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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양김에 의한 민주세력 배제의 역사"

쟁점토론 '양김 집권 10년' <2> 김수진

김대중 대통령이 마침내 민주당을 탈당함으로써 정치일선에서 공식 퇴진했다. 민주이행기 한국정치를 주도해 왔던 김영삼, 김대중 두 김씨의 시대가 외견상으로는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양김시대, 혹은 이들에 김종필씨를 추가한 3김시대의 특징은 무엇인가. 군부의 퇴진과 문민정치의 확립,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 허용과 시민운동의 활성화 등은 이 시대가 일구어 낸 소중한 정치적 결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성과보다 더 강력하게 3김시대를 특징짓는 것은 지역감정의 자극을 통한 3김의 지역할거, 이를 기반으로 한 봉건적 사당정치의 확립, 이들 간의 정략적 담합에 의한 정권창출, 그리고 창출된 권력의 전근대적 사유화 및 농단 등 부정적 요소들이다. 그 결과 정치에 대한 환멸과 냉소는 사회 전반에 확산되었고, 수많은 열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통해 쟁취한 민주주의는 채 꽃도 피우기 전에 빈사상태에 빠져버렸다.

***'노풍'은 3김정치 청산의 긍정적 신호,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일선 퇴진과 함께 3김정치의 이와 같은 부정적 특징은 과연 청산될 수 있을까. 우리는 그 긍정적인 조짐을 민주당의 개혁과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참여경선제 도입, 그리고 경선 과정에 불어닥친 노무현 돌풍에서 읽을 수 있었다.

자발적으로 조직된 자원봉사자들이 주도한 캠페인, 광주를 위시한 호남지역 선거인들의 지역주의를 초월한 지지, 정치개혁에 대한 노 후보의 강력한 의지 표명과 색깔론 시비에 대한 정면대응 등은 3김식 정치와 뚜렷이 구별되는 신선한 정치충격이었다. 노 후보에 대한 전반적 지지도가 경선 과정 동안 급상승한 것은 이처럼 새로운 정치를 갈구해 온 국민들의 여망이 폭발적으로 분출한 것에 다름이 아니었다.

그런데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 후보에 선출되자 양김의 퇴진이 아니라 양김의 연합된 지지와 지원을 업고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양김의 화해와 연대는 지역주의의 근원이었던 영호남 대립의 극복을 의미하며 또 지역적으로 분열되었던 민주화세력의 재결집을 의미한다며 자신의 집권전략을 정당화했다. 민주이행 이후 양김에 의해 분열되었던 민주화세력을 결집시키고 이들의 법통을 자신이 이어 받아 정권을 창출해서 미완의 민주주의를 완결시키겠다는 것이 노무현 후보의 의지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3김시대의 부정적 유산인 지역주의와 사당정치가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온존시킨 가운데 과연 혁파될 수 있을까. 또 이것이 혁파되지 않은 채 민주화가 완결될 수 있을까. 일찍이 YS와 JP의 연대가 YS정권을 창출한 바 있으며, 그후 DJ와 JP의 연대는 DJ정권을 창출했다. 이제 다시 노 후보가 시도하려는 YS와 DJ의 연대는 그 이전의 연대들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는가. NDY(노무현ㆍ김대중ㆍ김영삼)연대가 새로운 지역주의 연합이 아니라 민주화세력의 연합이라는 노무현 후보의 주장은 얼마나 타당한가.

***'87년 이후 정치사는 양김에 의한 여타 민주세력 배제의 역사**

주지하다시피 1987년 민주이행은 시민사회에서 성장한 다양한 세력들의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하나의 강력한 힘으로 결합해서 전개했던 민주화투쟁의 산물이었다. 양김씨가 이끌었던 정치권은 권위주의 군부정권을 굴복시킨 민주화세력의 일부였을 뿐이다.

그러나 6.29선언 이후 진행된 민주이행을 위한 협상과정에 양김씨가 이끌고 있던 정치세력이 민주화세력을 대표해서 참여하고 그 외의 민주화세력들은 효과적으로 배제되었다. 그 결과 새로운 정치질서는 이들과 권위주의 세력들과의 정략적 담합에 의해 형성되었고, 이들은 무엇보다 새로운 정치세력의 정치사회로의 독자적 진입을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을 견고하게 쌓아 올렸던 것이다.

이처럼 형성된 보수독점적 정치구도 속에서 양김씨는 추종자들을 지역적으로 분할해서 정치권력을 획득하려는 경쟁에 돌입했다. 이들의 분열에 의해 민주-반민주 대립구도는 급속하게 해체되고 TK, YS, DJ, JP로 대표되는 지역주의가 확고하게 정립되어 갔다. 이들은 지역감정의 자극을 통해서 출신지역 유권자들을 식민화함으로써 지역의 맹주가 되었고, 이를 토대로 민주이행기 정당조직을 사당화했으며, 지역주의를 통해 확보한 권력자원의 가부장적 배분을 통해 봉건적 가신정치의 질서를 확립했다.

민주화투쟁에 참여했던 자들은 오직 양김이 이끄는 지역주의와 봉건적 가신정치에 복종함으로써만 정치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양김식 정치를 거부한 독자 생존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15대 총선 직전 3김청산을 내걸고 이들에게 도전했던 이철, 유인태, 박계동 등 소장 정치인들이 이들의 표적사살에 의해 정치생명을 잃어버렸던 사건이 이를 웅변해 주었다.

