있을 것”이라며 일단 이 후보의 출마를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 측도 이문옥 후보 출마가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선거구도가 부패 대 반부패로 전선이 형성될 경우 이미 선거법 위반까지 경험하고 백억이 넘는 재산으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이명박 후보가 이문옥 후보에게 의외의 역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후보의 장점으로 연륜과 기업경영 경력을 내세워 왔는데, 공직생활 30년과 서울시 감사 4년이라는 이문옥 후보의 경력은 이명박 후보의 장점을 반감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사이버 공간에서 시작된 ‘옥석논쟁’이 실제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과연 양강구도가 3자구도로 바뀔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이문옥 후보가 어느 정도의 득표율을 보일 것인지, 또 이 득표가 과연 이명박-김민석 구도에서 누구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지 선거를 치른 후 정밀한 분석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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