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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아버지 뒤를 따르자"

박근혜 - 한국최초의 여성대권 도전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가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치개혁 및 화해와 화합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가 출마의 변이다.

또한 “1인 보스체제에서의 경선은 무의미한 경선”이라며 경선방식 변경을 포함한 정치개혁을 위해 ‘한나라당 당개혁 추진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그간 영남후보론, 제3신당후보론 등으로 정치권 화제의 중심에 서 있던 박 부총재가 경선 참여라는 방식으로 이회창 총재에게 정면 승부를 건 것이다. 아울러 DJ의 총재직 사퇴 이후 민주당으로부터 불기 시작한 정당개혁의 바람몰이를 자신의 경선 참여 무기로 삼겠다는 전략도 분명히 했다.

1952년생,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74년), 걸스카웃 명예총재(74년), 사단법인 새마음 봉사단 총재(78년), 사회복지법인 경로복지원 이사장(79년)을 거쳐 현재 한국문화재단 이사장(93년), 정수장학회 이사장(94년)을 맡고 있다.

정계입문은 97년 대선 직전인 12월 10일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부터다. 98년 4월 재보선을 통해 대구 달성 지역구에서 당선, 작년 4월 16대 총선에서 재선.

대선 주자를 자임할 정도의 경력으로는 지나치게 초라하다. 육영수 여사 피살 이후 5년간 퍼스트 레이디 역할, 그 과정에서 몇몇 사회봉사단체 책임을 맡았다. 80년대의 공식 경력은 전무하고, 93년 이후에도 문화재단과 장학회를 이끌고 있을 뿐이다. 정치경력도 재선에 불과하다.

***일천한 경력, 대중적 인기는 폭발적**

그러나 박 부총재는 정치 입문부터 폭발적인 대중적 인기를 몰고 다녔다. 정계 입문의 계기가 된 97년 대선 당시 IMF 사태로 인해 이회창 후보 뿐아니라 김대중, 이인제 후보 모두 박정희 전대통령의 경제업적을 계승하겠다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고, 당연히 그녀는 영입대상 1호로 꼽혔다.

98년 4월 재보선에서도 유세 마다 구름처럼 사람들을 몰고 다니며 상대인 엄삼탁 후보를 24.4% 차이로 가볍게 눌렀다. 당시 여론조사는 3.6% 차이의 접전을 예상했다.

국회의원이 된 직후 치러진 6월의 지자체 선거와 7월의 재보선에서 박근혜 의원은 가장 인기 있는 찬조연사였다. “그녀가 가는 곳마다 이긴다”는 신화를 만들어 낼 정도였다. 7월 재보선의 경우에는 7곳 선거구 모두에서 박 의원의 찬조연설이 있었다.

이렇게 한나라당 최고 인기 의원자리에 오른 박 의원은 그 여세를 몰아 98년 11월 전당대회에서 부총재 경선에 도전, 최병렬 의원에 이어 2위로 부총재 자리를 차지했다.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정계 입문 꼭 4년만이다.

박 부총재의 대중적 인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미국이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지난 8월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햇볕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가 떨어지고 레임덕이 감지되면서 평균적인 한국인들은 벌써부터 차기 대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차기 대통령은 김대통령보다 훨씬 보수적인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가 유력한 대선후보 가운데 한명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이 주목한 첫 번째 대목은 박 부총재의 보수성이었다. 그 다음은 아버지의 후광이다. “박 부총재는 메가와티 인도네시아 대통령,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 다나카 일본 외상처럼 아버지의 정치적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 이 신문의 분석이었다.

요약하자면 여성이라는 점, 아버지가 대통령이었다는 점, 육영수 여사의 뒤를 이어 5년간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했다는 점 등이 박 부총재가 갖고 있는 자산이다. 특히 아직도 최고의 퍼스트 레이디로 추앙받고 있는 육영수 여사에 대한 국민적 호감은 박 부총재의 인기를 설명해 줄 중요한 변수이다.

