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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가 YS를 박대한 까닭은?

생일 '축하난' 꽃배달로 보내

김영삼 전대통령의 74회 생일인 16일 하루 전 청와대에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전말은 이렇다.

유선호 정무수석은 YS의 생일을 앞두고 ‘축하난’을 상도동에 직접 방문해 전달하겠다고 보고했다가 DJ로부터 꾸중을 들었다. DJ는 유쾌하지 않은 표정으로 ‘꽃집에 연락해 배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

순간 유 수석은 김 대통령의 속뜻을 몰라 당황했다고 한다. 전직대통령과 야당총재 생일 등에는 정무수석이 직접 축하화분을 전달해온 청와대 관례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결례라고도 할 수 있는 일이다.

YS 스타일로 봐 축하화분을 꽃집 종업원이 오토바이에 싣고 상도동에 전달하고 수령자로부터 ‘받았다’는 사인까지 받아갈 경우 나타날 반응은 심상치 않을 것도 뻔했다.

유 수석은 그렇다고 김 대통령의 지시를 어길 수도 없고, 재고를 건의할 처지도 아니었다. 집무실을 나온 그는 주변 비서관들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으냐”고 물었으나 오히려 다른 비서관들은 ‘정무수석이 DJ 뜻을 저렇게 몰라서야...’ 하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소동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축하난을 보낸 청와대도 그걸 받은 상도동도 자세한 내용은 외부에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분배달 소동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YS와 관계를 개선하려고 그토록 애써온 DJ가 왜 갑자기 YS를 냉대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DJ, YS 박대로 ‘대선 중립’ 과시**

측근들에 따르면 DJ는 YS에 대한 기대와 미련을 거의 버렸다고 한다. 한때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겨냥한 정치적 동반의 필요성에서 YS와의 관계개선을 모색해 왔지만 온갖 독설을 퍼부으며 아예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자세를 보이는데 질렸다는 것.

‘독재자’라는 비난에서부터 ‘김정일 위원장 답방반대’, ‘DJ 임기를 보장할 수 없다’는 등의 온갖 악담을 퍼부은 것은 용서하기 힘들다는 주변 반응이다.

더욱이 DJ가 민주당 총재직 사퇴로 탈정치를 실천중인데 YS와 관계개선을 하는 양 보이면 한나라당으로부터 어떤 공격을 받을지도 감안해야 하는 입장이다.

DJ로서는 차기대권 창출문제에서 손을 뗀 이상 이회창 총재의 당선가능성도 염두에 두기 시작한 측면도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DJ의 매정한 조치가 최근 YS의 청와대방문이 내밀하게 추진되던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YS 측근들에 따르면 안티 이회창 심정이 여전한 YS가 얼마 전부터 DJ의 대선에 대한 속뜻을 확인하기를 원했고, 이에 따라 은밀히 DJ-YS 회동이 모색돼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DJ의 박대는 YS가 추진하는 반(反)이회창 전선구축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YS가 자신을 비난해온 것도 용서하기 힘들지만 한번 만나면 뒤에 어떻게 변할지, 이를 역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근본적 불신이 작용했다는 것이 청와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그러면 YS는 왜 신년인사차 상도동을 방문한 이회창 총재에게 식사를 대접했고, 또 대문 밖까지 따라 나왔다가 다시 불러들여 귓속말을 하는 친화적 제스쳐를 취했는가.

이에 대해서도 DJ를 향한 시위용 몸짓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마치 자신이 이회창을 지지하는 듯한 모습을 외부에 공개해 여권, 특히 이회창 총재를 싫어하고 어느 정도 두려워하는 DJ를 자극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회창 쪽 편을 들 리 만무한 YS의 갑작스런 행동이 DJ를 만나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느냐는 분석도 없지 않다.

결국 DJ는 YS를 냉대함으로써 대선으로부터 초연하겠다는 생각의 일단을 보인 셈이다.

확대해 해석하면 이회창 총재의 지지도가 앞으로도 여전히 높게 나타난다면 ‘이회창 대통령’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YS의 反이회창 전선구축 상당한 차질**

YS측이 청와대의 박대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는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반(反)이회창 전선 구축에는 상당한 차질이 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눈치다.

김종필 총재와의 관계도 내각제 때문에 진전이 있기 힘들고, 이수성-박근혜와 같은 TK 출신들을 앞세우려는 계획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인제 민주당 고문을 밀기는 더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가지 유의할 부분은 YS 측근인 김혁규 경남지사가 YS 주변의 사주에 편승하다 정치적으로 난처한 지경에 놓인 점이다. 김 지사는 상도동을 방문할 때마다 ‘대통령 출마’ 가능성을 흘려 이회창 총재를 자극해온 게 사실이다.

이 총재로서는 YS 사람인 김 지사를 경남지사로 재공천함으로써 YS를 만족시킬 의향은 있었지만 그의 행보가 너무 자극적이어서 경남지사 후보에 다른 사람을 공천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고 한다.

50대초의 경남지역 기초단체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YS로부터도 호감을 산 인물이어서 이 총재가 그를 공천해도 YS로부터 극렬한 반발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약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결국 김 지사만 희생되는 결과를 낳는다.

아무튼 화분소동은 일견 사소해 보이면서도 향후 대권국면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선거철은 선거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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