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30일 오후 긴급 의원총회에서 국가보안법의 대체입법 수용 여부를 논의한 끝에 "국보법 폐지-형법보완이라는 당론을 연내에 관철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천정배 대표가 합의한 국보법 대체입법안은 불과 3시간만에 백지화된 셈이다.
이에 따라 국보법을 중심으로 다른 쟁점법안에 대한 일괄타결 방침을 정한 한나라당과 본회의 격돌이 불가피하고, 우리당 내부에서도 지도부 인책론 등이 제기되며 내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보법 폐지-형법보완' 연내처리 관철" 결론**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국보법 폐지-형법 보완' 당론의 연내 관철 ▲한나라당과 합의한 개정안 수용 ▲현행 당론을 유지하되 내년 2월 임시국회서 처리 등 3가지 방안을 두고 논의한 끝에 '현행 당론의 연내관철' 입장을 표결없이 최종 채택했다고 밝혔다.
숫적으로는 온건파가 우세해 당초 예정대로 표결에 회부됐을 경우 개정안 수용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았으나, 강경파의 거센 반발로 현행 당론 관철이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을 통해 "국보법은 당론을 유지한 가운데 관철에 최선을 다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또 "협상 중인 원내대표에게 다른 부분은 모두 일임키로 했다"며 "국회 운영에 대해서도 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당은 '2+2'(과거사법 언론법 연내처리/국보법 사학법 2월처리) 방안을 가지고 한나라당과 재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논란의 핵심인 국보법을 기존 입장대로 고수키로 함에 따라 협상의 여지는 사실상 사라졌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이같은 분위기는 의총 도중 곳곳에서 감지됐다.
강경파인 유시민 의원은 "표결로 가면 부결이든 가결이든 우리당으로서는 굉장히 불행한 사태가 온다"며 "내가 장담하는데 당론변경도 안되고 표결도 안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봉주 의원도 "당론대로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우세하다"고 전했다. 강경파들은 차라리 '2+2'로 가자는 분위기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반면 온건파측은 "정치적 흐름으로 파악해야지 법논리 싸움으로 가선 안된다"며 국보법 개정안 수용을 요구했지만 강경파의 거센 반발로 수용되지 못했다.
***한나라당, "우리 입장은 무시하겠다는 거냐" 발끈"**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날 원내대표 회담 후 '일괄타결' 원칙 하에 "국보법 처리가 안되면 다른 법안 처리도 안된다"는 입장이어서 양당 원내대표의 타협안은 사실상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나라당 의총 도중 배일도 의원은 "(국보법 타협안이) 추인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고, 박희태 의원도 "대체로 얘기하는 게 추인하는 쪽 같다"고 말했지만, 우리당 의총 결과가 전해지면서 기류가 180도 바뀌어 강경파들의 발언권이 강화됐다.
한 참석자는 "아까보다 훨씬 톤이 높아졌다"며 "자기들 먹고싶은 것만 다 먹고 우리 입장은 무시하겠다는 것이냐"고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김용갑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처음 의도가 대체입법이 아니었느냐"며 "여기에 한나라당이 말려들었다. 이렇게 해서 한나라당이 다음 대선에 희망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 의원은 특히 "박근혜 대표는 지금 굉장히 침울하다"고 전해 대표회담에 마뜩치 않은 표정을 보여온 박 대표가 강경론을 고수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박 대표는 "우리는 소수당으로서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우리당이 현당론을 고수키로 함에따라 협상권을 쥔 김덕룡 원내대표로서도 설땅이 좁아진 분위기다.
한나라당 의총은 아직 진행되고 있지만, 합의 파기가 현실화됨에 따라 여당측 제안인 '2+2' 방식의 수용 여부에 대한 대책으로 논점이 바뀐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한나라당도 원내대표회담에 앞서 연내에 예산안과 이라크파병동의안은 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여서, 본회의가 결렬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렇게 여야 원내대표 회담 합의사항이 우리당 의총에서 부결됨에 따라 이부영-천정배 지도체제는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됐으며, 앞으로 우리당내 내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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