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13일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초비상이 걸렸다. 예기치 못한 복병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지역으로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부산 등 세 곳이 꼽히고 있다. 이들 세 곳이야말로 지난주말 정식출범한 노무현 체제의 첫번째 실험대가 될 것으로 거론되는 지역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세 지역 모두 민주당이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우선 서울, 경기 등 수도권부터 살펴보면, 두 지역 모두 현재까지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한나라당 후보들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서는 민주당의 김민석 후보가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를 , 경기에서는 민주당의 진념 후보가 민주당의 손학규 후보를 앞서는 양상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에는 민주당 후보들의 자체 경쟁력이 큰 역할을 했으나 '노무현 바람'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데 있다.
***민주당 표밭 잠식할 후보들의 출현**
첫번째 변수는, 민주당 표를 잠식할 수 있는 후보들의 출현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깨끗한 손'으로 불리는 이문옥 전 감사관이 29일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로 공식출마를 선언했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민석 후보가 이명박 후보를 5~6%포인트가량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문옥 민노당 후보의 출현은 민주당에게 적잖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문옥 후보는 무엇보다 '클린(clean) 이미지'가 강한 후보다. 현재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 세 아들의 '3홍 비리'로 인해 '클린'이라는 측면에서 적잖은 부담을 안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마당에 깨끗한 이미지와 지명도가 높은 이문옥 후보의 출현은 민주당 지지표의 상당한 잠식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민주당의 우려와 불안은 최근 김민석 후보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이문옥 후보 출마에 대해 '민주전선의 분열'을 이유로 비판적 입장을 밝힌 데에서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이후보는 29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우리 사회의 올바른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경유착에서 비롯된 부정부패"라며 "서울에서부터 우리사회 부패척격의 대장정에 나서기 위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혀 앞으로 '클린 이미지'를 선거운동의 최대이슈로 내세울 것임을 분명히 했다.
경기지역에서도 아직까지 후보 단일화를 못한 민주당의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규 개정을 통해 일단 임창열 경지지사의 경선 출마를 봉쇄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임지사는 아직도 당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임지사는 28일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경선 합동연설회가 열린 고양시 일산구 백석중학교 강당에 '방청'을 명분으로 나타나 진념, 김영환 후보와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힘을 합치자는 두 후보의 제안을 일축했다. 그는 "힘을 합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지만, 아니면 각자의 길을 가야 한다"고 단호히 끊어 말했다.
임지사의 이같은 발언을 무소속 또는 제3당 후보로의 출마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정치적 협상의 여지가 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그가 독자행동에 나설 경우 현재 손학규 한나라당후보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진념 후보로서는 여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현역 도지사인 임지사가 독자출마를 강행할 경우 여권 조직의 분산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가 급락이라는 예기치 못한 경제변수**
두번째 변수는, 최근의 주가 급락이다.
그동안 핑크빛 전망에 휩싸였던 증시가 최근 주가 급락으로 흔들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명간 종합주가지수가 1천선을 가볍게 돌파, 1천2백~1천3백선까지는 무난히 상승할 것"이라는 게 국내 주식전문가 및 투자가들의 대체적 전망이었다.그러던 것이 지난주부터 주가가 급락추세로 반전, 증시 전문가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최근의 주가 급락은 국내적 요인보다는 미국경제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국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전망과 부진한 기업 실적이 잇따라 나오면서 뉴욕증시를 중심으로 세계증시가 일제히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 최근 들어서는 달러화까지 약세로 전환하며서 원화 환율도 급락, 우리 경제의 근간인 수출 전망마저 어둡게 만들고 있다.
미국 증시 침체가 일회적 현상이 아니라 상당 기간 지속되며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이다. 최근의 주가 급락을 바라보는 증시 관계자들의 시각이 여느 때보다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같은 경제 불안이 6.13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는 게 정가의 일반적 관측이다.
경기 지역의 경우 민주당은 진념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을 거의 반강제로 영입해 후보로 내세웠다. 민주당이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무리수를 둔 것은 진념 후보의 높은 '경제 브랜드' 때문이었다. 즉 진념 후보가 부총리 재임기간중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등급으로 복원시킨 대목을 앞세워, 중산층이 집단거주하고 있는 경기지역의 5개 신도시 등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가가 급락하면서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빠져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도리어 한나라당에 역공의 빌미를 제공할 위험이 커진다.
서울 지역 지방선거에도 경제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자신이 '경제통'임을 앞세워, 세대교체 바람을 무기로 삼고 있는 김민석 후보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가 급락이 일회성 현상으로 그친다면 별 일이 아니겠으나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된다면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YS의 '몸값 올리기'로 부산도 안개속**
서울, 경기 등외에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지역으로 주목되는 또하나의 지역이 부산이다.
부산은 대구, 경북, 울산, 경남 등과 함께 노무현 후보가 반드시 1석이상의 승리를 장담했던 5개 영남권 광역자치단체장선거 가운데 현재로서는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노후보는 영남권에서 1석이상 얻지 못할 경우 당에 재신임을 묻겠다는 약속까지 해놓은 상태다.
그런 만큼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부산 지역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지역의 경우 아직 적임자를 고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후보가 내심 희망하고 있는 문재인 변호사의 경우 출마를 고사하고 있는 데다가, 현재 대안으로 거명되고 있는 다른 후보들의 경우 김영삼 전대통령과의 관계를 사전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공식후보로 확정된 직후 노무현 후보가 29, 30일 연일 DJ, YS 예방을 통해 양김씨의 재결합을 추진하겠다는 '신 민주대연합' 구상을 밝힌 것도 부산지역 선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그러나 YS는 최근 일본방문 기간동안에 "6월 지방선거 이후에 보자"는 식의 '몸값 올리기' 전술을 구사하고 있어, 노후보 진영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울산 지역 또한 노후보가 80년대말 인권변호사로서 활약했던 연고로 기대를 가져볼 만한 지역이나, 노후보와 친분이 두텁고 이 지역에서 신망이 높은 송철호 변호사가 이미 민주노동당 후보로 확정된 상태여서 민주당 진영을 고민스럽게 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신속한 3홍 비리 결단만이 해법**
이처럼 예기치 못한 여러 변수의 출현으로 6.13 지방선거는 민주당에게 상당한 고전을 예고하고 있다.
여러 변수들 가운데 주가 급락 같은 것은 인위적으로 어떻게 하기 힘든 변수에 속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주가에 부정적인 금리인상 같은 조처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나, 이번 주가 급락의 진원지는 미국으로 정부도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3홍 비리'의 신속한 처리뿐이다. 3홍 비리를 신속히 처리할 경우 서울지역에서의 이문옥 후보로 대표되는 부정부패 척결 압박이나, 부산지역에서의 YS와의 연합전선 구축 등이 가시적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주말 대변인을 통해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자"는 애매한 메시지만 밝히고 있는 상태다.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며 김대통령이 대응한다면 김대통령의 공식적 대국민 사과는 한창 후에나 가능할 것이며, 이처럼 시간을 질질 끌 경우 40여일 후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는 부정적 결과를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민주당의 말못할 고민이 있는 것이다.
과연 김대통령은 민주당을 위해 언제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가. 민주당 관계자들이 초조하게 지켜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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