결국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3김정치의 압도적인 힘이 한국 민주주의를 짓눌러 왔던 것이다. 3김의 권력욕, 이들을 추종하고 이들에 의지해서 표를 얻고 권력자원을 배분받으려는 정상배들, 그리고 이들의 볼모가 된 유권자들의 지역주의적 투표행태가 3김정치를 견고하게 지탱해 온 세 축이었다.

***포스트 3김 정치인들의 개혁연대 결단 있어야**

그렇다면 이 세 축을 어떻게 허물어뜨릴 수 있을까.
우선 3김의 자연적 수명이 다하기를 기다리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알 수도 없고 그 동안 치러야 할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비용 역시 막대할 것이다.

한편 유권자들은 3김식 동원 전략의 희생자들이었다. 이들이 지역주의와 3김식 야합에 아무리 회의와 환멸을 키워 본들 선거 때 이들에게 지역주의적 선택 이외의 어떠한 효과적인 대안도 제시된 적이 없었다. 지역연고자에게 투표를 하거나 아니면 기권하는 것이 이들에게 주어진 선택지였던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3김의 뒤를 잇는 정치인들의 결단뿐이다. 이들이 3김정치와 지역주의를 과감하게 청산하고 탈지역적 이슈를 통해 정치지지를 재편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3김정치와 지역주의는 동전의 양면이다. 따라서 이 양자는 동시에 청산되고 극복되어야 한다.

민주세력 연합론이라는 미명으로 아무리 호도하더라도 양김의 제휴를 통한 정권창출 모색은 새로운 지역연합에 의한 정권창출 기도에 다름없다.

***노 후보의 부산시장 후보 낙점 부탁은 3김식 봉건정치의 극치**

다시 강조하거니와 민주화투쟁은 양김의 지역주의와 사당정치에 복속해 갔던 인물들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었다. 투쟁에 가담했던 대다수 시민과 학생, 민중들은 여전히 시민사회에 머물면서 이들의 소중한 투쟁의 결실이 양김의 정치적 야욕에 의해 유린되고 훼손되어 가는 것을 분노와 좌절감을 씹으며 지켜보아 왔다.

이들의 분노를 외면한 채 단지 양김 추종세력들을 하나로 끌어 모아 놓고 민주세력 연합이라고 포장을 씌우는 것은 기만적 책략이다. 노무현 후보가 진정 민주적 개혁세력의 결집을 통한 민주주의 완성을 추구하고 그 선봉에 서기를 원한다면 양김의 지원이 아니라 양김의 지역주의적 개입을 배제한 새로운 개혁연대의 창출을 모색해야 한다.

호남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자신이 김영삼씨의 지원마저 얻으면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된다는 것은 한심한 견강부회에 불과하다. 김영삼씨가 낙점한 인물을 민주당 후보로 삼아 부산시장에 당선시키면 지역주의가 극복될 수 있다는 주장은 노씨의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김영삼씨가 후보로 나가라면 나가고, 나가지 말라면 안 나가겠다는 인물이 부산시장이라는 막중한 직책의 적임자라는 것인가. 만약 이 인물이 부산시장에 당선될 경우 부산시정은 김영삼씨가 떡 주무르듯 해도 좋다는 것인가. 또 김영삼씨가 자의적으로 부산시장을 그만두라고 하면 무책임하게 그만 두어도 그뿐이라는 얘기인가. 이야말로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능멸하는 3김식 봉건정치의 극치가 아닌가.

***3김정치 볼모 한나라당, JP 몸값 올리기로 한국정치 거꾸로 가**

이러한 정치적 시도의 부당함을 정면으로 비판하지 못하는 한나라당 역시 3김정치의 볼모로 잡혀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노-김 협의의 부당성을 국민과 부산 시민에게 당당하게 밝히려 하지 않고, 오히려 김영삼씨에게 노 후보의 제의를 거절해 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결국 부산시민을 김영삼씨의 정치적 노예쯤으로 여기는 것은 노 후보나 한나라당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YS의 정치적 가치가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에 의해서 이처럼 천정부지로 치솟자 김종필씨 역시 정치적 몸값 불리기 대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리하여 대단히 불행하게도 오늘날 한국정치는 거꾸로 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일선에서 퇴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김정치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김씨들에 의탁해 정권을 획득해보려는 노무현씨와 이회창씨가 져야 한다

필자는 빈사상태에서 허덕이고 있는 한국 민주주의의 소생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한 지식인의 입장에서 3김정치를 떠받쳐 온 세 축에 대해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첫째, 3김씨는 지난 15년간 저질러 온 정치적 적폐에 대해 국민들에게 함께 사과하고 정치일선에서 실질적으로 완전히 퇴진하라.

둘째, 민주당과 한나라당,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는 3김씨에 의탁해서 정치적 지지를 동원하려는 유혹으로부터 벗어나라.

셋째, 유권자들은 더 이상 3김씨와 이들을 추종하는 정치인들의 책략에 우롱당하지 말라. 3김이 채워준 지역주의의 족쇄를 과감히 벗어 던지고, 한국정치의 밝은 미래에 관해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후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준비를 유권자들은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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