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국고헌납 각서 기억 안나" 모르쇠로 일관

"조동만 20억원은 이자" 계속 발뺌에 급급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으로부터 20억원을 불법적으로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20억원에 대해 '이자'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지난 97년 약속한 대선잔금 70억원의 국고헌납 각서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현철, "20억원은 정치자금 아닌 70억원에 대한 이자 받은 것"**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최완주 재판장)의 심리로 20일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조 전 부회장으로부터 받은 20억원은 17대 총선을 앞두고 피고인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던 시점으로 정치자금이 명백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피고인은 이미 지난 97년 비자금 수사 당시 70억원을 국고에 헌납하겠다는 각서까지 썼으므로 조 전 부회장에게 맡긴 70억원에 대한 '이자'라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공소이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현철씨는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을 통해 조 전 부회장으로부터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9차례에 걸쳐 현금 15억원을 받고, 추가로 자금을 요구해 한차례 5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현철씨 변호인은 그러나 "피고인이 받은 돈이 정치자금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조 전 부회장의 진술밖에 없고, 통상 정치자금 전달 방법과 달리 10차례에 나눠 돈을 전달한 것을 봤을 때 이자임이 틀림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검찰은 "만약 이자로 받은 것이라면 과거 조세포탈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으면서도 이자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반박하자, 현철씨는 "현금으로 사용했고, 은행에 넣어 뒀기 때문에 신고를 안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응수했다.

***김현철-김기섭 "70억원 국고헌납 각서 작성 기억 안난다"**

한편 검찰은 현철씨의 '국고헌납 각서' 사본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하며 "97년 피고인의 조세포탈 사건 수사팀에 따르면 피고인이 70억원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 김기섭 전 운영차장을 설득해 국고헌납 각서를 받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 차장은 검찰의 주장에 대해 "각석 작성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고, 현철씨도 각서에 대해 "내 글씨와 비슷하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이에 검찰이 "98년 항소심 공판 기록을 보면 피고인이 직접 국고헌납 약속을 지키겠다고 진술한 바 있다"고 재차 추궁했으나, 현철씨는 "수사 받을 당시 정신이 없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현철씨는 92년 대선 뒤 이른바 '대선잔금' 70억원을 조 전 부회장에게 맡겼다가 99년 되찾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비난 여론이 일자 전액 사회에 헌납키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70억원 중 43억5천여만원을 벌금.추징금 등으로 납부해 비난 여론이 악화된 바 있고, 모 사회단체에는 거액을 기부하려다 거절당하는 해프닝이 일기도 했다.

다음 공판은 11월1일 열린다.