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30일 원내대표회담에서 국가보안법 등 쟁점법안에서 상당부분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보법과 관련, 우리당 지도부가 한나라당의 '대체입법' 형식의 개정안 요구를 수용한 뒤 당론으로 이를 채택할지 여부를 의원총회 표결에 회부해 결과가 주목된다.
***김원기 "의견접근 이뤄졌다"**
이날 오후 3시께 4시간여의 대표회담을 끝낸 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회담장을 나오면서 "양당이 많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고,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도 "여러 쟁점을 다 얘기했다"고 밝혀 상당부분 의견 접근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김원기 국회의장도 "두 원내대표가 모든 현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고 어느 정도 의견접근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김기만 공보수석이 전했다.
김 의장은 "양 교섭단체 대표에게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오늘 본회의에서 차수 변경을 해서 밤을 새워서라도 결론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일부 쟁점법안 처리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김 수석은 다만 "양당의 추인과정을 거쳐봐야 알지 않겠느냐"면서 "경우에 따라선 추가대표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덕룡, "국보법도 오늘 처리할수도"**
특히 이날 대표회담에선 최대 쟁점인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된다.
김덕룡 대표는 "(협상) 내용은 아직 공개할 입장이 아니다"면서도 이날 중 4개법안의 타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는 긍정적 답을 했다. 그는 특히 '국보법도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상됐던 '대체입법' 형식에 상당한 의견 접근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김 대표는 "각자 당내 논의구조를 거친 다음에 서로 연락하기로 했다"며 "지도부에서 논의를 한 뒤 의총을 열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천 대표는 '의견차이가 좁혀졌느냐'는 질문에 "좁혀졌다기보다는 뭐..."라며 말끝을 흐렸고, 테이블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언론관계법과 과거사진상규명법에 대해서도 "(협상에) 들어가보니까 어렵네요"라고 온도차를 보였다.
천 대표는 그러나 "의원총회에서 당의 입장을 논의하고 확인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해, 쟁점법안에 대한 타협안이 대표회담을 통해 마련됐음을 시사했다.
***우리당, 대체입법 수용 여부 표결 돌입**
특히 우리당은 당 지도부 회의를 거친 뒤, 현재 의원총회를 열어 '국보법 타협안'의 수용여부를 표결로 처리키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의총에 앞서 정장선 의장 비서실장은 "한나라당이 현행 국보법 2조 가운데 '반국가단체' 부분을 삭제하고, 이적단체에 대한 형량을 대폭 낮추자고 제안해왔고, 7조 찬양고무죄도 단순 찬양고무는 삭제하되, 적극적인 선전선동 행위만 처벌하는 방향으로 제안해왔다"면서 "이것을 받을지 말지를 가지고 의총에서 표결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보법 폐지파인 유기홍 의원은 "오전에 알려진 내용이라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이게 개정 축에나 드냐"고 강력 반발했다. 또한 의총을 처음부터 비공개로 하기로 한 데 대해 임종인 의원은 "떳떳하게 처음부터 공개를 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온건파인 김낙순 의원은 "그만해. (카메라가 그동안) 많이 찍었어. 그렇게 해야 텔레비젼 나오냐"고 쏘아붙이는 등 강-온파간에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대체입법파인 유재건 의원도 "새해에는 다 접고 좀 화끈하게 하자는 것이 나이든 사람 생각인데, 잘 모르겠다. 젊은사람들 얘기도 들어봐야지"라고 우회적으로 대체입법 지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덕룡 "일괄처리", 박근혜 "저는 정말로 기분이 안좋아요"**
한나라당도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대표 주재로 지도부 회의를 갖고 의총에 돌입했다. 회의에는 법사위와 행자위 간사인 장윤석, 이인기 의원 등이 참석해 국보법과 과거사법에 대한 논의가 중심적으로 오간 것으로 관측된다.
의총 전 김덕룡 원내대표는 국보법 처리 여부에 대해 "일괄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해 이날 본회의에서 쟁점법안이 모두 처리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표는 "(오늘 협상에) 만족이랄 것이 없다"며 "저는 정말로 기분이 안좋아요"라고 부정적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일각에선 이날 대표회담 도중 김원기 의장이 청와대 회동에 참석, "여기서 빨리 끝내고 가서 국보법 등을 금년에는 다 털고가야지"라고 말한 대목을 꼬집으며 "김 의장이 청와대 회동을 다녀온 뒤 우리당 지도부의 기류가 바뀌어 어떻게든 올해 안에 처리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분석해 주목된다.
한편 양당의 논의과정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날 본회의는 빨라야 5시 이후에나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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