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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한나라당, '합의안 백지화-본회의장 점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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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번엔 한나라당, '합의안 백지화-본회의장 점거'

우리당도 본회의장서 대치, 김의장 직권상정 여부 주목

국가보안법 등 쟁점법안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간의 협상은 '타결→우리당의 파기→재타결→한나라당의 재파기'를 거듭한 끝에 결국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점거라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2004년 마지막날 일어난 일이다.

***한나라, "'2+2' 받을 수 없다", 합의서 백지화**

30일 밤 김원기 국회의장의 입회하에 양당 원내대표가 4대법안을 '2+2' 분리 처리토록한 7개항의 합의서에 서명할때만 해도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싶었다.

열린우리당이 이에 앞선 의원총회에서 '국보법의 대체입법화'를 골자로 하는 양당 대표간 1차 협상 결과를 백지화시킨지 불과 2시간여만에 전격 타결한 것이어서 이같은 관측은 더욱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양당 지도부의 '합의서'는 이번엔 한나라당 의원총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백지화돼버렸다. 임태희 대변인은 의총 도중 "원내대표단 한두 분을 제외하고는 절대 다수가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4대법안은 '패키지'인데 국보법이 빠지면 다른 법안도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여당이 예산안과 파병연장안을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이것만 처리하고 나머지는 뒤로 미루거나, 국보법, 과거사법, 신문법을 처리하고 사학법을 미루자고 했어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요컨대 한나라당 대다수 의원들의 요구는 "우리당이 의총에서 백지화시킨 국보법의 대체입법화와 양당이 잠정 합의한대로 과거사법과 신문법을 연내에 처리하고 사학법만 내년 2월로 넘기는 '3+1' 방식에서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다.

의총이 길어지는 사이 "김덕룡 원내대표에 대한 의원들의 호된 질책이 쏟아졌다", "아무래도 합의는 파기될 것 같다", "과거사법을 받아들이면 박근혜 대표의 시비부터 시작해서 한나라당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다"는 전언들이 나왔고, 흉흉한 분위기는 결국 극단적 수단으로 현실화 됐다.

***박근혜 "우선 과거사법-언론법 막는게 중요", 본회의장 점거**

자정을 30분가량 넘겨 의원총회가 끝난 후 한나라당 의원들은 곧바로 본회의장과 법사위원회 등의 점거에 돌입했다.

박근혜 대표는 "국보법은 자기들 마음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두가지(과거사법, 언론법)는 처리하자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며 "우선 (우리당의 본회의 강행처리)를 막는 게 중요하다"며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박 대표는 예산안과 파병연장동의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즉답을 피한 채, "(과거사법과 언론법 등의 처리를) 우선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만 반복했다.

이병석 의원도 "본회의장을 점거한다는게 결론이다. 점거는 하루이틀에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합의안은 완전히 백지화됐다. 파병연장안과 예산안은 추후 대응하겠다"며 본회의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보수파 의원뿐 아니라 박형준, 박세일, 정병국, 박진 의원 등 그동안 '물리력 저지' 방식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온건파들마저 이에 동조하거나 '노코멘트'로 일관하며 본회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나라당은 의총에서 실력저지를 위한 조편성도 치밀하게 짠 듯 했다. 법사위와 교육위, 건교위,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은 법사위 회의장을, 나머지 의원들은 본회의장으로 향해 여당과 국회의장의 강행처리 시도에 대비했다.

본회의장에선 국회의장석 양옆 계단에 20여명이 진을 치고 앉아 국회의장의 본회의 사회 자체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법사위에서도 출구를 의자와 책상 등으로 완전 봉쇄했다.

***천정배 "김의장 사회 볼 것", 우리당도 본회의장 집결**

이 시각, 의총을 진행 중이던 열린우리당 의원들 일부는 본회의장 상황을 체크하며 "한심해서 못봐주겠다"(정봉주), "합의서에 서명해놓고 지금 뭐하고 있는거냐"(우원식) 등 비난을 퍼붓는 와중에도, 1차 잠정합의 파기로 인한 책임론을 덜어낸데 안도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한나라당 과반수 이상의 의원들이 합의를 번복키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원내대표간에 합의하고 의장이 발표한 내용을 뒤집을 수 있느냐"며 "합의를 깨는 것은 과반수 할아버지라도 말이 안된다"고 일축했다.

천 대표는 극단대치 해소를 위한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수천시간도 넘게 대화했는데 대화는 무슨 대화냐"고 잘라 말했다.

천 대표는 이어 김원기 의장을 서둘러 면담해 직권상정 등을 요청한 뒤, 다시 의총에 참석해 "의장이 사회를 보겠다고 했다"고 의원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당 의원들도 새벽 1시께 전열을 가다듬고 본회의장에 속속 입장했다.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입장하며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겠다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지만, 김현미 대변인은 "당초 양당 대표가 서명한 합의사항에 의거해 사회를 보겠다는 뜻"이라고 교정했다.

이 와중에 김근태 보건복지,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까지 본회의장에 모습을 보이는 등 소속의원 1백50명 대부분이 참여했다. 우리당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실 봉쇄에 나설 것을 대비해 일부 의원과 보좌진을 중심으로 '봉쇄 저지조'를 구성하기도 했다.

***김원기 '요지부동', '직권상정' 여부에 촉각**

이처럼 열린우리당의 직권상정을 통한 '법대로 처리', 한나라당의 '실력저지 불사' 방침이 본회의장에 팽팽한 긴장감으로 얽혀있는 사이, 키를 쥔 김 의장의 정확한 의중은 알려지지 않고있다.

새벽 3시20분께 천 대표가 재차 면담해, 사회를 요구했음에도 김 의장측에선 이렇다할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의장실 관계자는 김 의장의 직권상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우리당의 기대와는 상당한 거리를 뒀다.

우리당 내에서도 김 의장이 요구를 받아들일지 여부에 대해선 견해가 크게 엇갈린다. 당내 일각에선 "김 의장이 자신의 주재하에 양당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서에 따라 과거사법 신문법 기금관리기본법 민간투자법 등 연내처리키로 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봉을 쥘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가 한축에 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선 "김 의장이 우리당이 요구하는 '2+2' 방식대로 처리할 경우, 이번에 이어 내년 2월에도 국보법과 사학법에 등에 대한 직권상정이 불가피해 임기 초반에 직권상정을 연거푸 2번 하는 불명예를 과연 감수하겠느냐"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이같은 엇갈린 전망 속에 본회의장과 국회의장실 앞에선 우리당과 한나라당 보좌진들이 서로 다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날밤을 새우고 있다. 여야가 2004년 마지막날까지 보여준 극단 대치는 해를 넘겨 지루한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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