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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24시 <3> - 유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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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후보 24시 <3> - 유종근

"DJ노믹스 원칙대로 돌려놓겠다"

유종근 전북지사를 취재하기 위해 1일 아침 전라북도 서울사무소(이하 서울사무소)로 향하던 기자에게 핸드폰으로 급한 연락이 왔다.

유 지사가 오전 10시 서울사무소에서 업무를 시작하기로 했던 일정을 바꿔 선거캠프인 여의도 KBS 옆 ‘강한 한국포럼’에서 9시부터 업무를 시작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행선지를 바꿨다.

9시가 조금 지나 캠프에 도착하니 유지사는 이미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한 상태였다. 자신이 쓴 글을 점검한 후 한 직원에게 건네주며 보내기 전에 꼭 오자를 확인해 보라고 당부했고 두꺼운 서류뭉치 하나를 폐기하라는 지시를 내린 후 선거캠프를 떠나 서울사무소로 향했다.

서울사무소에 도착할 때까지 유지사는 차내에서 영자 주간지와 조간신문의 국제면을 읽기 시작했다. 국제면을 먼저 보는 것이 평소 습관인지 묻자 유지사는 "이미 아침에 일어나서 한번 다 훑어보고 다시 보는 중"이라고 답했다.

***"나는 온건한 원칙주의, 개혁주의자"**

신문 이야기를 하던 중 이날 한 신문에 실린 경선후보의 이념성향을 구분한 기사로 화제가 옮겨졌는데 유지사는 자신이 노무현 고문에 이어 진보적인 성향 2위로 평가된 것을 그다지 달가와하지 않는 듯 했다.

유지사는 “굳이 말하자면 나는 온건한 원칙주의, 개혁주의자인데 재벌에 대한 태도가 엄격해 보여서 그렇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자평했다.

서울사무소로 가는 도중에 유지사는 저녁에 고등학교 선배와 만나 저녁식사를 하기로 약속을 정했는데 밤에 있을 당내 한 실세와의 중요한 약속을 염두에 두고 겹치지 않게 시간을 조정했다. 그 실세가 누구인지는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지사업무 7월까지도 가능하면 계속할 계획"**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 광화문 프레스센터 10층에 위치한 서울사무소에 도착했다. 직원 정원이 7명인데 현재 4명이 근무 중이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지원자가 없어서 정원보다 3명이 적은 상태라고 했다. 사무소 직원들은 유지사 개인이나 경선 출마에 관한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유지사는 서울사무소 집무실에서 도지사 업무를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몇 가지 결제를 하고 도정에 관련된 서류들을 점검하며 1시간 가량을 보냈다.

경선을 위해 지사직을 사임할 계획인지 묻자 “지사업무는 6월까지는 계속하고 7월까지도 가능하면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점심시간이 되자 유지사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최 초청강연을 위해 행사장인 호텔로 향했다.

***"외교문제 당당하게 임할 것"**

이동중 차안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미국 고위관리들을 대부분 만나고 온 점을 20여 년간 미국에서 생활 한 ‘미국통’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해 보았다.

유지사의 대답은 “한국위상이 과거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야당총재 예우하는 의미로 만난 것이지 미국이 어떤 의미를 갖고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고 해석하고 “외국 특히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리 측이 처음부터 주눅이 들어 불리한 경우가 많은데 나는 경험을 바탕으로 (대통령이 되면) 외교문제는 당당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사는 행사장인 호텔 레스토랑 앞에서 캠프의 고문으로 이번 경선에서 홍보와 언론대책을 돕고 있는 현직언론인 L씨와 만났다.

L씨는 유지사와 동문인 인연으로 돕게 됐다고 설명하며 “학창시절 유지사는 수학을 아주 잘했고 훌륭한 학자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고 회고했다. L씨는 이때부터 오후 사진촬영 때까지 동행하며 유지사에게 조언을 해 주었다.

***풍부한 행정경험을 강조**

잠시 후 친동생 유종일 교수(국제정책대학원)가 도착했다. 유 교수는 “형님이 미국에서 생활할 때 뉴저지주 경제자문관으로 일한 것을 1주일에 1, 2번 주지사 만나는 명예직 정도로 아는 사람이 많은 데 풀타임 잡(full time job)으로 월급 받던 직업이었다”고 설명하며 유지사의 풍부한 행정경험을 강조했다.

유 교수는 또 “나이차가 많아서 삼촌 같은 형이었다”며 “늘 야학교사와 합창반 등으로 바쁘게 집 밖으로 나돌아 다니는 모습이었다”고 학창시절을 회상했다.

유 교수에게 경선후보로서 유지사의 약점을 묻자 “처음 귀국했을 때 일상생활에서 미국식의 행동이 자꾸 나오고 해서 많이 고쳤지만 아직도 가끔 그런 것이 튀어 나온다”고 말했다.

또 “논리적이고 솔직한 것이 흥분하고 따지는 듯이 보이는 점도 조금은 있다”고 밝혔다.

***재벌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

유 지사가 연단에 오르기 직전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인 제프리 존스는 “유지사가 득남부분 세계기록을 세운 것 같다”며 농담을 건네 지난 1월5일에 득남한 것을 축하했다.

유지사는 연설에서 시장원리와 원칙에 입각한 정책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는데 특히 재벌의 불법적인 로비와 불합리한 영향력 행사, 불투명한 경영에 대해 강도 높게 반복해서 비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경선참여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제 지방색으로 투표하기 보다는 국민을 부유하게 해줄 사람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봤고 자신이 그 일을 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경선에 참여했다”는 요지의 대답을 했다.

