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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까지 '연정론의 투사'일 필요는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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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까지 '연정론의 투사'일 필요는 없는데…"

<기자의 눈> '연정'을 꼭 하고 싶으면 '연정론' 접어야

'벽'과 '벽'의 만남이었다.

청와대 측은 7일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회담에 대해 "서로 얼굴도 안 보고 양 극단에서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며 회담 테이블에 두 사람이 앉은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위안하고 있지만, 사실 이날 회담 내용을 보면 각자 자기 주장하던 것에서 진전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니, 박 대표라는 상대를 맞은 편에 앉힘에 따라 국민들 시야엔 '연정'을 '고장난 레코드 판'처럼 시종 되풀이 주장하는 노 대통령의 모습만 부각됐을 뿐이다.

***'연정'은 대통령의 고독한 결단…다음 수는 노 대통령만 알아**

이렇게 박 대표의 '연정 불가' 입장이 예상 이상으로 견고하자 노 대통령은 "너무 아깝다"면서도 계속 제기할 뜻을 밝혔다. 결국 박 대표의 '방패'를 뚫을 수 있는 노 대통령의 다음번 '창'이 무엇인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연정 논의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이 여당이나 청와대 참모진과도 의논할 수 없었던 '외로운 결단'이라고 밝혔던 만큼 다음 수순 역시 노 대통령만이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 노 대통령이 안다기보다는 그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 같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8일 "노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은 상생과 타협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 최고 수준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이라며 "정치문화를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대통령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박 대표와 회담을 계기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을 접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만큼 대연정에 대한 대통령의 '미련'이 크다는 뜻이다.

***'짜증 정국' 아니면 '깜짝 쇼'**

청와대 내에선 노 대통령이 해외순방 일정(8-17일)을 마치고 돌아온 뒤 가질 예정인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 대표들과의 회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소연정'이나 '민생경제를 위한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민노당도 7일 노-박 회담을 계기로 '연정론'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뾰족한 수가 없다 보니 청와대 주변에서는 '극단적인 추측'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연정 정국'을 계속 유지해 나가기 위해선 탈당, 조기사퇴 등 '극약 처방'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물론 청와대 내에서는 아직까지 이처럼 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긴 하지만.

노 대통령의 '다음 수'는 노 대통령의 '순방 구상'을 통해 추석 이후에나 구체화될 것이며, 이를 통해 연말까지는 노 대통령이 주도하는 '연정 정국'이 계속될 전망이다. 그것도 '벽'을 향해 소리치는 것처럼 대단히 짜증스러운 공방 아니면 노 대통령 한 사람이 주연-감독-제작하는 깜짝쇼 형태로 그렇게 될 공산이 크다.

***정말 '연정'하고 싶으면 당장 '연정론' 포기해야**

향후 정국의 추이를 이렇게 전망해볼 때, 국민들이 그 다음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도대체 왜 노 대통령은 연정론을 포기할 수 없느냐'는 문제다. 노 대통령은 '상생과 포용의 정치'를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청와대에선 이번 노 대통령과 박 대표의 회담이 "대화와 상생의 정치로 가는 첫 출발점"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정작 이날 회담은 '상쟁의 정치'의 전형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노 대통령은 박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과거사 문제'를 언급해 박 대표로 하여금 "연정을 하시자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며 '연정 불가'에 거듭 쐐기를 박게 만들기도 했다.

이같은 '상쟁의 정치 문화'가 어느날 갑자기 '연정'한다고 '상생과 포용의 정치문화'로 바뀔 수 있다는 건 지나친 비약이다. 상대방을 특정 지지기반(일단은 그것이 지역기반이건 정책기반이건!) 위에 선 정치세력으로 인정하고 각자의 지지자들의 이해와 요구에 기반해 정책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떳떳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생겨나고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 우선돼야 할 것은 무작정 '합치자'는 주장과 그에 대한 도리질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와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와대가 박근혜 대표와의 회담을 진정 '대화와 상생의 정치의 출발점'으로 삼으려면 적어도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을 접는 것이 온당해 보인다. 그것이야말로 노 대통령이 '연정'을 관철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노대통령,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해야**

또 한가지 문제는, 노 대통령이 제기하고 있는 '상생과 포용의 정치'에서 그 목적이나 방법이 대단히 모호하다는 점이다. 사실 선거구제 개편 문제만 해도 구체적인 시안 하나 만들어져 제시된 적이 없다. 대원칙에 합의하면 그때부터 얼굴을 맞대고 얘기해보자는 것은 일을 거꾸로 하는 것이거나 다른 목적을 숨기고 있다는 의구심을 사기에 딱 알맞는 주장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이 정말 '연정'과 '상생·포용의 정치'에 의지가 있다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와 프로그램 시안을 제시해야 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상생과 포용의 정치'를 지금 하자는 게 연정 제안이고, 또 '상생과 포용의 정치'를 정착시키기 위해 제도화 하자는 게 선거제도 개편"이라며 두 가지가 따로 갈 수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제안을 받는 입장에선 두 가지는 분명 별개의 사안이다. 그뿐만 아니라 연정 제안 이후 개헌론까지 불거지면서 논란은 얽히고 섥혔다. '도대체 대통령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수준이 되다보니 각종 '음모론'이 난무할 수 밖에 없다. 유독 우리 국민이나 언론이 '음모론'을 즐겨서가 아니다.

선거구제 개편을 하자는 것인지, 개헌 논의를 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여소야대' 상황이 너무 어려우니 당장 이를 극복할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인지 갈래를 나눠 명확히 하고 그 각각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달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최근 MBC <100분 토론>에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대통령은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하는데 노 대통령은 '거울'을 보고 정치하는 것 같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8일 10박11일의 일정으로 해외순방을 떠났다. 그 기간 동안은 노 대통령 스스로 '연정론의 투사'가 되지 않아도 된다. 외국 대통령 만나서 그런 얘기 할 필요는 없을 터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스스로 한발짝 떨어져 이 사안을 스스로 객관화하고 국민들이 궁금해 하거나 의구심을 갖는 대목들도 곱씹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거울 보고 정치하는 대통령"이라는 비난은 듣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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