***부친의 후광 뛰어 넘는 독자적 이미지가 과제**

또한 김대중 정권에 대한 반감이 국민의 보수성을 자극하고, 계속되는 경제위기 상황이 급속한 경제개발을 이루었던 박정희 정권 시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는 점 등 상황변수 역시 박 부총재에게 유리한 점이다.

그러나 그 이상이 없다. 아니 그 이상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국민에게 알려지기에는 박 부총재의 정치경력이 너무 짧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는지 모른다.

앞서 인용한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 역시 “박 부총재는 아버지의 지역적 연고로 인해 일부 특정 지역에서만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다른 정치인보다 정치를 많이 알고 있지만 그녀가 정치가로서 이룬 업적이 별로 없는 점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독재자와 경제를 발전시킨 대통령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아버지와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며 “아버지 유산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신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까지 내 놓았다.

박 부총재는 이러한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후보 경선 참여를 선언했다.

좀더 정치경력을 쌓으면서 자신만의 이미지와 정치적 위상을 만들고 난 후 도전하는 단계적 접근이 아니라 단번에 치고 나온 것이다. 이번 경선 참여를 통해 자신의 독자적 위상을 한꺼번에 구축하겠다는 전략일까.

***한나라당 지각변동, 정계개편 가능성 커져**

박 부총재의 경선 참여 선언은 정치권 전반에 큰 파괴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우선 한나라당 내에서 김덕룡 의원, 이부영 부총재 등의 경선 참여 선언을 촉발시킬 공산이 크다. 그간 이회창 총재 독주체제로 굳어져 왔던 한나라당 내의 지각변동이 시작된 것이다.

또한 정계개편설도 계속 수그러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일단 박 부총재가 한나라당 후보경선 참여를 선언하며 이회창 총재에게 정면 승부를 걸었기 때문에 즉각적인 탈당과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박 부총재는 경선참여 선언과 함께 당 개혁을 요구했다.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이후 한쪽은 변하고 있는데 한쪽은 변하고 있지 않다”고 했고, “경선은 정당개혁이 이뤄진 뒤 해야 한다”, “공정한 경선에서 지면 당연히 승복한다”는 말도 했다.

뒤집어 해석하면 당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선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고, 또 불공정 경선이라면 승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로 들릴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탈당과 신당 합류 등의 가능성을 아직 열어 놓은 것이란 정가의 해석이 벌써 나오고 있다.

게다가 여야의 개혁 성향 중진의원 5인이 4년중임제 개헌을 주장하고 나선 마당에 박 부총재 역시 “중임제가 소신”이라며 동참할 뜻을 비쳤다. 5인 의원은 뜻을 같이 하는 여야 의원을 모아 내년 1월 4일 ‘정치쇄신 선포식’을 갖겠다는 세력화 의지도 천명한 상태다.

이제 한나라당이 어떤 당 개혁 움직임을 보일지, 여야 정치권에서 개헌과 정치쇄신에 대해 어떤 반응들이 나올지 지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박 부총재의 정치행보는 결정될 것이다.

대중적 인기를 바탕 삼아 단번에 대선주자 반열에 스스로를 올려 놓은 박근혜 부총재. 그러나 곰곰이 따지고 들면 아직 자신의 정치적 모습을 정확히 보여주지도 못한 상태다.

이번에 무엇을 어떻게 보여 줄 것인지, 박 부총재의 행보가 주목된다.

박근혜 부총재 약력

1970년 서울 성심고등학교 졸업
1974년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1987년 자유중국 문화대학 명예박사 학위 수여

1974년 걸스카웃 명예총재
1978년 사단법인 새마음봉사단 총재
1979년 사회복지법인 경로복지원 이사장
1993년 한국문화재단 이사장(현)
1994년 정수장학회 이사장(현)
1994년 문인협회 회원(현)
1998년 4월 한나라당 국회의원(현)
1998년 11월 한나라당 부총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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