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한도 대폭 상향조정 등을 골자로 하는 정치자금법, 선거법, 정당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을 추진, 한나라당 등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정치개혁협의회측은 열린우리당 입장을 지지하고 있어, 앞으로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당, 1년도 안돼 정치관계법 개정 추진**
우리당 정개특위는 최근 정치관계법 개정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현행 연간 1억5천만원인 후원금 모금 상한선을 유지하되 모금 방법의 현실화 차원에서 정치인 후원회 행사, 법인.단체의 기부 등을 다시 허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기업 등 법인의 기부한도도 현행 연간 2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또한 불법정치자금의 온상으로 지목받으며 폐지됐던 지구당 제도 역시 지역 당원협의회 형식으로 부활을 재검토중이며, 지난해 정치관계법 개정내용에는 없었던 광역.기초 자치단체장과 의원 및 예비 후보자의 정치자금 모금 도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당 정치개혁특위 이강래 위원장은 14일 이와 관련, "정치자금법 후원회 행사금지, 법인단체의 기부금지 등이 향후 국회 정개특위 논의과정에서 주요 쟁점사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웅, "규제일변도 정자법 현실화해야"**
이같은 여당 움직임에 대해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국회정치개혁협의회의 김광웅 위원장(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도 정치자금법 개정에 찬성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개협은 금주 중반부터 개정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15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후원회를 허용하고 법인 등의 기부금 한도를 현행 2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상향조정하자는 열린우리당 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기업 등 법인의 기부금 문제는 앞으로 해결할 과제가 아닌가, 이런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며 "(열린우리당 안에) 동의라기보다는 하여튼 그런 쪽으로 긍정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개정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후원회 행사 허용과 관련해서도, "집회 후원을 허락하지 않아서 후원회 밤 등을 통해 송금에 의존하다보니 통지서를 보내는 데 5백만원이 들고 송금으로 모인 돈이 5백만원밖에 안돼 모금이라고 볼 수가 없다"면서 "옛날에 하던 집회 후원도 허락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다"고 찬성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해 정치관계법을 만들었던 오세훈 전 한나라당의원이 최근 정치관계법 개정을 강력 비판한 것과 관련, "오세훈 전의원이 <시사저널>과 인터뷰한 것을 보니까 '기업헌금은 합법적인 뇌물행위에 해당한다'고 극단적인 표현을 했지만 이제는 기업의 비자금이나 몰래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일들은 없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광역.기초 자치단체장 등의 정치자금 모금 허용문제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리는 대목"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지자체장 선거후보자 등을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면 후원회를 마땅히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편법으로 정치자금을 모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긍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김원기 국회의장의 '정치를 좀 사랑해달라', '정치인을 믿고 지지해달라'는 말에 동의한다"며 "세계도 많이 변하고 정치세계도 변해가고 또 지난번에 선거혁명도 이루어졌고 하니까 어떻게 해서든지 정치인을 믿고 돕는 쪽에 생각을 가져야 된다고 한다면 많은 규제 일변도의 선거법, 정치자금법 보다는 좀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어떻게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나라, "과거로 회귀하자는 거나"**
이같은 열린우리당과 정개협의 정치자금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은 강력반발했다.
남경필 수석부대표는 15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16대 국회 말에 ▲투명한 정치자금 조성 ▲선거공영제 ▲소액다수 후원금 ▲기업후원을 금지 등 4가지의 큰틀에 여야가 합의해 이 법이 만들어졌다"며 "큰 틀의 방향조차 뒤바꾸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선거때 칭찬 한번 받고 표 한번 모으고 나서 방향을 완전히 바꾸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문제가 조금 있다면 개정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당이 추진하는 개정의 방향은 선거를 앞두고 개혁경쟁을 하다가 지금은 완전히 방향을 바꾸는 쪽으로 나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희정 의원도 "오세훈 전의원을 중심으로 법을 개정했는데, 1년도 안돼 바꾸자는 논의가 나오는 것은 오히려 한나라당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정치관계법 개정과 관련해 당론과 상관없이 개인 의견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것이 자칫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버릴 수 있다"며 "정치자금법 개정은 차떼기 오명을 썼던 한나라당이 깨끗이 정치한다는 의미로 개정한 것"이라고 집안단속을 원내대표단에 주문했다.
전여옥 대변인도 논평에서 "새 정치자금법으로 지난 17대 총선이 '대청소' 됐다"면서 "또 한번 현행법으로 18대 총선을 치른다면 우리 정치문화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고 정치자금법 개정 반대의사를 밝혔다.
민주노동당도 당연히 우리당의 정치자금법 개정 움직임에 강력반발하며, 우리당과 한나라당에 대해 지난해 약속했던 1천억원의 불법 대선정치자금 국고반납을 압박했다. 노회찬 의원은 14일 "양당은 국민에게 약속한 1천억원대의 불법 정치자금부터 국고에 반납한 뒤 반부패선언 등을 운운하라"고 질타했다.
***박형준, "한나라당, 이니셔티브 취할 의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내에도 현행 정치관계법에 대한 불만이 적지않아 여당이 '총대'를 메고 나설 경우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이를 적극 저지할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 정개특위 간사인 박형준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국민들의 깨끗한 정치에 대한 요구수준이 높아 현행 정치자금법은 바꿀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면서도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취할 의사는 없다"고 말해, 한나라당이 여론추이를 주목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박 의원은 이밖에 "선거법은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아서 고쳐야 한다. 선관위의 자의성이 많은 부분을 명확히 규정할 것"이며 "정당법도 원내정당, 정책정당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해 선거법과 정당법은 적극적인 개정 의향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16일 국회 정개특위 주최로 정치관계법 개정 공청회를 갖는 한편, 17일부터 제2기 정개협의 첫회의를 열고 매주 한차례식 회의를 통해 각당의 개정안과 선관위, 시민단체의 안을 수렴키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하지만 다수 국민여론은 정치자금법 개정에 대해 비판적이어서, 과연 여당이 여론의 반발을 딛고 정치자금법을 개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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