존스 회장은 유지사에 대해 자신이 경험한 바로는 “리얼 퍼블릭 서번트(real public survant, 진짜 공직자)”의 전형적인 인물이며 한 단어로 표현하면 “어니스트(honesty, 정직)”라고 말했다.

***"구호만 있는 다른 후보보다 유리하다"**

연설을 끝내고 다시 서울사무소로 돌아온 유지사는 1시간 정도 머물며 업무를 몇 가지 더 확인했다. 그리고 조간에 난 진보 성향 후보로 분류된 문제를 포함해서 앞으로 언론과의 관계형성에 대해 L씨와 몇 가지 논의를 한 후, 도정에 관련된 업무서류를 챙겨 포스터와 홍보용 사진촬영을 위해 청담동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차안에서 유지사는 좀 피곤한 듯 “잠시 눈을 붙이겠다”고 보좌관에게 말하고 잠을 청했다. 차량 정체로 시간이 늦어져 유지사는 긴 휴식을 취할 수 있었지만 도착 후 촬영시간이 모자라서 촬영이 빡빡하게 진행되었다.

유지사가 촬영을 한 스튜디오는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에 당선되기 직전까지 홍보용 촬영을 맡던 곳으로 유지사의 가족사진도 쭉 이곳에서 찍었다고 한다.

촬영은 의상도 교체해 가면서 다양한 포즈로 진행됐는데 긴장하고 굳은 표정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카메라 뒤쪽에 L씨가 마주 앉아서 계속 말을 주고받아야 했다.

촬영을 마치고 캠프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유지사는 도정 관련 서류와 캠프 정책팀이 만든 서류를 번갈아 가며 읽었다. 지사 업무와 당내 대선후보 경선이 겹쳐서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자 “지역행정을 통해 실제로 많은 일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구호만 있는 다른 후보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지사에게 대선 경선주자 중 대학(고려대) 선배이기도 한 김중권 고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자 “김 선배는 벌써 97년부터 (대권) 마음 품고 교우회를 자기편으로 다 가져가 버렸어”라고 대답했다.

***따지는 듯한 말투, 강한 ‘유 고집’**

5시에 약속한 모 신문과의 정책인터뷰는 유지사가 10여분 늦게 캠프에 도착했기 때문에 5시 15분부터 시작되어 예정된 1시간 30분을 넘겨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가던 기자 중 한명은 유지사의 정책에 대해 “시장경제원리에만 집중하는 감이 있고 특히 실업이나 고용문제에서는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보다 냉정한 해결을 선호하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유지사 개인에 대해서는 “단점은 흥분하면 따지는 듯한 말투가 되고 꼭 상대를 끝까지 설득시키려는 것이고 장점은 경제를 아는 전문가라는 점”이라고 평했다. 문득 유 지사의 별명이 '유 고집'이라는 점이 떠올랐다.

***"아휴 죽겠어"**

인터뷰가 늦어지면서 원래 63빌딩 중식당에서 7시에 만나기로 한 저녁식사 약속은 8시 무렵이 다 돼서 시작됐다. 함께 식사한 인물은 유지사의 선배인 모 학원 이사장이었다.

그는 유지사에 대해 “유지사는 학자이며 맡으면 뭐든 잘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저녁식사가 생각보다 길어지자 다음 일정에 차질을 걱정한 유지사의 보좌관은 식당 측에 ‘코스음식이 빨리 나오도록’ 부탁해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민주당 박상천 의원과 우연히 조우했다. 박 의원은 “아이구, 대선후보! 어때 할만 해?”라고 물었고 유지사는 웃으며 “아휴, 죽겠어”라고 대답했다. 박 의원은 “이러다가 또 우리 둘이 연대한다고 소문날라”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유지사는 이날 일정 중 가장 중요한 약속을 위해 63빌딩 앞에서 일단 기자와 잠시 헤어져야 했다. 여권 실세와의 회동인 이 약속은 유지사측이 요청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유지사의 표현으로는 “그냥 인사나 하는 자리”라고 했다.

회동을 마치고 돌아온 유지사는 그의 말처럼 ‘인사’만 하고 오지는 않은 듯 캠프에서 가방만 들고 나가면 오늘 일과는 끝이라던 예정을 바꿔 캠프내 최측근들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를 끝낸 후 캠프를 나서며 기자에게 마지막 하나 남은 일정도 마저 따라 갈 것인지를 물었다. 처남집에 놀러 가 있는 유지사의 7살 난 딸 예지를 데리러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선후보로서의 바쁜 일정 가운데도 딸을 직접 데리러 가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DJ노믹스를 다시 원칙대로"**

차에 동승해 가면서 유지사에게 어떤 계기로 경선에 나서게 됐는지 마지막으로 질문해 보았다. 유지사는 “지금 권력을 잡고 싶어서 국민들에게 ‘대통령’시켜 달라고 조르는 사람들은 많아도 건전한 제도 속에서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기 위해 ‘대통령직’ 일을 할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고, 내가 그 일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하고 ‘DJ노믹스를 다시 원칙대로 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는 요지의 부연설명을 했다.

예지네 외삼촌댁 앞에 도착하자 유지사는 마중 나온 딸을 꼭 안고서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인사하며 집을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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